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 전 오늘, 제주고교체제 개편 관련 도교육청 용역진의 공청회가 열렸다. 도민들의 관심과 열기가 대단했다. 이 문제가 제주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임을 보여준 것이다. 일찍부터 제주고교체제 개편을 주장해온 나로서는 이런 도민들의 관심과 열기가 사뭇 반가웠다. 개편의 세부방안을 놓고는 다양한 견해가 상충될 수 있겠지만, 적어도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도민적 합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다.
교육이란 자라나는 아이들의 인성과 지성을 함양하는 데 있다.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의식과 도덕성을 함양하며 개성을 신장하고 자아실현을 돕는 것이 교육이어야 한다. 학벌사회와 대입시스템이 한국교육을 망치고 있다. 이에 더해 제주는 고교체제가 초중등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제주시동지역 평준화고 입시경쟁률은 너무 높고 아이들은 학업스트레스에 상시 노출돼 있다. 반면 읍면지역 일반고와 특성화고들은 대체로 성적 실패군이 떠밀려 가는 학교일 뿐이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학교와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만 하는 학교로 양분화돼 있는 것이 제주고교체제다. 그래서 제주고교체제 개편이 필요하다. 어른들이 아니라 아이들이 가고 싶은 학교가 돼야 하고, 가고 싶은 학교로 진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날 용역진이 전제한 개편의 방향은 제주시 동지역의 평준화고 입시경쟁률을 낮추면서 읍면지역 일반고와 특성화고를 발전시킴으로써 아이들이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드는 것으로 요약될 것 같다. 이 방향이 제안에 충분히 반영됐는지 모르겠지만 평준화고 입시경쟁률을 낮추는 방안으로 학교 신설, 동지역 특성화고 편입, 동지역 근거리 읍면지역 일반고 편입 등이 제시됐다. 읍면지역 일반고의 발전방안으로 예술체육고, 동아시아국제학교, 혁신학교등이 제안됐고, 특성화고 발전방안으로는 제주미래산업구조에 걸맞는 특성화고재편, 마이스터교 등이 제시됐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여러 선택 가능한 대안을 놓고 토론할 수 있는 거리들은 제안됐다고 여긴다.
공청회에서는 여러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나왔다. 제주시동지역 평준화고에만 방점을 둔 개편안이다. 평준화고 입학정원을 늘리면 읍면지역 일반고가 더욱 공동화된다. 읍면지역 일반고로 하여금 다시 특성화고로 돌아가라는 안이다. 예술고가 필요하지만 읍면지역 일반고를 대상학교로 하면 농어촌지역 부모들은 아이들을 여기에 보낼 수 없다. 특성화고의 취업률도 낮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대학진학을 하는 점을 고려해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심지어 이번 개편안에서 우리지역 학교를 대상에서 빼달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 우려는 충분히 경청할 만하고 용역진도 적극 수용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공청회를 지켜보면서 세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첫째, 공청회에는 정작 아이들의 목소리가 전혀 없었다. 물론 용역진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했지만 아무래도 아쉽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어보는 것도 방안이라 여긴다. 둘째, 공청회가 도민들의 의견을 직접 묻는 자리라고 하지만 용역진의 안에 대한 전문가토론이 전혀 없었다. 전문가토론이 있었다면 용역진의 안에 대한 도민들의 이해도를 높이면서 좀 더 생산적인 공청회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셋째, 용역진의 안에는 현상진단과 개편대안에 관한 고민은 있었지만 정작 왜 고교체제를 개편해야 하는가에 대한 교육철학적 성찰이 부족했다. 무엇이 교육의 본질이고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고교체제개편인가에 대한 탐색이 보태져야 할 것이다. <강봉수 제주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