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눈으로 본 '한국사회의 자화상'

사마천의 눈으로 본 '한국사회의 자화상'
이석연의 '사마천 한국견문록'
  • 입력 : 2015. 07.17(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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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등대지기'로 불리는 '법조인'이지만 독서에 대한 애착과 내공을 갖춘 이석연 변호사(전 법제처장). 그는 자신의 독서인생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책으로 사마천의 '사기'를 꼽는다. 그가 오늘날 한국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는 삶의 교훈과 지혜를 드러낸 책 '사마천 한국견문록'을 펴냈다.

대표적인 1세대 시민운동가인 그는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2008년 3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법제처장을 맡았다. 절에 들어가 1년 10개월동안 400여 권의 책을 읽었을 정도로 독서광인 저자는 미지의 깊은 숲처럼 펼쳐진 '사기'의 세계를 탐방하고, 그것을 현실의 세계에 적용하려는 의지를 이책에 담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기'에 대해 "역사는 언제나 정의가 승리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신의 기구한 처지에 빗대어 갈파하고 있다. 사마천의 인간에 대한 고뇌가 묻어 있다. 내가 삶의 역경과 선택의 순간에 사마천을 생각하고 그에게 배우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중국 전한 왕조 무제 시대에 사마천이 저술한 역사서인 사기는 기원전 22세기부터 기원전 2세기까지 역사를 기전체 형식으로 담고 있다. 유려한 필치와 문체로 역사서뿐만 아니라 문학으로도 큰 가치를 지니는 사기는 후대에 수없이 인용돼왔다.

이처럼 '사기'에는 역사 속에 명멸해 간 제왕과 제후 그리고 수많은 인물들과 각국의 생존사가 생생하게 담겨 있어 역사상 많은 지식인들은 이 책을 인간의 본질을 가장 날카롭게 파헤친 인간학의 보고라고 부른다.

이 책은 '사마천이 한국사회를 본다면 무엇을 어떻게 기록했을까'라는 관심에서 시작된다.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문화, 역사의 면에 이르기까지 '사기'의 시각에서 본, 즉 사마천의 눈으로 본 한국사회의 자화상을 그린다.

'악(惡)의 평범성'의 만연과 세월호 사건, 직언이 없는 정치, 곡학아세하는 지식인, 대권쟁취자들의 고질병, 존경할만한 원로가 없는 사회, 변절이 미화되는 세태, 일관성이 없는 법치 등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않는 제반 현상을 22가지로 정리해 '사기'의 원문을 토대로 그 해법을 모색하는 것은 물론 동서고금 인물들의 시각에서도 한국사회를 조명한다. 결국 자신들의 비정상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들의 잣대로 국민들에게 변롸를 요구하고 있는 정치인과 지식인들에게 고하는 직언도 들어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공정함과 정의가 국민적 삶의 올바른 가치로 정립되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뚜벅뚜벅 걷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제대로 평가받고 대접받는 한국사회를 꿈꾸는 의지와 희망을 담았다. 까만양.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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