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목.편파 사회에 던지느 메시지

반목.편파 사회에 던지느 메시지
서동석의 '에머슨, 조화와 균형의 삶'
  • 입력 : 2014. 12.26(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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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어로 된 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워즈워스의 시와 에머슨의 수필이다."

영국 비평가 매튜 아놀드는 그렇게 말했다. 근대 미국의 사상을 만들어낸 미국 지성의 아버지 랄프 왈도 에머슨. 1803년 유니테리언 목회자 집안에서 태어난 에머슨은 경직된 교리와 교회의 형식에 지쳐 근원적인 영적 힘을 노래하며 문필가의 길을 걸었다. 워즈워스, 콜리지, 칼라일과 같은 당대의 선도적인 영국 문인과 교류하고 소로우, 휘트먼, 프로스트, 에밀리 디킨슨과 같이 현대에까지 고전으로 숭앙받는 문인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

에머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서동석씨가 국내에 자기계발류 정도로 소개됐던 에머슨의 사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한 책을 냈다.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나온 '에머슨, 조화와 균형의 삶'이다.

"우리네 인생에는 불행과 행복이 중첩되어 있다. 지위의 높고 낮음은 일시적인 현상이고, 길게 보면 운명은 동일한 시소의 양 끝과 같다. 기쁨 속에 슬픔이 잉태되어 있고 불행은 행복의 씨앗이다. 불행과 행복은 서로 원인과 결과로 꼬리를 물고 있어서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운명적 보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에머슨은 가족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첫 아내와 첫 아들도 일찍이 잃는 등 개인적인 아픔이 많았던 인물이다. 이때 그는 천성적인 낙관주의로 이를 극복하려 애쓰며 인생의 고락 역시 자연처럼 순환할 수 있는 것이라 믿게 되었다. 자연과 문명이 화해하듯이, 인간만사의 불행과 행복은 반드시 균형을 이룬다고 봤다.

그는 곡절 많던 개인사를 통해서, 신대륙의 자연에 엄습한 산업혁명의 그림자를 통해서, 공동 상태인 신대륙 고유의 지성을 메우기 위해서 밀려들어오는 다양한 동서양의 사상을 수용함으로써 양극단의 모순적인 요소들을 아우르려 노력했다. 어느 한 편을 취사선택할 것 없이 생사고락의 윤회를, 자연과 문명의 화해를, 동서양의 통섭을, 신의 이름이 아닌 세상을 아우르는 대령(大靈)을 믿었던 그는 평생에 걸쳐 삶과 세상에 있어 조화와 균형의 문제에 천착했다.

에머슨은 삶의 진실을 획득할 수 있는 경지를 '중도'로 보았다. 이는 양극의 어느 쪽에도 미혹되거나 경도되지 않는 중립적인 자세를 일컫는다.

이같은 그의 사상은 근래 벌어진 미국 퍼거슨 소요 사태가 상징하듯, 당시로부터 여전히 이어져 내려오는 반목과 편파의 사회에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에머슨의 근대 미국이 그러했듯 계층간 대립이 심화되고 다문화사회의 초입에 발을 걸치고 있는 우리 사회에 그가 희구한 조화와 균형은 유의미해 보인다.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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