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태풍 '차바'가 남기고 간 일들(상)

[월요논단]태풍 '차바'가 남기고 간 일들(상)
  • 입력 : 2016. 10.17(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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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은 유난히 재해재난이 많았고 재해양상도 다양했다. 연초 제주국제공항을 완전히 마비시킨 폭설, 긴 열대야와 폭염, 가뭄에 시달렸으며 전 국민이 가슴을 조아린 지난 9월 경주 지진이 있었다. 이번에는 22년 만에 10월 태풍이 내습해 그야말로 자연재해의 종합편인 듯 했다. 급변하는 기후변화와 이상기상으로 대형재해 발생이 더욱 우려된다.

지난 5일 제18호 태풍 '차바'로 제주도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번 태풍은 이동경로와 통과시간 및 강우량이 9년 전 태풍 '나리'와 너무 흡사하다. 많은 강우로 제주시에 피해가 컸고, 국지적 집중호우로 한천 하류부가 범람하고 일부 하천 상류부에서 하천범람으로 제방유실과 주택 및 농지가 침수돼 피해양상도 유사했다. 다행히도 태풍 통과시간이 만조시간을 비껴가 산지천과 병문천 하류부에는 큰 피해가 없었다.

태풍 '나리'는 500년 이상 빈도의 기록적인 강우와 강우중심이 제주시 도심 부근에 위치해 피해가 컸다. 도심하천(한천, 병문천, 산지천, 독사천, 화북천, 흘천 등)의 범람과 복개구조물 부근에서 통수량 부족으로 인해 침수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당시 단기 홍수예방대책으로 시급히 12개 저류지(약 165만톤 저류계획)를 조성하고 중장기적으로 물 흐름을 방해하고 통수단면을 좁히는 복개구간을 정비하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복개구간에 대해서는 논란만 있었을 뿐 아직도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이번에도 피해는 반복됐다.

저류지 조성사업은 치수목적으로 홍수조절과 수해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해 하천변 공간에 저류기능을 시설하는 것이다. 제주도 저류지는 침투형으로 육지부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제주도 특유의 시설이라 할 수 있다. 저류지는 하천 계획홍수량 초과 시 일시 저류해 하류부의 홍수량을 저감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 효과는 설치위치, 유입부 형상, 운영방법 등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설치위치(상·중·하류부)는 도심지의 홍수피해 경감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며 가능한 도심지 직상류부에 설치하는 것이 홍수조절 효과를 확실히 할 수 있다.

제주도 저류지의 유입부 형상은 대부분 횡월류 형태이며 유입되는 흐름의 높이에 따라 저류효과도 민감하게 나타나므로 월류고 결정이 중요하다. 태풍 '나리' 이후 비교적 단기간에 조성된 저류지는 위치선정과 기초조사나 설계기준은 알 수가 없다. 당시 각 하천의 설계홍수량과 현장관측 자료의 부재로 이론적 홍수량만으로 저류지를 설계하고 배치해 육지부와는 매우 상이한 제주도의 특이한 수문특성은 반영하지는 못했다.

한천 상류부에 설치된 한천 제 1, 2저류지의 저류량은 약 90만톤으로 계획됐지만 지하 침투율을 고려하면 실제 저류량은 이보다 훨씬 상회할 수 있다. 만약 상류부에 저류지가 없었다면 이번 태풍으로 한천 하류부의 범람피해는 더욱 컸을 것이다. 다만 저류지 효과와 기능에 대해서는 수문작동 시간, 계획저류량 유입시간, 하천수 유입형태 및 수리특성, 월류고 및 방류구 구조 등에 대해 전반적인 분석 및 평가를 실시해야만 한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해 제주형 홍수재해방어용 저류지 설계기준 설정과 운영·관리 매뉴얼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수시설인 저류지를 보다 과학적·체계적으로 운영·관리하기 위해서는 재해재난 관련부서에 기술직 담당요원을 배치하고 방재전문직을 특별채용해 업무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최대한 유지하며 위기상황 시 재난대처능력을 극대화해야 하겠다.

<양성기 제주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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