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87)표선면 가시리 가시식당

[당찬 맛집을 찾아서](87)표선면 가시리 가시식당
고향 같은 '소울푸드' 돼지고기 요리에 흠뻑
  • 입력 : 2015. 01.23(금)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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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식당의 주메뉴는 두루치기(사진 맨 위)와 몸국. 두루치기는 지역주민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인기있는 메뉴다. 송은범기자

옛 부터 돼지고기로 유명한 마을
40년 전통 제주 토속음식의 달인
입소문에 관광객 방문 크게 늘어
배지근한 몸국에 소주 한 잔 '굿'

소울푸드(Soul Food)가 뜨고 있다. 소울푸드의 어원은 미국 남부를 중심으로 고된 노동에 지친 흑인 노예들의 부족한 영양 상태를 보충하기 위해 먹었던 음식을 말한다. 하지만 현재 소울푸드의 의미는 '먹는 사람의 영혼을 감싸주는 맛', '자신만이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맛', 즉 고향의 맛이다.

제주인들에게 소울푸드를 꼽아보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단어는 '돼지고기' 일 것이다. 제주 토박이는 돼지에서 나는 냄새에 육지 사람만큼 민감하지 않다. 바닷가 사람들이 생선 비린내를 당연히 여기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돼지는 제주사람들 잔치에 필수품이다. 잔칫날이면 제주인들은 돼지를 잡았고 털이나 발톱 등 먹을 수 없는 것만 빼고 모든 것을 상에 올렸다.'몸국', '돔베고기', '고기국수'만 봐도 제주인의 돼지고기 사랑은 그 어느 지역보다 유별나다고 할 수 있다.

기름진 돼지고기와 채소, 멜젓 등을 상추에 싸서 먹으면 입안이 즐겁다(위). 가시식당의 반찬은 밥 반찬으로 먹기 좋지만 두루치기를 싸먹을때 더 빛이난다(아래).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가시식당'은 제주도 동쪽에 사는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떠올리면 곧장 달려가는 곳이다. 40년 전통의 가시식당은 몸국, 순댓국, 두루치기 등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음식을 판다. 가시리는 옛날부터 재래 돼지 사육으로 도내에서 유명했던 곳이다. 좁은 마을 안에만 10여 곳의 돼지고기와 관련된 식당이 성업하고 있지만 '가시식당'이 원조로 꼽힌다.

가시식당의 주 메뉴는 두루치기와 몸국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식당안의 풍경은 농사일을 잠시 멈추고 점심을 먹으러 오는 농민들이나 지역주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붐볐던 식당이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자녀의 방학을 맞아 온 가족과 제주도를 찾은 문지선(43·서울)씨는 "처음에는 투박한거 같아 망설였는데 막상 먹어보니 정말 맛있다"며 "가격도 저렴해 전날 먹었던 1만5000원짜리 뚝배기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바쁜 와중에 기자도 자리에 앉아 몸국과 두루치기, 거기에 소주 한 병을 곁들였다. 먼저 나온 가시식당의 반찬은 김치, 무채, 콩나물, 멜젓, 파채, 양파지 등이다. 밥 반찬으로도 먹기 좋아보이지만 쌈을 싸먹을 때 더 어울릴것 같다. 몸국이 나왔다. 소주 한 잔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몸국 한 수저를 떴다. 국물은 배지근(적당히 기름지고 감칠맛이 난다)하고 잘 삶아진 몸(모자반)은 입에서 녹는다.

가스버너위에 올려진 두루치기가 익기 시작하면 콩나물, 파채, 무생채를 넣고 한번 더 볶는다. 이제 고기를 먹을 차례다. 상추 위에 고기와 채소를 얹고 반찬으로 나온 멜젓을 얹어 먹었다. 기름진 돼지고기와 채소, 멜젓이 조화를 이뤄 입안이 즐겁다.

주인장 이순자(66)씨는 "40년 전 가게를 시작할 때부터 남의 손 빌리지 않고 가족끼리 운영했다"며 "그러다보니 맛이 변하지 않고 오랫동안 이어져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격은 몸국 7000원, 두루치기 7000원, 순대국밥 7000원, 순대백반 7000원, 순대고기국수 5000원, 식사류를 제외한 음식은 수육 1만5000원, 순대 1만원, 삼겹살 1만원, 생고기 8000원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다. 찾아가는 길.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1898(가시로 565번길 24), 전화 064-787-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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