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태풍 '차바'가 남기고 간 일들(하)

[월요논단]태풍 '차바'가 남기고 간 일들(하)
  • 입력 : 2016. 10.24(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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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가혹한 자연조건과 이상기상으로 연중 태풍, 해일, 집중호우, 강풍 등 다양한 풍수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강우패턴 변화로 집중호우는 봄과 가을에도 자주 발생하고 강우기록을 갱신하는 대형 태풍과 돌발성 집중호우로 재난피해의 대형화가 우려된다.

선진국은 30년 이상 장기 수문성분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선제적 대응체계 구축과 중장기적 홍수재해예방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육지부도 지속적 하천유량조사와 하천홍수통제소를 설립·운영하고 하천홍수예경보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제주도 하천(지방하천 60개, 소하천 83개)은 집중호우 시 하천유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육지부와는 달리 고투수성으로 건천에 급격한 돌발홍수가 발생하는 독특한 수문특성이 있다. 하천은 대부분 13㎞ 내외인 짧은 직류형과 독립적인 유출사상, 급경사로 짧은 홍수도달시간과 급류로 인해 홍수피해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

기상예보를 위한 기상관측처럼 하천유량관측과 수문성분조사는 대부분 미계측 유역인 제주도 하천의 홍수 예·경보와 각종 법정계획 및 홍수방어대책 수립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하다. 유역별·하천별 특성에 적합한 치수안전도 설정, 계획규모 이상의 홍수대책, 유역단위 치수대책 수립을 위한 제주형 방재기술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태풍으로 한천의 최대 홍수유출량은 초당 약 1000t이었다. 한천교는 두 번의 하천범람으로 복개부분에 상당한 수압과 충격이 가해져 그 대책이 시급하며, 산지천, 병문천 및 독사천의 복개구간도 방재안전구조진단과 개선복구가 요구된다. 이같이 4대 도심하천의 복개구간, 하천범람 및 침수 등의 현안문제는 최소 3~5년간 현장중심 수리수문조사와 조속한 대책수립이 필요하다. 다만 복개구간이 도로로 이용되고 있어 대안마련과 함께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선제적 홍수방어대책으로 제주형 홍수조절 저류지의 설계기준 및 운영·관리 매뉴얼 개발, 수공구조물(저류지, 복개구조물, 하천시설물 등)에 의한 홍수범람예측시스템 개발, 기후변화에 의한 홍수위험예측도 및 돌발성 홍수재해저감을 위한 제주형 홍수예경보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방하천이 50년 빈도의 홍수에도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제주도는 태풍 나리 이후 이 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하여 지방하천은 100년, 소하천은 50년 빈도의 홍수량에 안전하도록 많은 정부예산을 투입하여 하천정비사업을 꾸준히 진행한 결과 일부 하천을 제외하고는 피해가 없었다.

국민안전처와 안전관리실 신설은 재난업무의 일원화와 재난대응훈련 등으로 큰 효과를 거뒀다. 제주도 안전관리실 및 안전총괄과는 효율적 재난대응을 위해 유형별·기능별로 훈련한 결과 이번 태풍에 보다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였다. 여기에는 도민들이 잠든 새벽 3~4시경 강풍, 폭우와 폭류를 동반한 태풍 통과 시 위험을 무릅쓰고 하천현장과 시설물안전을 점검한 관계공무원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만 안전총괄과 하천계를 하천방재관리과로 독립·신설하여 대형재해가 주로 발생하는 하천 및 교량, 저류지 및 우수시설과 해안시설물 등을 현실적·선제적 대응체제로의 업무개편이 불가피하다.

태풍재해의 응급복구는 빠른 속도로 진행됐고 많은 숨은 도움으로 도민들은 빨리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도서지역이며 특수지역인 제주도에서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재해재난에 보다 선제 대응체계 구축과 중장기적인 대응력 확보를 위한 강력한 추진전략이 필요하다. 태풍 나리와 차바가 남긴 일들이 이번에는 제대로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양성기 제주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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