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제주농산물의 활로는 기능성 홍보 전략

[월요논단]제주농산물의 활로는 기능성 홍보 전략
  • 입력 : 2016. 12.05(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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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농산물을 많이 생산해야 돈을 벌었다. 쌀도 가마니로 팔았다. 감귤도 나무상자에 넣어 팔았다. 품질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생산량과 가격은 반비례하기 시작했다. 올해 감귤 가격이 좋은 것은 당도도 높지만 기본적으로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무 가격이 좋은 것도 적은 생산량 덕분이다.

그러나 마냥 감귤의 당도를 높이고 생산량을 줄여 제주농산물을 팔 수는 없다. 내년에도 '차바'와 같은 태풍이 불어 월동채소의 생산량이 줄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제주농산물만의 독특함을 찾고 홍보하는 것만이 새로운 활로다.

제주농산물의 차별화는 기능성이다. 황이 많은 화산회토양 덕분이다. 토양에 황이 많으면 황을 흡수한 작물에 시스틴, 시스테인, 메치오닌과 같은 황함유 아미노산이 많아진다. 황함유 아미노산이 많아지면 맛과 향이 짙어진다. 뿐만 아니라 기능성 물질도 많아진다.

세계 유명 음식에는 동남아 음식이 많다. 태국의 똠얌꿍, 베트남의 고이꾸온, 인도네시아의 나시고렝, 필리핀의 아도보, 인도의 탄두리치킨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독특한 향료 덕분이다. 그 향은 화산이 폭발하면서 토양에 쌓인 황에서 온다. 그 음식들은 몸에 좋은 기능성 물질도 많다. 제주 농산물이 육지부 농산물과 차이가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감귤은 당도만 강조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산의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감귤의 신맛을 내는 구연산은 항괴혈병, 이뇨제의 효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동맥경화증 약의 원료로도 이용된다. 색소 배당체인 나린진의 항산화작용, 항암작용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제주의 월동채소들은 다양한 기능성을 갖고 있다. 양배추의 별명은 '위가 튼튼해지는 보약'이다. 위궤양에 좋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과거에 로마군이 행군을 할 때 양배추만 먹으면 의무병이 필요 없다고 할 정도로 효능이 많다.

겨울 무는 인삼보다 좋다는 얘기가 있다. 한방에서는 인후통, 진해거담의 치료제로도 사용한다. 무로 담근 시원한 동치미를 먹으면 소화가 잘 되는 이유는 소화흡수를 돕는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음식점에 가면 항상 양파가 있는 이유가 있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도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물질이 양파에 많기 때문이다. 양파에는 혈액에 과다한 양분이 쌓이는 것을 막아 혈액을 깨끗하게 하는 성분이 있다고 한다. 양파에 많이 들어 있는 글루타치온이나 알리신의 효능은 인터넷만 찾아보면 무궁무진하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감기에 걸리면 구운 양파를 먹었다고도 한다.

브로콜리는 타임지가 인정한 건강에 좋은 식품이다. 뼈에 좋은 칼슘이 시금치보다 네 배나 많다. 노화를 막고 피부에 생기를 넣는 비타민 E와 만병의 근원인 변비에 좋은 식물성 섬유도 풍부하다. 주부들에게는 이런 내용들을 홍보하면 시장바구니에 브로콜리를 가득 채울 것이다.

올해 제주농산물은 재수가 좋았다.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냥 좋아만해서는 안 된다. 언제 과잉생산을 해결하기 위한 산지폐기로 온 섬이 슬픔에 젖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는 감귤을 당도로만, 월동채소를 반찬의 재료로만 팔려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맛이나 외관보다 기능성을 홍보할 수 있어야 한다. 제주 농산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T/F팀이나 사업단을 운영해야 한다. 새로 연구할 것도 없다. 수많은 국내외 농학, 식품 학자들이 이미 연구해온 내용을 잘 정리하고 홍보 전략만 세워도 제주농산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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