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 제주의 숨은 자원, 숨골을 위한 제언

[목요담론] 제주의 숨은 자원, 숨골을 위한 제언
  • 입력 : 2015. 12.24(목) 00:00
  • 편집부 기자 seaw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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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에 제주를 다녀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눈 덮인 한라산의 절경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제주지역이 여름에는 비,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고 이것들이 지하수맥으로 흘러 들어가 침투되면서 제주의 땅이 비와 눈을 정화시켜, 온 국민들이 선호하는 깨끗하고 안전한 제주의 지하수가 됐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제주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라산체가 인고의 세월로 만들어내는 지하수가 좋은 곳이다. 화산활동으로 이루어진 지질층들이 천연필터 역할을 해서 지표수가 지하수맥으로 침투하는 데 평균 20여 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즉 그만큼 많이 걸러지고 정화되어 깨끗한 물이 되고, 화산토의 미네랄이 녹아들어 물맛이 담백하고 품질이 우수하다. 제주에서는 소중한 자원인 지하수를 후손들에게 잘 물려주기 위해 곶자왈, 동굴 등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간과되고 있는 것이 있다. 화산지형으로 인해 만들어졌고, 도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나 천연동굴의 주변, 농경지, 초지나 목장 등에 존재하는 숨골이다. 숨골이라는 어감으로도 알 수 있듯 제주는 하나의 한라산체가 살아 있는 유기체로 숨골은 제주 지하수의 중요한 시작지점이다.

숨골의 존재가 확인된 후 숨골이 지하수 함량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문가들에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종합적인 관리가 안되고 있다. 개발수요로 인해 메워지거나 확인하기 힘든 경우도 있고 예전부터 삶 속에서 알고 있는 지역주민들 외에는 확인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특히 숨골의 위치와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 돌아가신 이후에는 발견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 현재 전문가들은 제주지역에 초지나 목장, 경작지내, 하천 등에 약 300여곳 정도의 숨골이 존재한다고 추정할 뿐이다. 특히 숨골 중에서 목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경우 관리차원에서 울타리를 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찾아다니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숨골의 존재를 밝히는 현황파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때 지역주민들의 경험과 확인이 중요하다. 확인이 된 곳이 사유지인 경우에는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숨골이 위치한 필지만이라도 세금을 감면해 주거나 일정비율 할인해 주는 등 인센티브를 토지소유주에게 주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서 토지소유주의 토지사용 승락 등을 거쳐 최소한의 관리를 위한 일련번호를 새겨 조그만 표지석을 설치하고 숨골 전체를 관리해야 한다.

또한 안전 및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숨골은 깊이가 깊고 풀과 잡목 등으로 덮여 있는 경우가 많아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마소가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숨골 주변에 친환경적 재료를 이용한 안전난간을 설치하고 유지관리를 해야할 것이다. 더불어 숨골의 DB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숨골은 제주 지하수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제주개발공사가 제주특별자치도와 공동으로 숨골 표지석 설치나 위치 정보 등을 DB화하는 사업을 확보해 관리하는 것도 좋겠다.

숨골은 제주의 깨끗한 물과 관련이 있고 숨겨진 자원이다. 또한 향후 제주지역 내 스토리텔링의 한 요소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지하수 함량 및 관리에 대한 노력과 사업들도 추가적으로 한다면 더욱 좋은 이미지와 도민들의 격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제주의 숨은 자원인 숨골을 잘 관리하여 후세에 온전히 물려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성용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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