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흙수저는 은수저가 될 수 없을까?

[책세상] 흙수저는 은수저가 될 수 없을까?
김동춘 외 '입에 풀칠도 못하게 하는…'
  • 입력 : 2016. 09.30(금) 00:00
  • 홍희선 기자 hah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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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후배가 수업 과제로 제출할 것이라며 사업계획서를 보여줬다. 인건비를 아르바이트만으로 구성한다는 대목에서 깜짝 놀랐다. 자신은 정규직이 되기 위해 토익점수를 올리면서 정작 돈을 써야 하는 사업에는 인건비를 아끼겠다며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모순이 보였기 때문이다.

'입에 풀칠도 못하게 하는 이들에게 고함'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안진걸 사무처장이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와 정태인 칼 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 손아람 작가를 대상으로 '민생'을 주제로 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조국 교수는 청년실업은 단지 한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전체의 문제가 됐다고 말한다.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했던 노력만 해서는 일자리를 얻고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는 기반이 무너진 상태라고 했다. 이러한 사정을 다 무시한 채 젊은이들이 노력하지 않는다고 훈계하는 것은 사실관계부터 틀렸고 청년문제에 관해서는 종합 대책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동춘 교수는 "민생의 어려움은 단순히 먹을거리의 부족에 그치지 않았다. 먹을거리의 충족만을 강조했을 때 나오는 결과가 인간적 자존감 상실이다. 직장이 없고 매일 먹을거리를 고민해야하는 불안에 처한 사람을 시민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했다.

김찬호 교수는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살릴 기회를 주는 민생이어야 했지만 누구나 지금은 삶의 기회가 줄어들고 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한 기회가 줄어드는 것에서 오는 불안과 위축 때문에 세상살이가 힘들다고 했다.

정태인 소장은 경제학에서 도덕을 빼버린 것이 가장 치명적인 한계라며 윤리학을 빼버린 순간 경제학이 망가져 인간이 해서는 안될 일을 당연한 것처럼 오히려 그게 합리적인 행위인 것처럼 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손아람 작가는 문화 산업이 하청 산업화되어 있다며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의 권리를 제작과 유통 쪽 업체가 부당하게 차지하는 현실 등 문화 산업계의 착취 구조를 설명했다. 특히 자신이 힙합 그룹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겪은 한 음반회사와의 소송 경험을 예로 들며 문화 산업계의 불공정 계약을 문제 삼았다. "지금 성공한 예술가 중에 순수하게 자신의 재능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자신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요"라며 이제 문화 예술계에도 남아 있는 청년들은 입에 풀칠은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부모를 둔 은수저라고 했다. 348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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