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초기 치매 증상이 있는 남성 노인, 무거운 짐을 들다가 허리를 다친 남성.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식사 지원, 청소, 방문 운동 지도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은 여성이다.
이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형 돌봄 정책'으로 2023년 10월부터 운영해온 '제주가치통합돌봄' 사업 확대를 알리는 버스 내부 홍보 영상 중 일부다. 약 1분 분량의 짧은 영상이지만 돌봄은 여성이 맡는 것이라는 성 역할 고정 관념이 드러나는 홍보물이 최근 제주 곳곳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반복해 재생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제주도는 자치법규, 계획, 사업, 홍보물 등을 대상으로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해 왔다. 성별영향평가는 관련 법과 조례 등에 의해 법령, 계획, 사업 등 주요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특성, 사회·경제적 격차 등의 요인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평가함으로써 정책의 성평등 실현에 기여하도록 하는 제도다.
최근 3년간 제주도의 성별영향평가 실적을 보면 2022년 343건, 2023년 323건, 2024년 311건에 이른다. 이 중에서 홍보물에 대한 성별영향평가는 2022년 9건, 2023년 15건, 2024년 26건 등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제작돼 동영상 채널에도 공개되고 있는 '제주가치통합돌봄' 홍보물은 성별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의 관계자는 "영상을 보고 내부적으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했지만 이미 홍보물이 완성된 후의 일이었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는 성별영향평가 강화 계획을 밝혔다. 15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양성평등위원회의 2025년 정책 개선 권고 사항으로 성평등하고 안전한 지역 축제 환경 조성, 도정 홍보물에 성인지 관점 반영 활성화, 주요 계획에 성주류화 고도화를 제시한 제주도는 "도정 홍보물과 중장기 계획은 기획부터 집행 단계까지 성별영향평가를 강화해 성차별적 표현과 편견을 최소화하고 남녀 모두를 위한 포용적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사업비 500만 원 이상 도민 대상 정책 홍보물 제작 시에도 사전 성별영향평가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도정 홍보물이 도의 가치관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도하지 않은 성 불평등 요소를 사전에 점검해 공공성을 강화하고 도민 만족도를 높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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