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감귤 가격하락으로 모두 울상이다. 지금까지 출하된 감귤가격은 전년에 비해 대략 20%나 낮다. 그러나 노지감귤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한라봉은 더 위험하다.
모든 과일 중에 단맛과 신맛이 어우러져서 침샘을 자극하는 과일은 감귤밖에 없다. 사과는 단맛만 있다. 배도 시원한 맛과 단맛은 있지만 신맛은 없다. 단감은 말할 것도 없다.
단맛과 신맛은 묘하게 어울린다. 음식이 너무 달면 식초를 넣고 너무 시면 설탕을 넣어야 제 맛이 나는 것과 같다. 달기만 한 과일은 손이 오래 가지 않는다. 그래서 사과나 배는 한두 개 깎아 먹으면 그만이지만 신맛과 어우러진 감귤은 앉은 자리에서 한 상자도 쉽게 없어지는 과일이다.
2013년 산 감귤 조수입이 9000억원을 넘긴 것은 만감류 덕분이다. 그 중에서도 한라봉이 큰 역할을 했다. 지난 10년간 노지감귤 조수입은 5000억원 내외로 크게 늘지 않았다. 폐원정책으로 감귤원 면적이 6000 ha나 줄었으니까 경지면적당 조수입은 늘었다. 반면에 같은 기간 동안 만감류는 500억원에서 2300억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결국 한라봉을 포함한 만감류가 감귤 조수입을 높였다는 얘기다. 만약 한라봉이 2002년의 노지감귤처럼 하락한다면 감귤은 또 다시 큰 위기에 빠질 것이다. 계속 상승세였던 한라봉 가격이 이미 2013년부터 꺾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2년보다 생산량이 10% 늘었지만 조수입은 10% 줄었으니 결국 kg당 가격은 20%나 줄어든 셈이다.
한라봉 가격이 하락한 데는 이유가 있다. 원래 과일은 제철이 있는데 한라봉은 색만 나면 아무 때나 출하하기 때문이다. 사과는 제 철을 지킨다. 아오리는 8월 중·하순, 홍로는 9월 중순, 후지는 10월 중순이 지나서야 소비자에게 내놓는다. 그래서 사과는 소비자가 제 철에 나오는 사과를 구입하면 실망하는 예가 많지 않다.
한라봉도 제 철이 있다. 12월에 출하되는 한라봉은 가온 하우스에서 재배된 것이어야 제 맛이 난다. 무가온 한라봉은 2월이 되어야 산이 빠지고 제 맛이 나는 데도 불구하고 색만 나면 시장에 내놓는다. 그래서 산함량이 높은 한라봉을 구입했던 소비자는 다시는 한라봉에 손이 가지 않는다. 한라봉도 제 철을 지키지 않으면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라봉 가격이 하락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불노초', '문주왕', '달코미'처럼 믿고 구입할 수 있는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에 제주 한라봉 기술을 도입한 고흥에서는 이미 '하나봉'이라는 브랜드로 출하하여 제주 한라봉과 차별화하고 있다. 산함량이 1% 이하가 되어야만 출하하기 때문에 제주 한라봉보다 인기가 높다. 올해초 제주 한라봉은 가격이 kg 당 3500원에 불과했지만 고흥 하나봉은 하품이 7000원 가까이 받았다. '비전 5000' 정책을 세우고 당도 13도 이상, 산함량 1% 이하의 한라봉만 출하되도록 정책을 세우고 재배농가가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한 덕분일 것이다.
한라봉 하우스 시설은 FTA 기금 사업으로 지었다. 한라봉 품질을 높이는 재배 기술도 농업기술원, 제주감귤시험장, 제주대학 등에서 이미 개발된 지 오래다. 이미 감귤 조수입의 17%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듯한 한라봉 브랜드가 없다는 것을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올해 2월 말에는 한라봉이 수입 오렌지보다도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치욕을 맛봤다. 신맛이 강한 무늬만 한라봉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이 세워지지 않으면 내년에도 한라봉 가격 전망이 밝지 않다. 브랜드만 보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방안을 세우지 않으면 감귤을 땅에 파묻었던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할 것이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