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오늘도 인간들의 기도를 듣는다. "달님이시여", "무엇이든 이루어주는 달님"으로 시작되는 온갖 기도에 달은 매일이 울고 싶다. 그 기도를 들어줄 신비한 힘도 없을뿐더러 순수했던 기도도 욕심으로 변할 거라는 걸 안다. 인간을 향한 마지막 친절까지 사라진 달에게 어느 날,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소설 '울지 않는 달'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달의 이야기다. 땅에 떨어진 달은 눈을 감을 수도 손과 몸을 움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쟁에서 숨진 여인 품에 있던 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다. 인간의 일에 개입하는 건 있을 수 없다며 몸을 돌려보지만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은 양면의 마음이 고개를 든다.
달과 아이 앞에 늑대 '카나'가 나타나며 셋이 함께하는 새로운 생이 펼쳐진다. 달은 항상 아이 곁을 지키는 카나를 신기하고 의아하게 바라보는 '관찰자' 자리에 서지만, 서서히 '함께 있음'을 경험한다. 그러면서 자신 역시 카나와 아이에 의해 '지켜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세상에서 그저 사라져 버리고 싶었던 달의 마음속 감정이 섬세한 언어로 일렁인다. 지금 여기, 외로운 이들에게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라고 다정히 다독인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이지은 작가의 첫 소설이다. 그림책 '팥빙수의 전설' 등을 쓰고 그린 작가의 소설 속 그림이 달의 얘기를 따라 빛을 낸다. 창비. 1만6000원. 김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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