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김태욱 이벤트 기획·연출 감독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김태욱 이벤트 기획·연출 감독
3대 체육대회 ‘최초 연출’ 영예… 국내 간판 연출자 명성
  • 입력 : 2015. 07.29(수) 00:00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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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대 대형스포츠 이벤트 개·폐회식을 맡아 업계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김태욱 감독은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총연출자로서 꿈을 이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는 현재 이벤트전문회사의 기획이사로 재직중이다.

지난 14일 막을 내린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성공적으로 대회가 마무리되면서 메르스 여파로 잔뜩 움츠렸던 국민들도 적지 않은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이 대회는 제주인들에게는 또다른 특별함이 있는 대회로 기억될 듯 하다. 국내외 호평을 받은 이번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개·폐회식의 총연출 감독이 바로 제주토박이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이벤트전문회사인 (주)씨포스트 기획이사를 맡고 있는 기획자 겸 연출감독 김태욱 씨(41)다. 이미 업계에서는 대형 행사 연출자로서 인정받아온 그이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연출자로서 이름 석자를 대한민국에 알렸다. 두 달 간의 광주에서의 대회 업무를 마치고 최근 상경한 김 감독을 지난 24일 만나 소감을 들었다.

"대회가 끝나니 홀가분하면서도 아쉽기도 하고, 부족한 저에게 주시는 관심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향을 떠나면서 꿈꿨던 저의 작은 소망이 이뤄져 매우 감격적입니다. 여러 이벤트를 해오면서 언젠가는 국제 메가이벤트 개·폐회식을 연출해보고 싶다고 소망했는데, 현실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제 인생의 새로운 시작점이 될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는 유명 뮤지컬 제작자인 박명성 총감독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도 아래, 총 332일 동안 32명의 크리에이터, 1000여명의 스태프, 2233명의 출연자들을 이끌었다. 총감독이 큰 그림을 그리고 방향을 잡아낸다면, 총연출은 총감독의 손과 발이 되어 현장을 지휘하고, 실제 행사 준비의 전반적인 실무를 맡아 사실상 행사의 성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전 세계 120여개국에 중계될 정도로 큰 규모인 이번 행사가 하나부터 열까지 김 감독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이다. 물론 미술, 의상, 영상, 조명, 음악, 안무 등 분야별 전문가들과 함께 한 협업이지만, 이들을 이끌어나가며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그의 연출력이 닿았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이런 종류의 대규모 체육대회 개막행사를 이벤트의 꽃이라 부른다.

"작은 소품에서부터 등장인물의 동선·표정하나까지 모두 연출의 몫입니다. 이번 대회는 6개월을 매달렸는데 한 장면을 그려내기 위해 수백가지의 아이디어를 검토해야 했지요. 그 과정 속에서 총감독님의 연출의도를 잘 파악하고 수많은 감독들과의 합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쉽지는 않습니다. 이번 대회는 특히 세계 젊은이들의 축제인 유니버시아드 대회로서 대한민국의 전통 문화와 오늘의 대중문화를 기반으로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연출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미션을 완성해야 하기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제 막 불혹의 나이를 넘은 그가 어떻게 메가 이벤트로 불리는 국제 대회의 개·폐회식을 맡게 됐을까. 오로지 수많은 행사 연출 경력을 통해 그의 전문성을 인정받은 결과다. 그는 27살이던 2001년 처음 이벤트 업계에 발을 들여 짧은 시간 동안 입지전적인 경력을 쌓아왔다.

대학생활때 각종행사 진행하며
웃고 울리는 이벤트매력에 빠져
국내·외 대형이벤트 24회 연출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개·폐회식 총연출 영광 꿈 이뤄"


이벤트 업계에서는 전국체육대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전국생활체육대회를 '3대 체육대회'라 지칭하는데 그가 바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3대 체육대회를 모두 연출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제85회 전국체육대회 연출감독을 시작으로,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폐회식 5회, 전국생활체육대축전 개·폐회식 5회 연출을 비롯, 세계소방관경기대회(2010) 개회식,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 개회식(2007년) 등의 다양한 기념행사도 연출했다. 2004년 전국체육대회 연출감독을 맡았을 때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로부터 극찬을 받은 뒤 주목받기 시작했고 큰 대회를 연이어 맡게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출가의 일이라는 것이 무대 뒷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지는데다 행사 홍보를 위해 유명인들을 연출자로 내세우는 분위기로 그처럼 잔뼈가 굵은 전문가도 이름을 알리기 쉽지 않았다.

"이 분야 일이 말 그대로 출연자들과 행사 참가자들을 부각시키는 일이어서 역할이 큼에도 불구하고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또 최근 몇 년 사이 연출 전문가 보다 다른 분야의 이름있는 분들이 요직을 맡아오면서 더 조명 받지 못한 게 사실이죠.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저만이 아니라 이벤트 업계 전문 인력들이 조금이나마 관심을 받게 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7월 3일 열린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개막식 모습.

경력이 있다고 연출기회가 그냥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번 대회를 비롯해 지금껏 그가 맡아온 모든 행사들은 매번 치열한 입찰 경쟁을 뚫어야 했다. 기획, 경험, 프리젠테이션 능력 삼박자 아니 그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왔다. 일년에 크고 작은 행사 20여개를 연출하는데 행사 수주를 위해 100건 이상의 제안서를 만들어야 한다. "워낙 다양한 분야의 행사를 맡다보니, 저희들은 항상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이번 대회의 경우 6년 전 대회 유치를 한 전문가 집단은 물론, 광주 시민들에게도 자신들의 고장을 이렇게 표현하겠다라는 것을 설득해야 하기에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지요. 심지어 2007년에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를 맡았을 때는 화장실에 대한 공부를 했을 정도입니다.(웃음)"

그는 이벤트 연출은 고되지만, 사람들을 웃게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도 하고,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는 등 사람의 감성을 끌어내는 일이어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그를 지금의 길로 인도한 셈이다.

"대학(제주대 해양토목공학과 94학번) 4학년 때 학교 축제 무대를 기획하고 연출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정말 많은 비가 내렸는데도 제가 준비한 무대를 보며 수많은 학생들이 열광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저의 진로를 이 분야로 찾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졸업과 함께 상경해 공연 관련 공부를 시작했지요. 운이 좋게도 당시 강의에 오셨던 KBS의 정상용 감독님(제주출신·現 씨포스트 대표)을 만나 현장 경험을 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고향 제주에서는 ICC JEJU 제주국제컨벤션센터 개장 기념식,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식 및 기념 멀티미디어쇼 등의 연출을 맡은 바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열린 제95회 전국체전은 참여하지 못했다. 당시 김 감독은 제주어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육지에서 전문 연출자가 돼서 돌아온 아들이, 제주에 있는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요망지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한다. 아쉬움이 남지만 그에게는 아직 할일이 많이 남아있다. 당장 오는 10월 경북 문경에서 열리는 2015 세계군인체육대회 개·폐회식 프로듀서 역할을 맡고, 이어서 강원도에서 열리는 제96회 전국체육대회 개·폐회식 총감독 겸 연출을 맡는다.

그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홀로 자식들을 키우고, 집 떠난 아들이 자기 밥벌이나 할까 걱정하고 기도하시는 어머니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식이 되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연출했지만, 더 열심히 노력해서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연출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고향 제주에 감사할 줄 알고, 제주사람들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2002 한·일월드컵 제주경기 개막식 연출


김태욱 감독은 누구?


김태욱 감독은 제주시 출신으로 제주교대부속초등학교, 제주중학교, 대기고등학교, 제주대학교 해양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예술경영학 석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주)씨포스트의 기획이사로 재직 중이며 각종 국가행사 및 축제, 박람회, 공연 등의 기획과 연출자로서 활약하고 있다. 2002 한일월드컵 제주월드컵경기장 개막식 연출감독을 시작으로 전국체육대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전국생활체육대축전 개·폐회식 등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폐회식 연출 경험이 24회에 이른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등 다수의 수상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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