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路 떠나다]안덕면 동광리 제주4·3길

[길 路 떠나다]안덕면 동광리 제주4·3길
그 시절 집터엔 돌담길 너머 대숲 소리 쓸쓸히
  • 입력 : 2016. 05.20(금) 00:00
  • 최태경 기자 tkchoi@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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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면 동광리 4·3길은 제주의 아픈 역사를 발로 디디며 만날 수 있는 걷기 코스다. 지난해 10월 열린 동광리 4·3길 개장식.

큰넓궤 가는길·무등이왓 가는길
지난해 10월 2개 코스 정식 개장
영화 '지슬' 촬영장소 등 유명
이정표·안내판 따라 탐방 무난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의 '큰넓궤'. 제주4·3을 소재로 한 독립영화 '지슬'(제주어로 '감자')의 촬영장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4·3당시 동광리 주민들이 2개월 가량 집단적으로 은신생활을 했던 곳으로 1948년 11월 중순 중산간 마을에 대한 초토화 작전이 시행된 이후 주민들이 야산으로 흩어져 숨어 있다가 이 곳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굴 속에서 지낸 지 40여일 후 토벌대의 집요한 추적 끝에 발각됐는데, 이후 토벌대를 피해 무작정 산으로 들어간 주민들은 한라산 영실 인근 볼레오름 부근에서 토벌대에 총살되거나 생포된 후 정방폭포나 그 인근에서 학살됐다.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 무등이왓은 1948년 11월 마을이 전소돼 지금까지 복구되지 못한 잃어버린 마을이다. 약 300년 전 관의 침탈을 피해 숨어든 사람들이 화전을 일궈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4·3사건 당시 마을이 불타 버리자 주민들은 도너리오름 앞쪽의 큰넓궤에 숨어드는 것을 시작으로 눈 덮인 벌판을 헤매다 유명을 달리했다. 4·3사건으로 무등이왓 130호 가구에서 희생자는 100여명에 이른다.

불타버린 마을은 이후 재건되지 못했다. 집터 자리는 대나무 숲만 무성한데 올렛길·돌담 등의 흔적이 남아 있다.

동광리 4·3길이 시작되는 동광리 복지회관(위), 큰넓궤 입구(아래).

제주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이 하나의 길로 이어져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재탄생했다. 바로 '동광마을 4·3길'로 지난해 10월 말 정식 개통됐다.

동광마을 4·3길은 '큰넓궤 가는길'과 '무등이왓 가는길' 두 개의 길로 구성됐다. 두 개의 길은 각각 6km로 왕복 2시간이 걸린다. 이정표가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어서 걷기에 큰 어려움이 없을 듯 하다.

두 길의 시작은 동광리 복지회관에서 시작된다. 큰넓궤 가는길은 동광분교를 지나 마을을 가로지르게 되면 말굽형으로 된 삼밧구석이 나온다. 임씨올레에 이르러 주변을 살펴보면 농경지 잣담이 당시 평화로웠던 집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특히 큰넓궤를 향하는 목장 길가에는 다양한 식물군을 볼 수 있는데 때를 잘 만나면 4·3 당시 주민들이 따먹었던 꾸지뽕과 으름, 다래 열매가 열린 것을 볼 수 있다.

이 길은 동광리 복지회관을 출발해 동광분교, 삼밧구석마을 터, 임씨올레, 4·3희생자 위령비, 잃어버린마을 표석, 큰넓궤 입구, 큰넓궤, 도엣궤까지 갔다가 동광마을 입구로 해서 복지회관으로 되돌아 오는 코스로 구성돼 있다.

무등이왓 가는길은 임문숙일가 헛묘에 들른 뒤 육거리를 건너 20여분 걸어가면 무등이왓마을이 나온다. 마을 안길을 걷다 보면 집이 불타버린 터마다 당시 대나무가 아픈 사연을 들려주는 듯 하다. 억울한 원혼들을 위해 마음속의 조화를 놓고 나서 원물로 발길을 옮기다 보면 왜 평화를 지켜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동광리 복지회관을 출발해 임문숙일가 헛묘, 동광육거리, IUCN기념숲, 무등이왓마을 입구, 최초 학살터, 광신사숙, 연자방아, 잠복학살터, 안덕충혼묘지, 이왕원, 원물, 원물오름, 복지관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제주4·3길 조성은 민선 6기 공약사업으로 4·3당시 최대 피해지역인 중산간 마을에 우선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동광리를 시작으로 올해는 상·하반기로 나눠 두 곳의 4·3길이 추가로 조성된다. 상반기에는 공모를 거쳐 사업대상지로 남원읍 의귀리가 최종 선정돼 조만간 안내판과 이정표 등 시설물 설치공사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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