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Ⅵ](4)지카 바이러스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Ⅵ](4)지카 바이러스
메르스 '타산지석'… 매개체 감염병 차단책 필요
  • 입력 : 2016. 02.12(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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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 바이러스 발생 국가 여행자를 대상으로 검역을 강화중인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직원들이 발열 감시 적외선 카메라 등을 통해 입국자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숲모기에 물린 뒤 발열·근육통 등 증상
임신부 감염시 신생아에서 소두증 유발
제주 유입될수 있지만 확산가능성 낮아

이웃 중국에서 외국 여행을 다녀온 남자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예방대책에 대해 적극 홍보와 함께 검역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에볼라와 메르스 등을 자세히 설명해줬던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미생물학 교실 이근화 교수의 협조로 지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이근화 교수

#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지카 바이러스는 1947년 우간다 지카숲(Zika forest)의 붉은털원숭이에서 최초로 확인됐으며, 1954년 나이지리아에서 인체감염사례에 대한 첫 보고가 있었다. 그 후 소규모, 산발적으로 아프리카 및 아시아에서 발생이 보고됐으며, 2007년 태평양 미크로네시아와 2013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대규모로 발생했다.

남미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은 2015년 3월 칠레에서 확진환자가 발생·확인 및 보고된 후 2015년 5월부터는 브라질과 콜롬비아에서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했으며, 12월에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 첫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치사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카 바이러스 확산사태와 관련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시 나타나는 임상증상은 지카 바이러스가 감염된 숲모기에 물린 후 2일에서 7일 후 가벼운 발열, 발진, 관절통, 근육통, 결막염 및 두통 등이며, 길랭-바레 증후군(Guillian-Barre syndrome)과 같은 신경계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임신부가 감염된 경우 신생아에서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카 바이러스의 주된 전파는 주요 매개체 감염병인 뎅기열과 같이 숲모기(주로 매개체는 이집트숲모기이며, 흰줄숲모기도 매개체로 알려져 있음)에 의해 전파되지만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정액에서 바이러스가 나오며 성관계를 통해 감염이 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 및 보고했다. 정액 뿐만 아니라 타액 및 소변에서도 지카 바이러스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 매개체인 숲모기의 활동(서식 및 번식)은 기후요소(온도 및 강수량)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집트 숲모기가 알에서 부화하고 유충(장구벌레)이 성체모기로 성장할 수 있는 온도는 14도에서 36도사이로 알려져 있다. 최저 한계온도는 9도에서 10도 정도로 14도 이하 및 36도 이상에서는 유충이 성체로 잘 자라지 못하며 이집트 숲모기가 성장하는데 최적의 온도는 보통 20도에서 30도 사이로 파악되고 있다.

강수량의 경우 모기개체수를 늘어나게도 하지만 반대로 감소시키는 역할도 한다. 즉 적당한 강우량으로 빗물이 고이는 웅덩이가 만들어지고 폐타이어에 빗물이 고이게 되면 숲모기의 알이 유충 및 성충이 되는 장소가 늘어난다. 하지만 비가 너무 많이 내리게 되면 빗물에 숲모기알이 모두 쓸려가 성체가 만들어 질 수가 없다.

제주도 흰줄숲모기 분포도. 이근화 교수 제공.

# 제주지역 흰줄숲모기 분포

제주도에서 2010년부터 흰줄숲모기 채집한 결과를 살펴보면 외부에서 유입이 가능한 지역인 제주국제공항 및 제주항에서 많이 채집이 되며, 그 다음으로는 숲모기의 서식지인 숲지역에서 많이 채집됐다. 도심에서는 공항, 항만 및 숲지역에 비해서는 적은 수의 개체가 채집됐다. 월별 채집결과를 보면 4월부터 개체수가 늘기 시작해 7월에 최대치를 보이며 11월까지 개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흰줄숲모기가 아직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지카 바이러스가 세계화에 의해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은 있지만 유입된다고 해도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아직까지 지카 바이러스의 주된 매개모기인 이집트숲모기가 국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으며 흰줄숲모기의 경우 현재 제주도에는 흰줄숲모기의 성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에서 국내로 감염환자가 유입됐을 때 전파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게 많은 만큼 무엇보다 감염 예방책을 알리는게 필요하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지카 바이러스의 주된 전파 경로가 숲모기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지카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모기인 숲모기를 우선적으로 피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집트숲모기와 흰줄숲모기는 낮에 활동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발생국 여행시 야외 활동, 특히 숲지역에서 활동할 때 곤충 기피제를 수시로 뿌리거나 밝은색의 긴팔, 긴바지를 입어 숲모기에 물릴 노출부위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지카 바이러스의 경우 임신부에게 감염이 됐을 때 신생아에서 소두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임신부의 경우 지카바이러스 발생국 여행을 자제하는 게 좋으며, 여행이 불가피한 경우는 출발 전에 의료진 상담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귀국 후 의심증상 발생시 의료기관 방문이 꼭 필요하다.

2015년 메르스발생에서 보듯 에볼라, 뎅기열, 지카 등과 같이 국내에서 토착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감염병은 국외에서 감염된 환자 혹은 병원체에 감염된 매개체(예,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숲모기)가 공항이나 항만을 통해 들어오면서 감염병 유입·전파 및 확산이 시작이 된다. 제주도 흰줄숲모기 분포도에서 보듯 외부유입이 가능한 공항 및 항만지역에서 이러한 매개체가 많이 발견된다. 따라서 병원체를 갖고 있는 모기가 공항이나 항만을 통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매개체모기의 서식 및 번식은 기후요소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전 지구적인 현상인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병원체를 갖고 있는 모기가 외부에서 유입된 후 계속해서 서식 및 번식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외부유입이 가능한 지역 및 월별로 집중적인 감시와 방제를 통해 국내에 발생하지 않은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와 같은 매개체감염병의 유입·전파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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