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함께 어우러져 사는 지혜가 필요한 때

[하루를 시작하며]함께 어우러져 사는 지혜가 필요한 때
  • 입력 : 2015. 07.08(수) 00:00
  •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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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 시내에 일을 보러 나설 때마다 이전엔 느끼지 못했던 교통 체증을 종종 느끼게 된다.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신호대기를 위해 도로 위에 줄줄이 늘어선 차들을 보면 확실히 섬 내 인구가 늘어났음을 피부로 체감하게 된다.

지난 4월을 기준으로 현재 제주도 인구는 61만을 넘어섰다. 2011년 필자가 처음 제주도 땅을 밟았을 때 인구가 약 55만 명 정도였는데 불과 4년 만에 인구가 6만여 명이 늘었으니 정말 대단한 증가세가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제주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인구 증가율을 보이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근래 들어 제주도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사실 자연 발생적인 것이라기보다 타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4월까지 올해만 5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제주로 이주했다고 한다. 월 평균 1000명이 넘는 인구가 제주로 이주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는 유명 연예인이 제주에 신혼살림을 꾸린 것도 한 몫 담당했을 것이며, 이로 인한 잦은 언론 노출과 수많은 영화, 드라마, 책 등을 통해 아름다운 제주의 모습이 끊임없이 소개된 덕이 클 터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마도 지금과 같은 이른바 타지인들의 '제주도 러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가 성장하려면 인구 증가는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처럼 제주도에 정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게다가 경제 성장 동력인 젊은 층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꽤나 고무적이기도 하다. 도에서 귀농, 귀촌한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더욱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반면 이 같은 외지인들의 급격한 증가를 걱정하는 우려의 소리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도심 중심부가 아닌 해안가 혹은 산골에 터전을 잡고 살아온 촌 지역에서 이런 우려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동경해 모여든 이들이라면 시내보다는 외곽 지역을 선호하게 마련이다. 현재의 인구 증가 추세가 이런 흐름이다 보니 요즘 촌 동네 구석구석 외지인들이 발걸음 하지 않은 곳이 없다. 이로 인해 한적한 촌 마을이 외지인들이 세운 카페며 음식점, 숙소들로 인해 북적북적해지는 곳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조용하던 마을에 활기가 도는 것은 좋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것이 문제다. 좁은 마을길이 온통 주차장으로 변해 경운기조차 지나가지 못할 지경이 되었는가 하면 어느 곳에서는 늦은 밤까지 관광객들이 떠들고 소란을 피우는 통에 마을 주민들이 잠을 못 잔다는 하소연까지 나오고 있다.

사람이 많아지면 어느 곳이든 불협화음이 있게 마련이다. 사람 사는 곳 어디든 갈등이 없을까 싶지만 문제는 서로가 적응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갑자기 가게에 들이닥쳐 차 빼라고 고래고래 소리부터 치는 마을 주민과 자신의 집 앞에 차를 세워둔 게 뭐가 잘못된 것이냐고 똑같이 외쳐대는 외지인의 모습 안에 화해와 이해라는 단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껏 어떤 어려움에도 공동체적인 삶을 지켜온 마을 커뮤니티가 소위 외지인과 토박이로 분류되고 갈라지는 암담한 모습만이 보일 뿐이다.

누구는 타지인들이 마을을 어지럽힌다고 생각할 뿐이고, 누구는 텃세를 부린다고 오해하기 이전에 먼저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함께 어우러져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은주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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