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이자율과 미래의 경제학

[월요논단]이자율과 미래의 경제학
  • 입력 : 2016. 04.25(월) 00:00
  • 편집부 기자 su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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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경제학에서 가격결정의 기본원리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이다. 즉,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돈, 금전에도 가격이 존재한다. 아니 어떻게? 돈에 가격이 있다니?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다. 우리 사회에는 돈이 필요한 곳이 있고 돈이 남는 곳이 있다. 돈이 필요한 주체를 '적자 경제주체'라 하고 돈이 남는 주체를 '흑자 경제주체'라 한다. '적자 경제주체'의 대표적 예는 기업이고 '흑자 경제주체'의 대표적 예는 가계이다. 기업은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므로 항상 배가 고프고 자금이 부족하다. 가계는 미래의 삶을 위해 돈을 모으고 저축한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흑자 경제주체'인 가계가 모으고 저축한 돈은 '적자 경제주체'인 기업에게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된다. 가계는 현재의 소비를 희생하고 돈을 빌려주는 대신 이자를 받는다. 물론 일반적으로 개인이 직접 기업에게 빌려주지는 않는다. 가계는 여유 자금을 금융기관, 예를 들어 은행에 저축하기만 하면 은행이 알아서 돈을 빌려줄 기업을 물색하여 대출해 주게 된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이러한 일련의 현상을 '금융'이라 부른다. 그런데 가계가 모으고 저축하는 돈이 투자하는데 사용될 기업의 필요 자금보다 많다면 돈의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돈에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자금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면 돈의 가격, 이자율은 하락한다.

최근 은행에 돈을 저축하면 받는 이자가 크게 낮은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기업이 자금을 빌리지 않고 있다. 기업이 자금을 빌리지 않는 이유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미래가 너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니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배치하기도 어렵다. 인력을 배치할 계획을 세우기 어려우니 고용을 늘리지도 못한다. 고용을 늘리지 못하니 가계의 수입은 감소한다. 가계의 수입이 감소하니 소비가 감소한다. 소비가 감소하니 기업의 매출이 감소한다. 기업의 매출이 감소하니 고용을 줄인다. 악순환이다.

이러한 악순환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모든 선진국이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었고 빠져들고 있다. 그래서 국가는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대표적인 정책이 제로 금리, 나아가 마이너스(-)금리 정책이다. 이 정책은 쉽게 말하면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주지 않거나 심지어 보관료 형식의 수수료를 받겠다는 의미이다. 이자도 없고 심지어 보관료를 내니 차라리 지금 돈을 쓰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다. 또한 기업은 돈을 빌리면 이자가 없거나 심지어 보조금을 더 얹어주니 돈을 빌려 투자하라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 유럽에서 지난 3월 시중에 자금을 풀어 돈의 가격, 이자율을 떨어뜨렸으나 기대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래소득, 미래수익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기대할 수 있는 미래가 있어야 자금을 투자할 것인데 글로벌 자본주의 경제 전체를 휘감은 불확실성이 긍정적 기대를 상쇄시키는 것이다.

지난 13일,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국가에, 道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 이제 국가가, 道가 화답할 차례이다. <오태형 부경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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