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2016년, 후대는 어떻게 평가할까

[백록담]2016년, 후대는 어떻게 평가할까
  • 입력 : 2016. 01.18(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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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지역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000여개의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16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를 조사했더니 제주만 유일하게 기준치 100을 넘었다는 것이다. 관광객이 증가하고 인구가 늘면서 소비와 투자 증가세가 이뤄진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런데 이같은 소식에 공감하는 도민들은 얼마나 될까. 어깨가 으쓱해지는 부류는 정치인들일 게다.

지금 제주는 외래자본의 투자와 외지인들의 이주가 열풍이다. 자본가들은 향후 제주가 나아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투자를 하려는 것이고 이주민들은 제주에서의 삶이 이전의 삶보단 나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제주행을 선택하고 있을 게다. 이런 판단을 유도한 결정적인 것은 관광객 급증세다.

문제는 관광객 급증에 따른 투자열풍과 개발, 이주민들의 쇄도가 제주토박이들과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래자본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뭘까. 골자는 '잘먹고 잘살기' 위해서다. 여기서 잘산다는 것, 지금의 내가 행복하고 후손들도 좋은 환경 속에 살아가는 게 아닐까. 잘산다는 것, 경제적 요소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금 제주에서 진행되는 모든 것들이 경제논리에 매몰되고 있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제주 관광시장이 1300만시대를 넘어 조만간 2000만시대를 열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관광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은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는다. 수십년간 이어지던 인구 50만시대가 깨지고 60만을 훌쩍 넘어섰다. 인구는 늘었지만 이주민들과 제주토박이들이 상생하며 잘살고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토박이들은 외지인들을 향해 '그들만의 세상'에서 제주인과 단절한채 살고 있다고 꼬집는다. 최근 수년새 인구 10만명이 늘어난 제주사회를 놓고 지방정부는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수많은 토박이들은 기본적인 교통난을 비롯해 끈끈한 정이 훼손되고 익명성이 판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인구가 늘고 관광객이 폭증하니 부동산 광풍이 자연스럽게 제주사회에 휘몰아치고 있다. 특히 제2공항 건설은 부동산광풍에 불을 지폈다. 실거주가 목적인 제주사람들 대부분 부동산투기와 거리가 멀다. 제2공항이 추진되는 핵심은 관광객 증가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상대대로 터를 딲고 뼈를 묻었으며 그런 땅을 다시 후손에 물려주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터전에서 쫓겨나야 하는 현실이 과연 정상적인가?

관광객이 늘고 이에 따른 투자유치와 개발은 일자리 창출 등으로 이어지고 가구당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면서 윤택한 개인 삶과 가정생활로 연결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순리다. 즉, 앞서 언급했듯 잘사는 것이다. 그런데 잘살자고 추진하는 일이 적지 않은 이들에게 피눈물을 쏟게 하고 사회적갈등을 양산한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과거에 비해 많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제주사회는 아직도 공동체적 요소가 적지 않은 곳이다. 제주사회를 지금껏 지탱해 온 공동체가 파괴되고 있는데는 모든 일이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만 추진되는게 한몫하고 있음은 주지해야 할 일이다.

관광객과 인구가 늘고 제2공항이 들어선다고 떠들썩한 지금의 2016년을 후대엔 어떻게 평가할까? 시계를 되돌리고 싶어하는 후손들이 없기만을 기대해볼 뿐이다. <김성훈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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