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이 맺어준 부부… 제주는 '운명'이었다[제주愛]

한라산이 맺어준 부부… 제주는 '운명'이었다[제주愛]
[2024 제주愛 빠지다] (2)레슬리 허토우·이경미 부부
캐나다·광주 출신 기적처럼 만나 제주살이 4년차
산과 바다 찾고 학원강사·탐조활동 "나는 행운아"
서귀포시 살고 싶은데 일자리 부족해 다소 아쉬워
  • 입력 : 2024. 07.01(월) 15:22  수정 : 2024. 07. 01(월) 18:12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산이 맺어줬다는 제주살이 4년차인 레슬리 허토우·이경미 부부.

[한라일보] "한라산이 맺어준 부부의 연, 평생 간직하며 행복하게 살 거예요."

레슬리 허토우(38)·이경미(44) 부부에게 필연처럼 일어난 일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1년 충북 청주에서의 삶을 접고 제주로 향한 레슬리씨가 우연한 기회에 경미씨를 만나 한라산을 함께 등반했다. 운명처럼 기적 같은 인연은 사랑으로 번졌고, 제주 정착의 씨앗이 됐다. 캐나다 밴쿠버와 광주광역시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약속의 땅' 제주에서 지난해 9월 결혼해 한창 신혼의 단꿈을 꾸고 있다.

그제(6월 30일) 본사 북카페에서 이들 부부의 모습은 사랑으로 가득차보였다. 차 없이 신혼 집(제주시 일도2동)에서 걸어왔다는 이들은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언제나 '함께'라고 했다.

이들은 함께 걸어온 지난날들을 회상했다. "2021년 6월에 제(레슬리)가 먼저 제주에 와 있었고, 아내와는 5개월 후인 11월에 만나 한라산에 함께 올랐죠. 자연을 좋아하는 저희에게는 한라산은 부부의 인연을 갖게 해준 고마운 곳입니다." "저(경미)도 우연한 기회에 한라산을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마침 기회가 돼 한라산을 함께 오르는데 남편이 가이드를 자처했죠."

캐나다 출신인 레슬리씨는 음악과 미술 등 다재다능하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했던 탐조활동도 자주 즐긴다. 이러한 일들을 누리는데 제주만한 곳이 없다고 했다.

이렇게 이들은 한라산 등반 이후에 연인으로 발전했고, 4년차 제주살이를 이어가고 있다. 레슬리씨는 학원 강사로, 경미씨는 회사를 다니면서 쉬는 날이면 제주의 산과 오름, 해안, 올레길, 섬들을 찾아다니며 제주 자연을 만끽하고 있다. 요즘, 오일시장과 제주 맛집을 찾아다니는 일도 한창이다. 몸국, 고사리육개장, 대방어와 한라산소주, 감귤, 한치 등 모든 음식이 맛있다고 한다.

생물학을 전공한 레슬리씨의 또 다른 취미는 탐조활동이다. 새들을 관찰하기 위해 도내 철새도래지는 물론 마라도, 가파도, 비양도, 우도, 추자도 등 섬을 찾는 일이 잦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다녔던 일들이 제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는 제가 살았던 밴쿠버의 날씨와 비슷해서 고향과 같다는 친밀감이 많이 들어요. 특히 자연, 숲, 해안들이 아름답고 탐조를 할 수 있어서 더 좋아요. 요즘은 집 근처인 사라봉공원이나 신산공원, 멀리 동백동산을 찾고 있죠. 외국인으로서의 제주에서의 삶도 이미 청주에서 대부분 겪었기 때문에 별다른 큰 어려움은 없어요."

그는 생물학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캐나다와 청주에서 록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다재다능한 재주를 가져 쉴 틈이 없다. 제주에서도 밴드를 결성해 활동하고 싶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그는 제주에서 살면서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고맙수다(고마워요), 유니크(독특한)한 제주어에 대한 관심이 많아 더 공부하고 싶어요. 그리고 전공과 관한 일들인데, 학교나 대학에서 자연이나 과학에 대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탐조가이드도 생각 중이고, 제주 자연에 대한 그림과 글을 넣어 책을 만들고도 싶어요. 예술성을 더한 다큐도 제작해 보려고요."

최근 한라일보 북카페를 찾은 레슬리·이경미 부부. 2021년 제주에서 만나 지난해 9월 결혼해 4년째 제주살이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활동량과 호기심이 많기 때문에 제주에서의 삶은 지루할 틈이 없고, 이러한 제주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살고 있는 자신은 '행운아'라고 했다.

이들 부부는 제주시를 떠나 서귀포시의 삶도 계획하고 있다. 다만 학원 강사 자리는 있는데, 사무직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경미씨의 말이다. "제주에 정착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걱정이 일자리 문제겠죠. 언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수려한 자연이나 편리한 대중교통, 의료, 전통시장 등에 대해서도 큰 불편함이 없지만 단 한 가지 일을 해야 하는데 일자리가 부족한 점이 다소 아쉽죠. 서귀포시가 제주시보다 더 마음에 드는데, 직장 문제가 걸려 이 부분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아요."

다소 부족하더라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끼리 만나 행복하게 살기에는 제주보다 좋은 곳도 없을 것이라는 부부다. 인터뷰 내내 서로로 바라보며 귀를 기울이는 모습만으로도 행복이 충만하다.

차도 없이 '뚜벅이'의 삶을 살고 있는 부부의 모습은 여유롭고 또한 정겹다. 필요하면 자전거를 타고, 장거리로 대중교통 편이 없는 오름을 오를 때면 렌터카를 타고 다니는 이들에게 교통은 불편함이 아니다. 조금은 느리고 삶이 불편하더라도 제주의 삶은 매우 만족한다는 평가다.

서로의 손을 맞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제주라는 배경과 잘 어울린다. 서로에게, 낯선 곳이라도 스며드는 삶의 자세가 아름답다.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다음채널 구독 바로가기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86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