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내란·참사로 얼룩진 새해, 마음 건강 챙기려면…

[휴플러스] 내란·참사로 얼룩진 새해, 마음 건강 챙기려면…
  • 입력 : 2025. 01.17(금) 03:00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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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12·3 계엄사태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불면·우울·무기력 호소 시민 늘어… ‘내란성 증후군’ 신조어도
“탄핵 정국, 참사 애도 속 미디어 소비 조절해야”

[한라일보] 꽤나 조용하고도 을씨년스럽기까지한 새해를 맞았다. 어디가 특별하게 아픈 건 아니면서도 '왜 이렇게 피곤하지' 하는 생각과 느낌, 무기력감, 얕은 몸살 기운이 지속됐다. 최근 벌어진 역사에 기록될 굵직한 일들을 지켜보며 보통의 나날과 일상의 안녕이 대단히 감사한 일로 여겨지면서도, 늪에 빠진 듯 계속 가라앉았다. 잠도 오지 않아 잠을 못 자니 커피를 더 마시고 커피를 더 마시니 밤에 잠이 오지 않고 긴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운 날들도 많았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한 내란 사태와 참사 이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내란성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내란성 증후군', '계엄 무기력증'이란?=최근 '내란성 불면증' 혹은 '내란성 우울증'을 포함한 '내란성 증후군', 혹은 '계엄 무기력증'이라는 말이 소개되고 있다. 정확한 의학적 용어는 아니지만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 긴장감에 시달리는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의 심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며 큰 공감을 얻었다. 혼란스러운 국내외 정세에 많은 이들이 잠 못 드는 자신의 상황을 공유하며 점점 더 광범위하게 인용되고 있다.

'내란성'이라는 말은 국민들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심리적 혼란을 의미함과 동시에 국가의 존립과 헌법질서를 흔드는 심각한 '내란죄'를 지칭하는 중의적 의미로 쓰인다. '내란'이라는 단어에 나라 안의 혼란과 내면의 혼란이라는 두 가지 뜻을 담은 것이다.

실제 가짜뉴스가 아니겠냐며 반신반의하던 계엄령이 실제 상황임을 깨달았던 12월 3일부터 많은 이들이 밤잠을 설치던 것은 물론이다. 이후로도 매일 밤 뉴스를 끄고 잠자리에 들면서도 내일은 어떤 사건이 생겼을까 두려워 뒤척이다 밤이 길어진다.

연말의 비극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희망찬 새해를 겨우 며칠 앞둔 12월 29일 모두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소식이 뉴스를 다시 한번 뒤덮었다.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며 '내란성 불면증'은 전 국민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내란성 우울증'으로 확산됐다. 언제 어디서나 내게 일어날 수 있었던 사건이라 생각하니 밤잠을 설치고, 시간이 지나도 우울함과 비통함에서 쉽게 벗어날 수가 없다는 호소가 이어진다.

직장인 이모(32)씨는 "모든 소식이 계엄과 탄핵 관련 내용으로 도배되고, 동료들과도 관련한 부정적인 이야기만 한다. 웬만해선 지인들끼리 정치 이야기는 지양했는데 요즘은 매일 정치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말다툼으로 이어지는 일도 잦다"라며 "시도 때도 없이 속보가 나와서 답답하지만 확인하지 않을 수도 없고, 부정적인 소식일 것을 알면서도 새벽에 깨서 뉴스를 확인하는 일도 잦다. 숙면을 잃었다"라고 말했다.



▶트라우마 유발 우려… "지속 시 전문가 도움", "미디어 소비 조절"=이번 사태로 인한 직간접적인 트라우마 피해도 구분할 수 있다. 트라우마란 일반적인 스트레스의 범주를 넘어서는, 충격적이고 압도적인 경험이다. 사람의 몸과 마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사건을 겪으며 나타나는 심리적 충격 반응이다.

계엄 선포 당시 국회 등의 현장에서 위협적인 상황에 노출된 이들은 직접적인 주요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과거에 경험했던 심각한 폭력 상황을 다시 떠올리고 트라우마 증상이 재발한 환자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스스로 몸과 마음의 변화를 조절하기 어렵다면 지체 없이 전문적인 평가와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직접적인 피해자의 가족과 지인, 미디어 등으로 관련 상황을 지켜본 시민, 관련 업무 종사자 등은 간접적인 '엔(N)차 피해자'로 구분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계엄사태는 미디어로 생중계된 만큼 이를 지켜본 무수한 시민이 간접적으로 트라우마 사건에 노출됐다.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스트레스 반응이 줄어들어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할 가능성은 낮지만, 일상생활과 업무에 큰 지장이 있을 정도이거나 1개월 이상 관련 증상이 지속할 땐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의학적으로 트라우마 사건 노출 뒤 1개월까지는 누구나 증상을 겪을 수 있는 급성기지만, 이후 3개월을 넘어서 지속한다면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만성화 상태로 본다.

전문가들은 정치·사회적 혼란이 주는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서 회복하기 위한 몇 가지 실천법을 제시한다. 술·담배 등의 물질 남용을 피하고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 운동을 유지하며 일상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파국적 상황을 상상하기보단 현재의 생활과 업무 등 현실에 집중해야 하는데, 쏟아지는 관련 정보와 뉴스가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미디어 소비를 조절해 필요한 만큼의 정보를 능동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수동적으로 정보의 영향을 받는 방송, 유튜브 등의 영상 매체 시청을 제한하고 필요한 만큼만 활자 매체를 읽는 등 미디어 조절 노력이 요구된다. 신문 읽기가 가장 좋다. 신문은 일정한 시간을 두고 정제된 뉴스를 전달하기에 능동적으로 정보를 해석·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 친구, 이웃 등과 서로를 지지하는 소통도 중요하며, 정치 혼란 상황이 당분간 장기화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지나친 분노나 냉소적 감정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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