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적은 비에 바싹 마른 땅… 타들어가는 농심

[현장] 적은 비에 바싹 마른 땅… 타들어가는 농심
동부지역 가뭄에 구좌읍 당근 파종 시기 미뤄져
"3주째 비 안 내려… 해마다 가뭄 현상 심해져"
서부지역 양배추·브로콜리 농가도 물 부족 호소
도, 농작물 가뭄대책 TF 꾸려 농업용수 등 지원
  • 입력 : 2026. 07.29(수) 17:33  수정 : 2026. 07. 29(수) 19:39
  •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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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농민 김우람씨가 자신의 밭에 있는 마른 흙을 파내며 가뭄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유리기자

[한라일보] "비가 올 생각을 안 하니 파종이 계속 미뤄지고 있어요. 매일 일기예보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29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상도리에서 당근을 재배하는 김우람(45)씨는 바싹 마른 밭을 보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가 밭에 있는 흙을 손으로 파내자 흙먼지가 뿌옇게 흩날렸다. "비가 좀 내린 상태였다면 흙을 15㎝ 정도 파냈을 때 촉촉해요. 근데 지금은 다 말라서 부서져 버리죠."

제주 동부지역에서 가뭄 초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구좌읍 등 동부지역은 대표적인 당근 재배지로,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가 일반적인 파종 시기다.

한창 파종기를 단 트랙터로 농촌이 붐빌 시기이지만 이날 오후 구좌읍에서 움직이는 트랙터는 한 대도 볼 수 없었다.

김씨는 "비가 7월 초부터 안 오기 시작해 3주 넘게 내리지 않고 있다. 이 시기에 구좌읍 전체 당근 농가 중 30%는 넘게 파종이 돼야 하는데 지금 5%도 안 된 것 같다"며 "파종이 늦으면 생육기간이 짧아져 수확에도 차질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농가들과 파종 시기도 겹쳐 트랙터 등 장비 부족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이 폭염에 스프링클러를 뿌려도 금방 증발해 버린다. 흙을 흠뻑 적실 정도의 비가 몇 번은 내려줘야 한다"고 했다.

서부지역도 물 부족 현상을 겪긴 마찬가지다.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서 양배추·브로콜리를 재배하는 강승구(59)씨는 "한창 모종에 물을 줘야 하는데 비가 안 와서 관정에 물이 부족해서 멀리서 물을 길어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씨는 "지금 모종을 잘 길러놔야 8월 말에 정식을 하는데 물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며 "이 시기엔 원래 물이 가물긴 하지만 너무 이르게 물이 부족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29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상도리. 7월 말부터 8월 초는 당근 파종으로 바쁠 시기이지만 초기 가뭄 증상으로 파종이 미뤄지고 있어 한산하다. 양유리기자

제주도에 따르면 현재 도내 토양수분 관측지점 39곳 중 14곳이 초기 가뭄, 5곳이 가뭄 상태로 확인됐다.

지하수의 대체 수자원인 저수지의 수량도 낮은 상황이다. 도내 10개소의 저수율 평균은 40.3%로 평년 60.2%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 장마는 지난 6월 30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총 20일 동안 지속됐다. 장마기간 총강수량은 117.2㎜로, 평년 장마철 강수량 348.7㎜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지속되는 폭염에 적은 강수량으로 초기 가뭄 현상이 나타나자 제주특별자치도는 '농작물 가뭄대책 TF팀 종합상황실'을 가동해 농작물 피해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는 가뭄 대응체계 1단계를 가동해 토양수분과 농작물 생육 상황을 상시 점검하고, 농업용 시설과 장비를 지원한다. 특히 농업용수 수요가 집중되는 동부지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구좌읍에서 급수탑을 개방하고 공용 물백을 설치한 상태다.

제주도 관계자는 "전년 대비 당근 파종이 지연되고 있어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물백 등을 설치해 농업용수를 지원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생작물 피해는 확인되고 있지 않으나 가뭄 초기 증상을 보이는 만큼 예의주시해 농업용수 공급을 적극 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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