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Ⅷ 건강다이어리] (173)조혈모세포이식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Ⅷ 건강다이어리] (173)조혈모세포이식
신비의 세포… ‘조혈모세포이식’을 아시나요?
  • 입력 : 2026. 09.11(금) 02:00
  • 한치화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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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국내 첫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이후 치료기술 발전
건강한 혈액을 다시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이식의 모든 것
다발성골수종·일부 림프종·급성백혈병 등에선 치료 성과도


[한라일보] 우리나라에서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에게 동종(同種) 조혈모세포이식이 처음으로 시작된 해가 1983년 봄이다. 그전에 개를 대상으로 실험적 골수이식을 한 기간까지 더 하면 조혈모세포이식에 참여한 지 45년이 됐다.

▶조혈의 신비=핏속의 혈액세포들인 적혈구와 각종 백혈구들 그리고 혈소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조혈(造血, hematopoiesis)이라고 한다. 골수(骨髓, bone marrow)는 작은 벌집 모양의 뼛속 공간으로 이곳에 조혈모세포(母細胞)라는 모든 혈액세포들의 기원세포가 있다. 인간이 어머니 뱃속에서 형상이 제대로 갖추어지기 훨씬 이전인 배아(胚芽, embryo) 시기에 난황이라는 기관의 바로 옆에 최초의 조혈모세포들이 모여 있는 혈도(血島, blood island)가 나타난다. 이후 배아가 자라서 태아(胎兒, fetus)가 되는 과정에서 태아 간(肝)이 형성되면 혈도의 조혈모세포들이 간으로 가서 조혈을 한다. 그리고 태아 간에 있던 조혈모세포들은 임신 12주경에 형성된 뼛속의 골수로 이동해서 그곳에서 평생토록 마르지 않고 조혈을 한다. 이처럼 조혈모세포는 모든 종류의 혈액세포들로 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인 다분화능(多分化能, multipotentiality)을 갖고 있으며 최초의 조혈모세포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자기복제(自己複製, self-renewal)'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평생 그대로 유지된다. 심지어 조혈모세포들을 반복해서 수집해도 샘물에 물이 다시 고이듯 줄지 않고 다시 채워진다. 조혈모세포는 신비의 세포이다.

신장의 여과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만성신부전 환자는 기증자의 콩팥을 하나 떼어서 이식을 받는다. 조혈모세포이식은 콩팥 이식과는 다르게 환자의 인간백혈구항원(HLA) 체계와 일치하는 기증자의 골수 혈액에 들어있는 건강한 조혈모세포들을 수집해서 수혈 방식으로 이식한다. 한 부모로부터 태어난 자손들은 멘델의 유전법칙에 따라 약 25% 확률로 HLA가 완전히 일치하므로 이들 간 이식만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혈모세포은행을 통해서 HLA가 완전히 일치하는 타인 기증자를 찾아서 이식한 결과가 친자손들 사이의 결과와 차이가 없어 자주 시행된다.

한치화 제주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조혈모세포들의 수집=조혈모세포들은 전신마취를 한 상태에서 기증자의 골반으로부터 특수한 바늘과 주사기로 약 500㎖ 또는 그 이상의 골수 혈액을 뽑는 방식으로 수집한다. 하지만 근래에는 기증자에게 과립백혈구생성촉진제(G-CSF)를 수일간 매일 주사해서 골수로부터 조혈모세포들이 혈액으로 잠깐 나와 순환하도록 만들어서 헌혈에 사용되는 자동혈구수집 및 분리기로 수집한 조혈모세포들(말초조혈모세포)을 많이 이용한다. 조혈모세포들이 세포 표면에 CD34라고 부르는 항원성 물질을 갖고 있어서 이식에 요구되는 조혈모세포의 수를 정확하게 맞추고 있다. 수집된 조혈모세포들을 정맥으로 수혈하면 24시간 이내에 환자의 골수로 찾아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조혈을 시작한다.

▶성공적인 이식을 위한 사전조치(전처치 및 이식편대숙주반응의 예방조치)=HLA가 완전히 똑같은 일란성쌍둥이 관계가 아니고서는 환자의 면역기구가 기증자의 조혈모세포를 남으로 인식해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이러한 거부반응을 예방하고 환자의 나쁜 골수 조혈 환경을 재정리함과 동시에 급성백혈병인 경우 골수에 남아 있는 백혈병 세포들을 박멸하기 위해 이식을 하기 전에 특정 항암제를 고용량으로 주사하고 필요하면 온몸에 방사선을 쪼이는 전신방사선조사(total body irradiation, TBI)를 한다. 이러한 일련의 사전 조치를 전처치(conditioning)라고 한다.

거부반응과는 반대로 건강한 조혈모세포 기증자의 골수나 말초혈액에 섞여 있는 T림프구들이 환자를 남으로 알고 공격하는 '급성이식편대숙주병(acute graft versus host disease, aGVHD)'을 일으킨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조혈모세포를 주입하기 직전부터 주입 후 소량의 메토트렉세이트와 사이클로스포린 등의 면역억제제를 단기간 투여한다. 최근 사전 조치 방법의 발달과 이식 후 초기에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를 고용량으로 주사해서 HLA 체계가 절반만 일치하는 반일치이식(haploidentical transplantation)도 가능해졌다. 이렇게 조혈모세포이식이 과거보다 더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이식 후 회복과정=조혈모세포들을 수혈하고 나면 늦어도 평균 2주 이전에 조혈 기능이 거의 정상으로 회복된다. 이 기간에는 먼지보다 작은 곰팡이 포자까지 걸러주는 특수 여과장치를 통과시킨 공기를 양압으로 공급하는 무균격리실에 머물러야 하고, 백혈구 수를 빠르게 회복시키기 위해 촉진제인 G-CSF를 매일 주사해서 세균과 싸우는 중성백혈구수가 1000/㎣ 이상으로 회복되면 일반 병실로 나오게 된다. 그리고 수개월 간 이식편대숙주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복용시켜야 한다. 이들의 면역기능은 신생아와 같은 수준으로 돌이 될 때까지 서서히 회복돼 간다.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은 각종 조혈모세포질환들의 완치를 위해 시행된다. 주로 조혈모세포에서 발생한 혈액암인 급성림프구성백혈병과 급성골수성백혈병, 골수이형성증, 일차성골수섬유증, 조혈모세포들의 절대 수가 감소한 중증재생불량성빈혈, 그리고 중증복합면역결핍증과 골경화증, 유전형 질환들인 겸상적혈구빈혈과 지중해빈혈 등이 대상이다.

▶자가조혈모세포 이식=다른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항암치료를 통해서 암의 병세가 최대로 좋아진 시점에 환자 자신의 조혈모세포들을 수집해서 분리한 다음 섭씨 영하 186℃의 초저온 상태로 보관했다가 항암제들을 고용량으로 주사하고 나서 바로 냉동된 조혈모세포들을 해동시키자마자 수혈하는 치료 방식이다. 다발성골수종과 일부 림프종, 급성백혈병, 생식세포암 그리고 항암화학치료에 반응이 우수한 몇몇 고형암들에서 대단히 우수한 치료 성과를 얻고 있다.

40여년 동안 급성백혈병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혈액-종양 의사를 중심으로 여러 전문 진료과 의사들과 전문간호사들, 지원 부서 직원들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제주 환자들이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으려고 서울로 가야 하는 현실이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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