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 싶다](98)제주 금산공원

[그곳에 가고 싶다](98)제주 금산공원
  • 입력 : 2015. 02.27(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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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서부지구에서 유일하게 평지에 남아있는 곶자왈지대인 금산공원.

평지에 남은 유일한 곶자왈 지대
후박나무 등 난대수종 무성
이번 주말 마을포제도 열려

고로(古老)들에 따르면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제주도 중산간지역의 많은 곳은 사슴과 멧돼지가 뛰어놀던 거대한 숲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들이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다시 전해 듣는 것이어서 단정할 순 없지만 지금의 곶자왈이 곳곳에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 짐작을 가능케 해주는 곳이 바로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에 있는 금산공원이다.

곶자왈은 화산이 분출할 때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지면서 울퉁불퉁한 지금의 모습으로 형성된 제주도만의 독특한 지형이라고 한다. 나무와 덩굴식물, 암석 등이 뒤섞인 자연림 지대여서 땅이 척박해 경작지로 이용하기도 어려워 땔감을 수습하거나 사냥터로 이용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제주도의 동·서·북부에 걸쳐 넓게 분포하고 있는 곶자왈은 지하수 함량이 풍부한데다 보온·보습 효과가 뛰어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것으로 밝혀져 그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제주도의 곶자왈은 형성된 용암에 따라 크게 한경-안덕 곶자왈, 애월 곶자왈, 조천-함덕 곶자왈, 구좌-성산 곶자왈의 4개 지대로 구분된다. 그중에서도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지역에서 발원하는 애월 곶자왈은 해발 839m인 노꼬메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납읍 난대림 지대인 금산공원과 원동 지역까지 9㎞에 걸쳐 분포한다. 특히 금산공원은 제주시 서부지구에서는 유일하게 평지에 남아있는 상록수림이라는 점에서 학술·경관적 가치가 높아 지난 198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납읍초등학교와 인접해 있는 금산공원 입구로 데크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울창한 천연림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입구에서부터 밑동 둘레와 수세만 봐도 족히 200년은 살았음직한 후박나무가 반기더니 숲 전체가 오래 묵은 종가시나무와 생달나무, 곰솔, 팽나무, 예덕나무 등으로 뒤덮여 있다. 금산공원에는 60여 종의 난대성 식물이 자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숲 밖에서는 새들이 지즐대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오더니 숲 안에서는 마치 교향곡이 울려 퍼지듯 천지를 진동해댄다. 꽃이 그 화려한 향기로 나비를 끌어들이듯 숲은 겨울철에도 풍부한 먹이와 피난처를 제공해 새를 불러 모았다. 사람들도 금산공원으로부터 많은 것을 받았다. 세계적으로 희귀종이라는 후박나무 껍질은 약용으로 쓰고, 참나무과인 종가시나무 열매는 식용으로 줄기는 가구재로 이용했으며, 껍질 빛깔이 검어서 흑송이라고도 하는 곰솔은 건축재로 요긴하게 쓰였다.

금산공원 한 가운데 특이하게도 포제단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는 현재 제주도에서는 보기 드물게 남성들이 주관하는 유교식 마을제가 해마다 열린다. 음력 정월 초정일, 바로 오는 3월 2일 0시에 포제가 거행된다.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마을이장과 노인회, 청년회 등 주민으로 구성된 13명의 제관이 2월 28일부터 이곳에서 합숙한다. 그래서 이 기간에는 몸이 비리거나 상서롭지 못한 일을 겪은 사람은 금산공원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이번 주말 금산공원을 방문하려면 몸을 깨끗이 한 다음 주민들이 쳐놓은 금줄을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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