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박영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원장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박영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원장
"우리나라 해양과학기술 한단계 도약 위해 기여할 것"
  • 입력 : 2016. 11.09(수) 00:00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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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관측위성 천리안 2호 제작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제주출신 박영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원장은 "해양관측위성은 세계 최초로 하고 있는 것이라서 미국 나사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이 바로 우리의 해양과학이 한단계 도약할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미현기자

일본·벨기에·호주에서 선진 해양과학연구 역량 쌓아
연구원 연구행정 총괄 조정… '천리안 2호' 제작 참여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해양과학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시대 당면 현안인 기후변화 문제, 육상자원 고갈 등의 원인과 해법을 바다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 폭우 등 극한 기상현상이 더 자주 발생하고 있고 해수면 상승은 태평양의 도서 국가와 저지대 해안 도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또한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바다는 육상자원을 대체할 미래자원의 보고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3년 설립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해양개발연구소가 현재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으로 이어져 오면서 해양과학의 역량을 높여오고 있다. 2003년에 건설된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2010년 발사된 천리안 해양관측위성, 최근 취항한 한국 최초의 대형 해양과학조사선 '이사부호' 등이 대표적인 성과물이다. 다년간 해외에서 선진 해양과학연구 역량을 쌓고 우리나라의 해양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제주출신 박영제(50)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원장을 지난달 17일 만났다.



특별한 의미를 둔 이어도 기지


"전 세계적으로 해양과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바다는 기후변화에 대한 조절자이면서 동시에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으므로 기후변화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해양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생물자원과 광물자원을 찾기 위해 해양자원에 눈을 돌리고 있지요. 해양영토 문제도 국가간 큰 이슈입니다. 연구원의 연구 행정을 총괄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부원장으로서 해양과학기술 개발을 통해서 사회 현안에 대응하고, 국가가 요구하는 과학적인 정책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생산하고 서비스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다루는 연구분야는 기후변화, 환경보전, 미래자원, 지구환경, 해양공학, 해양정책 등으로 그 범위가 매우 방대하다. 2003년 완공한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의 경우 과학기지로서 뿐만 아니라 우리의 해양영토 측면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중국과 일본, 우리의 공해상에 있는 암초에 건설된 이어도 기지는 건설 후 초기에는 한국해양연구원 (현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운영하다가 2007년부터 국립해양조사원으로 이관됐다. 이곳에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을 포함한 기관 및 대학의 연구원들이 2~3개월에 한 번씩 1주일 정도 머물면서 현장 관측을 수행하고 관측장비 점검작업을 벌인다. 여기서 관측된 각종 자료는 무궁화위성을 통해 국립해양조사원으로 전송되며, 검증된 자료는 기상청을 비롯한 관련 기관에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건설은 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건설 당시엔 일본, 중국의 반발도 적었는데, 짓고 보니 이 기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돼 주변국들의 견제가 상당합니다. 또한 이 기지는 우리의 해양과학기술의 수준을 굉장히 높였습니다. 건설 기술 자체도 우리 기술이며, 기지는 연속적인 자료 관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를 이용한 연구와 비교할 때 정보의 질과 양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후속 해양관측위성에 책임감


천리안 해양관측위성 또한 우리의 기술력을 전세계에 알린 성과물이다. 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공동 노력을 바탕으로 2010년 발사된 천리안 해양관측위성은 세계 최초로 정지궤도에서 운영되는 해양관측위성이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정보 위성이나 과학용 위성을 개발했고 지구환경관측을 주 목적으로 하는 위성은 없었다. 정지궤도는 적도 상공 약 3만6000㎞에 위치해 지구를 한바퀴 도는데 정확하게 하루가 걸리는 궤도이므로, 정지궤도 위성은 지구 표면에 대해 항상 같은 위치에 있다.

정지궤도에서 움직이는 천리안 해양관측위성은 우리나라를 계속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해양에 어떤 문제가 생길 경우, 구름이 가리지 않는 한, 적시에 위상영상을 제공해준다. 제주 주변 해역의 저염분수, 적조현상중국에서 발생하는 모자반이 동중국해에 얼마나 퍼져있는지도 관측 가능하고, 녹조현상도 확인할 수 있다. 황사나 미세먼지 등 기상현상도 국내 문제인지, 인접국 문제인지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박 부원장은 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하는 천리안 해양관측위성 2호 제작에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천리안 위성 2호기 제작에 관여하고 있는데 해양을 관측하려면 사용자 요구조건을 (성능) 정확히 이야기 해줘야 합니다. 우리의 연구에 필요한 기능이 어떤 것이다 하는 의견을 제공하는 것이죠. 위성이 올라가면 자료를 수신하고 개발하는 지상처리시스템 개발 연구도 수행 중입니다. 천리안 후속 위성과 관련해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위성이 올라갔을 때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보들을 생산해서 제공하고,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해양생태계에 대한 지식을 조금이라도 더 쌓아나가는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해양관측위성은 세계 최초로 하고 있는 것이라서 미국 나사에서도 굉장히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우리의 해양과학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합니다."

그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KAIST 물리학과 석·박사를 거쳐 일본과 벨기에, 호주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일본에서는 우주공학 연구기관인 NASDA 연구원으로 1998년부터 4년간 근무하며 위성자료 시스템 개발 관련 연구를 했다. 당시 위성 연구를 하면서 해양위성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2002년부터 6년간 벨기에 왕립자연과학연구소에서 북해(North Sea)의 해양환경을 연구하면서 이 지역에 대한 위성 자료 검증 연구를 했다. 2008년부터 3년간 근무한 호주 연방과학기술원(CSIRO)에서는 호주 천해 및 연근해 원격탐사 등 다수 연구과제에 참여 및 책임자로 활동했다. 이후 2011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책임연구원으로 입직, 해양위성센터장과 물리연구본부장을 거쳤다. 그는 지금은 국제해색조정그룹(IOCCG) 과학위원회 및 집행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벨기에에 있을 때는 해양연구를 위해 직접 배를 타고 나가 일주일씩 배 위에서 생활하기도 했는데, 배멀미를 많이 하는 편이라 첫날, 이튿날은 항상 힘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돌이켜보면 연구는 자기와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게을러질 때마다 스스로 질책하면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과학자로서는 저의 과학기술이나 지식을 바탕으로 연구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거나 국가의 현안 문제를 해결했을 때 많은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제주바다 오염 경각심 가져야


그는 어렸을 때부터 과학자를 꿈꿨었다. 과거엔 지금과 달리 과학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했고 사회적으로도 과학자의 위상이 꽤 높았기 때문이다. 최근 이공계가 외면받는 세태에 대해서는 씁쓸함도 느낀다. 미래 세대 과학경쟁력도 우려될 정도다. 그는 과학자는 자기 연구 능력만 있다면 국경의 제약 없이 연구활동을 할 수 있는 장점을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이 꼭 알아두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박 부원장은 최근 제주도의 인구가 급증하고 산업시설이 들어서면서 제주바다의 오염 문제에 대해 반드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제주는 청정해역, 청정에너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해양이 오염되면 여러 방면에서 굉장히 큰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얼마 전 남해안 콜레라 발생시 지적된 것 처럼 하수처리는 해양 관리에 있어서 매우 기본적인 문제입니다. 제주가 자체 오염원이 돼서는 절대 안될 것이며 인간의 무분별한 활동으로 인한 해양오염의 피해는 결국 인간에게 그대로 돌아온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서울=부미현기자



박영제 부원장은…


광양초등학교, 제주제일중, 오현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물리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일본 NASDA(현 JAXA) 초청연구원(1998~2002), 벨기에 왕립자연과학연구소(RBINS) (2002-2008), 호주 연방과학기술원(CSIRO) 연구원 (2008-2010)을 거쳐 2011년부터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재직 중이다. 해양위성센터장, 물리연구본부장을 지냈고 현재 부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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