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메르스 사태로 본 제주관광의 위기관리시스템

[월요논단]메르스 사태로 본 제주관광의 위기관리시스템
  • 입력 : 2015. 07.20(월) 00:00
  •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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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얼마전 제주관광학회 회원들과 필리핀 마닐라로 산업시찰을 다녀왔다. 필리핀은 한국인이 많이 찾는 국가로 방문할 때마다 늘 환대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한국에서 메르스가 한창 발병하고 있을 때라 미리 약속한 교육기관에서도 우리의 방문을 허락해 주지 않았다. 사전에 방문 승낙을 받고 추진한 일정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메르스에 대한 우려로 교육기관 방문이 무산됐다.

장면#2 중국 상하이를 가기 위해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대기실에 갔는데, 예전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보통 그 시간이면 국제선 대기실이 출국을 앞둔 중국 관광객들로 북적였는데 이번에는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매일 3편씩 상하이를 왕복하던 비행기편도 1편으로 감축되어 운영되고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국제선 노선도 상당수 운항이 중단되거나 감축된 상태였다.

장면#3 최근 김포공항 커피숍에서 미팅 약속이 있었다. 커피숍에는 내국인 관광객으로 앉을 자리가 없었고, 마스크를 착용한 관광객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메르스가 진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국내 관광객들은 메르스 공포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여름 휴가에 나서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메르스 발생 이후 필자가 경험한 사례들을 시간 순으로 나열해 보았다. 관광산업이 외부환경에 얼마나 취약한지 피부로 와 닿게 하는 사례들이다. 국내관광은 되살아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은 언제쯤 돌아올지 아직 미지수이다. 다행히 메르스는 진정국면에 접어들었고 정부는 곧 WHO 기준에 따라 메르스 종식을 선언한다고 한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로 청정지역임을 자부해 온 제주관광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필자는 이번 상황을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안 마련을 통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관광산업이 최대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제주는 다양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사안별 대응책을 매뉴얼화하여 언제라도 작동할 수 있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글로벌 교류가 촉진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외부적인 사건, 사고로 인한 제주관광의 위기가 더욱 빈번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상황을 상정해 봐야 한다. 메르스가 한국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에서 발병했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중국으로부터 오는 관광객을 받아야 하는가? 아니면 거부해야 하는가?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답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메르스 사태 진정에 에너지를 쏟는데서 한발 더 나아가 위기관리시스템을 강화하는 데까지 노력한다면 제주관광 체질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번 메르스사태때도 제주에선 발병자가 나오지 않았고 메르스 청정지역임을 우리 스스로는 자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외 관광객의 입장에서 제주는 본토와 동일한 메르스 위험지역으로 인식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기업인 삼성이나 엘지의 브랜드가 한국의 국가브랜드 인지도보다 높게 나타나고, 기업의 마케팅도 국가보다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도를 높이는데 집중되고 있다. 우리 제주 또한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제주가 한국 본토와는 차별화된 지역으로서 인식될 수 있도록 제주의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해야 한다. 제주 브랜드를 한국의 관광브랜드를 뛰어 넘어선 독자적인 브랜드로 성장시켜, 한국과 차별화된 이미지로 관광객들의 마음속에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각종 위기상황 속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제주관광을 지속시킬 수 있을 것이다. <김의근 제주국제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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