[해외르포]국제보호지역, '시간이 멎어버린, 비극의 도시' 이탈리아 폼페이

[해외르포]국제보호지역, '시간이 멎어버린, 비극의 도시' 이탈리아 폼페이
  • 입력 : 2014. 12.11(목)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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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취재진은 지난달 이탈리아 남부 폼페이를 근 10년만에 다시 찾았다. 비극의 도시 폼페이는 2000년이 훌쩍 넘긴 오늘날 매년 500여만명에 달하는 전세계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방문객으로 인한 유적지와 유물이 수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폼페이=강경민기자

거대한 발굴 복원현장… 전세계 방문객들로 인산인해
본보 취재진, 10년만에 재방문… 국제보호지역 재조명
로마의 상징 콜로세움 완성 1년전 화산재·용암 뒤덮여

훼손 멸실우려… 유럽위원회, 곳곳 보존조치·발굴 복원

기원후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사라져 버린 고대 로마제국 도시, 폼페이. 취재진이 이곳을 다시 찾은 건 근 10년만이다. 한라일보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중이던 2005년 4월 25일 바로 이곳에 있었다. 유네스코는 1997년 폼페이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의 반열에 올렸다. 당시 취재진은 현지에서 송고한 르포기사에서 폼페이를 '시간이 멎어버린, 화산도시'로 타전하면서, '화산 섬, 제주'를 떠올렸다.

폴 W S 앤더슨 감독의 <폼페이: 최후의 날>은 폼페이의 마지막날을 담은 영화다. 폼페이가 사라진 뒤 1500여년이 지난 1592년 한 농부가 우물을 파다 폼페이 유적들을 확인했다. 화산재에 파묻혔던 사람들은 화석이 됐다. 그 중에는 서로 끌어안은 연인도 있었다. 이것이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

화려했던 고대 로마제국의 도시 폼페이가 긴 잠 속으로 빠져들었던 시기는 기원후 79년 8월 24일. 폼페이가 화산재와 용암속에 묻혀버린지 불과 1년 후인 서기 80년에 로마의 상징이자 기념비적인 건축물 '콜로세움'이 세워진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잘 알려진 대로 콜로세움은 기원후 72년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세우기 시작해 80년 그의 아들 티투스 황제가 완성시킨 4층의 원형경기장이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폼페이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거대한 발굴복원 현장과 같다. 폼페이는 1748년 본격 발굴이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발굴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과거의 유적에 대한

고고학 발굴조사로 확인된 유물들은 당시의 쓰임새와 의미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폼페이 유적의 경우는 생활 모습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작은 유물 하나라도 출토된 곳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어 그 가치가 높다.

건물의 지붕과 벽은 엄청난 화산재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지만, 나머지 부분은 화산 폭발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폼페이가 옛 모습을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두께로 쌓여 있던 화산재 때문이다. 화산이 폭발하는 과정에서 쌓인 돌과 화산재가 아파트 3층 높이까지 덮여 있었다.

폼페이는 거대한 발굴복원 현장과 같다. 1748년 본격 발굴이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발굴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발굴작업이 진행되면서 세상을 더욱 놀라게 한 것중 하나가 화산이 폭발할 당시 폼페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그대로 화석으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날아온 돌과 용암, 화산재, 유독 가스 등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적어도 2000명은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입구에는 '폼페이 프로젝트'를 알리는 간판이 세워져 있다. 유럽위원회가 2012년 3월 회의를 거쳐 진행중인 복원 프로젝트다. 폼페이 유적 보존과 복원을 위해 범유럽이 함께하고 있는 현장이다. 계속된 폭우에 폼페이 유적들이 훼손·멸실 우려가 있는 집터를 보존하고 발굴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현지 해설사는 아직까지 폼페이 유적이 1/3정도는 미복원 상태라고 전했다.

비극의 도시 폼페이는 2000년이 훌쩍 넘긴 오늘날 매년 500여만명에 달하는 전세계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방문객으로 인한 유적지와 유물이 수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폼페이는 온 인류가 함께 교훈으로 삼아야 할 소중한 인류의 유산이다. 제주가 유네스코 트리플크라운이자 국제보호지역이라는 경각심이 더욱 절절하다.

이탈리아 폼페이=강시영기자

최후의 날, 폼페이의 타임캡슐이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 내년 4월까지 특별전
폼페이와 주변지역 출토 문화재 298건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이달 9일부터 기획특별전으로 고대 로마제국의 화려한 도시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폼페이 유적을 조명하는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폼페이에서 출토된 조각품, 장신구, 벽화 등 298건의 다양한 유물들을 선보이고 있다.

최후의 날, 한 남자가 쭈그린 채로 손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전시품 중에는 집 내부의 벽을 장식하던 벽화들이 많다. 잘 가꾸어진 꽃과 나무들 사이를 날아다니는 새들이 있는 정원을 그린 그림, 신화 속의 의미 있는 장면과 실제 기둥과 같은 건축적인 양식이 담겨있는 그림 등은 폼페이 사람들의 뛰어난 조형 감각과 높은 예술적 수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밖에도 도시 곳곳에 세워졌던 신들의 조각상과 먹이를 사냥하는 동물들의 조각상, 젊은 여인의 팔을 장식했던 금으로 만들어진 팔찌와 같은 장신구 등은 화려한 도시로서의 폼페이를 보여준다.

도심의 번화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상점에서 구워져 판매되었던 빵, 지역의 특산품인 와인을 담았던 항아리, 공정한 매매를 위한 필수품인 저울과 추 등은 활발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졌던 역동적인 도시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의 순간을 담은 전시의 마지막 부분은 당시 살았던 사람과 동물들의 죽음의 순간까지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는 놀라운 역사의 현장이다. 이번 전시에 공개되는 쭈그린 채 손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있는 남자, 옷으로 얼굴을 감싼 채 엎드려 죽은 여인, 집 안에 묶여 있다가 고통스럽게 죽어간 개의 모습 등은 화산폭발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생생히 전달해 준다.

아름다운 예술과 풍요로 가득 찼던 고대 로마제국의 도시, 그러나 한순간의 화산폭발로 역사에서 사라져 버린 비극의 도시, 폼페이의 모든 것을 보여줄 이번 전시는 2015년 4월 5일까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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