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15)프로포폴 중독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15)프로포폴 중독
피로·우울감 해소로 사용하면서 '중독'
  • 입력 : 2015. 04.24(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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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폴은 페놀계 화합물로 흔히 수면마취제라고 불리는 정맥마취제로서 수술시 전신마취의 유도, 유지 또는 인공호흡 중인 중환자의 진정을 위해 쓰이고, 수면내시경 등을 할 때에도 사용된다. 사진=제주대학교병원 제공

마약류관리 속 의료용 이용 '혼란'
시술시 환자 불안감 감소에 효과
응급상황에 대비된 병원서 시술을

이애령 제주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마이클 잭슨의 사망에 이어 우리나라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프로포폴 중독'이 심심치 않게 사회 이슈가 됐다. 마약중독은 조직 폭력배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부의 사람들의 일로만 알려졌는데 매일 TV에서 보는 연예인들이 중독됐다는 언론보도를 통해 일반인들의 프로포폴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또 세계 최초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마약류로 관리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지금도 여전히 의료용으로 사용되고 있어 프로포폴에 대해 혼란은 여전한 상태다. 제주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애령 교수의 협조를 통해 프로포폴에 대해 일문일답 형태로 알아본다.

▶우유주사 프로포폴은 무엇인가=프로포폴은 대두유에 약물(2,6-diisopropylphenol)을 녹인 주사제로 대두유 성분 때문에 흰색을 띄어 우유주사라고 널리 알려졌다. 혈관을 통해 주사하면 신경회로를 차단해 의식을 잃고 빠르게 수면이 유도된다. 투약을 멈추면 10분이내에 깨어나 단시간 마취가 필요한 경우 널리 사용된다. 또 구역감, 두통 등의 부작용이 거의 없어 외래시술 마취를 혁신적으로 바꿔준 약제이다.

▶이 약물로 마취하면 프로포폴 중독자가 되나=그렇지 않다. 마치 술을 마신다고 모든 사람이 다 알코올 중독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음주 빈도와 양이 늘어나면 알코올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처럼, 이런 저런 불필요한 시술들로 인해 프로포폴 투여량과 빈도가 늘어나면 그만큼 위험성도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프로포폴을 맞는 사람들이 모두 중독되는 것은 아니며 적당량을 안전하게 사용한다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프로포폴을 투여 받은 사람 중 일부에서 환각이나 쾌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런 경험을 하는 이는 드물다. 프로포폴은 강제로 잠이 들게 하기 때문에 깊게 잠이 들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의 상황을 꿈처럼 환각을 느끼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프로포폴은 환각제로서 퍼지기 시작했다기 보다는 단시간에 푹 쉬게 해주는 피로해소제처럼, 우울한 마음을 달래주는 영양제처럼 사용돼 중독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프로포폴이 다른 마취제와 비교해 특화된 장점이 많은 약제이며 무조건적으로 프로포폴의 사용을 회피할 필요는 없다. 모든 약물에는 나름의 치료 효과와 그에 수반하는 부작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장·단점을 고려해 꼭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하게 투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료 행위로서 프로포폴 사용은 합법적이다.

2009년 6월 25일 자신의 저택에서 급성 프로포폴 중독에 의한 심장마비로 사망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프로포폴을 투여하는 수면마취는=수면마취의 목적은 시술이나 검사로 인한 환자의 통증과 불안감을 감소시키는데 있다. 수면마취의 정식 명칭은 '중등도 진정 또는 의식하 진정'이다. 적절한 약물을 투여해 안전하고 인도적으로 통증이나 불안감을 적절히 없애주는 방법으로 단순히 진정된 상태로 말을 걸거나 몸을 건드리면 반응할 수 있는 정도이다. 호흡을 포함한 기본적인 인체 반사 행동이 모두 멈추는 전신 마취와는 다르다. 내시경검사, 미용시술, 성형수술, 치과시술과 같은 환자에게 불편을 유발하는 모든 시술에서 환자의 불안감을 감소시키고 시술 강도를 높여 효과를 좋게 하려는 목적으로 널리 사용됐다. 수면마취 유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제는 프로포폴이며 케타민, 미다졸람 등이다.

▶수면마취 안전한가="잠깐만 재워드릴께요"라며 별다른 위험에 대한 설명 없이 진행되는 수면마취를 경험해 본 사람이 부지기수 일 것이다.

그러나 수면마취도 전신마취 못지않게 위험도가 있다. 최근 5년간 마취사고 의료 분쟁 105건 중 수면마취도 39건을 차지하고 있으며, 마취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망률이 전신마취 사고의 경우 82%, 수면마취 사망률이 77%로 큰 차이가 없었다. 수면마취 후 발생하는 사고의 사망률이 높은 주된 이유는 위급한 상황에 대한 인력이나 장비의 준비가 미흡한 경우가 많았다.

전신마취 시에는 환자의 기본 정보(동반질환력, 약물력, 알레르기, 수술 전 검사 등)를 확인하고 마취 동안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 기록하는 단계가 의무화돼 있다. 이에 비해 수면마취는 이런 과정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아 위험 상황을 뒤늦게 확인하거나 조치가 부적절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데도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될 수 있다.

▶수면마취 받아도 될까=대부분의 수면마취 사고는 마취 전 환자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때 산소공급이나 환자 감시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병원에서 일어났다. 때문에 수면마취 전에 환자 상태가 수면마취에 적합한지 환자의 과거력을 확인하고 수면마취 동안 충분한 모니터링을 하며 응급상황에 대한 대비가 돼있는 병원에서 시술받아야 한다.

아울러 본인이나 주변의 누군가가 과다하고 반복적으로 수면마취하에 이런저런 시술을 받고 있다면 프로포폴 중독 여부를 의심해 봐야 한다. 프로포폴은 피로해소제도, 수면제도 아니다. 효과적인 마취제이긴 하지만 부작용도 존재하는 만큼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아픈게 싫다며 마취주사를 요구하는 환자들의 의식 변화도 필요하다.

이 약물을 투여받는 모든 사람이 중독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프로포폴은 중독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정신적의존성을 확인하고 2011년 2월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해 마약류로 관리하고 있다. 정부는 마약류 의약품에 전자칩 부착을 의무화하는 등 마약류 유통사용 관리를 종합적으로 관리, 감독할 계획이다. 대한의사협회에서도 프로포폴을 처방하게 되는 의사들에 대한 교육과 프로포폴 투여를 위함 지침 등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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