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소 잃고 외양간도 잃을라

[편집국 25시]소 잃고 외양간도 잃을라
  • 입력 : 2016. 05.26(목)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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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의 공통점은 우리 사회 곳곳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바뀐 정부조직법에 따라 해경은 해체되고 국민안전처가 출범했다. 제주도가 감염관리본부 설치 지역으로 선정되는 등 국가방역체계에 대한 개편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사후약방문식 대책이었지만 '외양간'마저 잃을 수 없다는 위기 의식엔 모두가 공감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최근 제주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이 상태로 가다간 '외양간'도 잃을 수 있겠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얼마 전 해경은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를 지키던 직원들을 사실상 철수시켰다. 마라도의 치안 수요가 줄고 세월호 사고 이후 여객선 안전관리 업무가 해양수산부로 이관됐다는 게 그 이유였다.

여객선 안전업무가 넘어가는 바람에 해경에게도 철수할 명분이 생겼다. 여객선 안전업무를 누가 맡든 상관없다. 해수부가 하든, 해경이 하든 안전만 강화된다면야 시쳇말로 '장땡'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해수부마저도 마라도에 상주시킬 인력이 없다며 여객선 안전업무를 각 선사에 떠 넘겼다. 안전이 강화되기는커녕 세월호 참사 이전보다 더 후퇴했다.

제주도의 방역체계는 또 어떠한가. 지난 1월 법정 3군전염병인 소 브루셀라에 감염된 환자가 발생했는데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당국이 "환자가 소의 간이나 천엽 등을 날 것으로 즐겨 먹어왔다"는 가족들의 진술만 확보하고 시료 채취 등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소 브루셀라' 청정지역 유지 조건에 '사람 브루셀라병'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청정 지위를 지키는 덴 문제가 없다며 타이틀 타령만 하고 있다. 조직을 바꾸고, 예산을 늘리고, 대책을 발표하면 뭐하나. 시스템을 작동하는 '사람'이 변하지 않는데, 결국 외양간도 못 지킬 판국인데 말이다. <이상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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