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해경의 공백과 무책임

[편집국 25시]해경의 공백과 무책임
  • 입력 : 2015. 07.02(목)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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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 전남 장흥 노력항에서 승객 329명을 태우고 서귀포시 성산항으로 향하는 O호는 엔진에 결함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출항을 감행했다. 많은 승객이 탑승한 만큼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기에 출항허가를 내준 해양수산부와 해상 안전을 담당하는 해경에 비난의 화살이 날아갔다. 두 기관은 결함 부분에 대해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았으며, 특히 해경은 사실을 알고도 출항 허가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배가 성산항으로 향하는 것을 뒷짐지고 지켜보고만 있었다.

여름철 해수욕장 개장 시기를 앞두고 해경의 공백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기사가 최근 쏟아졌다. 지난해 말 시행된 정부조직법 개편으로 해경의 업무 범위가 해상으로 제한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수욕장 피서객 안전 관리와 계도 업무는 해경에서 지자체로 이관됐다. 지자체들은 부랴부랴 자체적으로 민간안전요원을 선발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짧은 교육만 받고 투입되는 민간요원들의 자질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가시질 않는다.

두가지 사건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것은 '해경의 공백'이었다. 예전의 권한이 해경에게 있었다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해경의 무책임'도 떠오르게 된다. 국민의 안전이 걸려있는 사항에 단지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위험을 알고도 방관하는 자세가 너무 무책임해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 이후 위축돼 버린 해경이 원하는 것은 국민들이 '해경의 공백'을 느껴 예전의 해경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계속되는 방관 자세는 오히려 국민들에게 해경의 공백보다는 해경의 무책임을 비난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해경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수십년간 수많은 사건과 사고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과연 해경의 것인지, 국민의 것인지 말이다. <송은범 제2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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