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일본 문학계의 거장, 시바 료타로가 본 제주도

[월요논단]일본 문학계의 거장, 시바 료타로가 본 제주도
  • 입력 : 2014. 12.22(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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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는 일본 문화문학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올빼미의 성(城)'이라는 장편소설로 일본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나오키상을 수상하는 등 간결하면서도 감미로운 필체로 문학작품 때문에 가장 많은 독자층을 갖고 있는 역사소설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그의 작품에 '탐라기행'이라는 책이 있다. 제주를 기행하면서 만나고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간결하게 정리한 책이다. 굳이 '제주기행'이라는 표제를 쓰지 않고 '탐라기행'이라 표현한 점은 제주의 역사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탐라기행' 초입부에서 그는 젊어서부터 꼭 방문하고 싶었던 곳으로 몽골 고원과 피레네 산맥의 바스크 지방, 아일랜드 섬과 헝가리 평원, 그리고 제주도를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글의 소주제에서 제주를 불로불사의 이상향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상향의 제주! 마치 신선이 살고 있는 듯한 표현에 부언(附言)을 하면서 그리 무겁지 않은 글로 제주풍경 속에 새겨진 역사와 문화를 새롭고 다양한 시각들을 써내려가고 있다.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 역사에 대한 이야기, 땅에 대한 이야기와 풍경의 이야기 등등 그의 진솔하면서도 내면 깊이 느꼈던 제주의 깊은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시바 료타로는 1996년 2월 73세로 작고하였다. 시바 료타로가 다시 제주를 방문하였다면 어떠한 글로 제주를 표현하였을까? 마치 몽골의 대초원지대의 풍경과 흡사함에 감탄하였던 한라산 중산간 기슭에 펼쳐진 광막한 초원지대, 아름답지만 애환이 서린 해안지역에 속속 들어서는 숙박시설 중심의 대규모 리조트 개발과 대규모 해안매립, 초고층 건축물, 카지노사업 등 자본의 논리에 따른 물리적 개발이 마치 성장과 발전의 모델이라는 환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풍경을 보면서 그는 상당한 혼란에 빠지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최근 중국자본의 급속한 유입과 중산간에 집중된 중국리조트 개발, 그리고 50만불 이상의 휴양콘도와 휴양펜션을 구입할 경우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에 대해서도 시바 료타로는 어떠한 태도로 제주의 변화모습을 받아들였을까? 그의 책을 읽으면서 이러저런 생각을 해볼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와 같은 과도한 이익추구의 개발은 일시적으로는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일종의 착시현상이 클 수도 있을 것이다. 흔히들 개발을 하지 않으면 제주가 어떻게 발전하는가, 지속적인 개발만이 대안이라고 항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개발에 대한 인식과 접근방법의 고민과 노력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땅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 많이 개발하는 것보다는 적게 개발하는 것, 땅이 갖는 문화적 의미를 존중하는 것, 제주사람들이 추구하여 왔던 삶의 양식과 가치를 존중하고 생활의 영속성을 확보하는 것, 오래되고 낡은 것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 유형과 무형의 자원들에 대하여 공존과 조화, 절약하는 것, 기억, 추억, 애정, 애착이 가는 장소와 공간을 창출하는 것. 이러한 철학을 실천하고 노력하기 위해서 제주도가 '특별자치도'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지속가능성을 갖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완성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 구축과 직결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제주의 역사와 문화, 삶의 기반인 제주의 땅을 단순히 이익창출 우선의 개발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새로운 가치부여와 장기적인 발전의 가능성을 유지해 나가려는 인식전환과 정책변화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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