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를 선택한 이들의 로망과 현실은?

'제주살이'를 선택한 이들의 로망과 현실은?
● 홍창욱의 '제주, 살아보니 어때?'
  • 입력 : 2015. 10.09(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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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터뷰 형식의 책을 펴내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이미 인터뷰 했던 내용을 글로 옮기는 것이기에 '쉽다'고 볼 수 있지만 그 당시 인터뷰 했던 '화자'의 상황과 출간 시점, 그리고 향후 그들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독자들은 인터뷰한 이들에 대한 '보증'과 '검증'을 저자에게 암묵적으로 요구하기에 더욱 그렇다.

최근 제주살이를 꿈꾸는 이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게 로망과 환상을 걷어내고 제주이주의 민낯을 공개한 책이 나왔다.

제주 이주 6년차인 홍창욱씨가 쓴 '제주, 살아보니 어때?'는 로컬 푸드 요리사, 게스트하우스 주인장, 전업 블로거, 박물관장 등 다양한 분야의 이주민 19명의 이야기를 통해 휴양지나 관광지가 아닌 삶의 공간으로서의 제주도를 진솔하게 전하고 있다. 또 제주에서 나고 자란 선주민 5명과의 인터뷰도 담았다.

홍씨는 이상은 높고 현실은 추웠던 서울에서 저녁 없는 삶에 회의를 느끼고 정말 원하는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고민하다 제주에서 살기, 시인이 되기, 가족과 함께 세계를 여행하기, 이렇게 세 가지 꿈을 이루면 인생이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에 아내를 설득해서 제주로 이주했다. 그리고 2014년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을 펴내기도 했다.

궁금했다. 수많은 이들중에 이들을 선택한 것은 '어떤 기준'이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홍씨는 "2012년부터 50여명에 이르는 이들을 만나 인터뷰했고 그중에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 그리고 '제주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을 선정했다"며 "'아니면 말고'가 아니라 '이왕이면' 하는 심정으로 좌충우돌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책에 실린 제주 이주민들의 삶은 대단하거나 거창하지 않다. 다만 제주에 살고 싶다는 로망을 현실로 바꾼 용기 있는 사람들의 좌충우돌 경험담이다. 책에 등장한 이주민들은 제주에 일단 와서 살아보라고, 이왕 살기로 결정했다면 욕심을 버리고 제주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이 책은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인 괸당, 비극적인 현대사 4·3사건 등 제주에서 살아가려면 알고 있어야 할 문화부터 바뀌어가는 현재 제주의 모습까지 곁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자발적 이주민으로서 치열한 삶을 살아온 홍씨의 경험담은 이 책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홍씨가 만난 지금종 조랑말박물관 관장은 "육지에서 누렸던 모든 것들을 여기 와서도 동일하게 누리려고 하면 안 돼요. 버리는 게 있어야 해요. 제주에서 살면서 얻는 게 있을 테니까요"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홍씨는 "왜 많은 사람들이 왜 변화를 가져오려고 할까요? 대한민국 사람들이 어찌됐든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하는 시기에 놓인 것은 아닐까요? 제주올레·제주이주 현상은 분명 한국사회에 던지는 화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기자에게 어렵게 털어 놓았다. "3년동안 인터뷰 하면서 후회스러웠던 적도 있지요. 그 중 2명은 생을 마감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누군가의 삶을 제가 서술한 것이 아니라 '발화자'가 따로 있기에 부담없이 사람을 즐겁게 만나고 있어요." 그의 긍정의 에너지가 '제주이주민'에게도 전파되기를. 글라.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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