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 70살 인턴
  • 입력 : 2015. 10.22(목) 00:00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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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얼마만인가 싶다. 오랜만에 여운이 남는 영화를 본 것이.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있겠지만 내 취향에는 '딱'인 영화였다. 바로 요즘 핫한 영화'인턴'이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40년간 일한 직장에서 퇴직한 70살의 '벤 휘터커'(로버트 드 니로)는 어느날 온라인 패션몰 회사의 시니어 인턴으로 취업한다. 새 직장에서 워킹맘 30살의 여성 CEO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을 돕는 비서 업무를 하게 되면서 직장안팎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인턴'에서 눈길을 끄는 건 바로 70살 인턴의 모습이다. '로버트 드 니로'라는 노장 배우의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도 한몫 했을 터다. '벤'은 늘 정장을 차려입고 각진 서류가방을 들고 출근한다. 상사가 먼저 일어서기 전에는 퇴근하지 않는다. '벤'은 젊은 보스에게 함부로 나서서 충고하려 하지 않고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는 묵묵히 옆을 지키며 키다리아저씨 역할을 자처한다. 그동안의 인생경험으로 직장의 젊은 동료들과 어울리며 멘토 역할도 한다.

하지만 영화를 본 후 흐뭇함 뒤에 씁쓸함이 밀려왔다. 이 모든 것이 판타지에 불과하지만 노인의 재취업, 워킹맘의 현실, 세대갈등 등 우리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이 교차됐기 때문이다. "뮤지션한테 은퇴란 없대요. 음악이 사라지면 멈출 뿐이죠. 제 안엔 아직 음악이 남아 있어요." 수십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은퇴후 허전함을 느낀 70살 노인'벤'이 인턴 지원을 하며 자기소개서에 담은 말이다.

고령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제주는 물론 전국에서는 '벤'처럼 아직도 일하고 싶고, 일할 수 있는 노인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영화 속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처럼 우리나라에도 노인 일자리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보인다. <박소정 뉴미디어총괄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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