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路 떠나다]눈·코·입 모두 만족 '송악산 둘레길'

[길 路 떠나다]눈·코·입 모두 만족 '송악산 둘레길'
황홀한 해안절경… 눈길가는 곳 온통 바다
  • 입력 : 2017. 01.20(금) 00:00
  • 이태윤 기자 lty9456@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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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겨울 햇살 아래 해안 절경을 벗삼아 꼬불꼬불 둘레길을 걷다 보면 그 아름다운 풍광에 매료될 수 밖에 없다. 이태윤기자

평탄한 8㎞ 코스… 남녀노소 걷기 무난
전망대 서면 사계~서귀포 해안선 한눈에
아름다움과 함께 역사의 생채기도 간직

남쪽 바다에서부터 밀려 들어온 파도가 절벽에 부딪히며 내는 소리는 각박한 생활에서 느꼈던 스트레스를 속 시원하게 날려버리고, 둘레길을 거닐며 자연이 빚어낸 해안 절경은 눈을 즐겁게 한다. 또 제주도 남쪽 앞바다의 상큼한 바다 내음은 후각을 자극한다. 제주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고 있는 송악산 둘레길은 최근 탐방객들의 눈·코·입을 모두 만족시키며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송악산 둘레길. 송악산은 104m의 낮은 산이지만 동·서·남쪽 삼면이 바다로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이 때문에 송악산 둘레길 코스는 8km가 되는 구간이지만 가파른 언덕이 없는 비교적 쉬운 코스로 어린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가 걷기에 무난하다. 특히 코스를 걷는 내내 자연이 만들어낸 해안 절경은 신비롭기까지 해 탐방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둘레길 전망대에 올라 동쪽을 바라보면 산방산, 대평리 박수기정 등 사계리에서 서귀포까지 이어지는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해안가를 따라 보이는 절벽 퇴적층과 형제섬 등은 탐방하는 동안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사진을 찍으면 사진작품, 그림을 그리면 그림작품이 되는 그야말로 경관이 장관이다.

송악산의 옛 이름은 '절울이 오름’으로 불리었다. 절(물결)이 우는 오름이라는 뜻으로 그만큼 파도가 센 오름이라는 뜻이다. 눈으로 보는 절경도 일품이지만 절울이라는 이름처럼 걷는 내내 물결이 바위에 부딪히며 내는 시원한 파도 소리는 귀를 즐겁게 한다.

삼면이 바다로 펼쳐져 있는 송악산 둘레길은 길이 가파르지 않아 누구나 무난하게 걸을 수 있는 코스다.

송악산이 바다와 맞닿은 면은 칼로 베어버린 듯 직각 절벽을 이룬다. 하지만 봉긋 솟은 송악산 분화구 주변은 넓고 완만한 초원이 펼쳐져 있다. 송악산 둘레길을 걷다 보면 분화구 중심으로 수십 개의 작은 봉우리가 있다. 이 크고 작은 봉우리가 모두 99개. 한 개만 더 있었다면 이 지역에서 큰 인물이 태어났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지난해 8월부터 오는 2020년 7월 31일까지 송악산 정상 탐방로가 폐쇄됐다. 송악산은 원래 지형이 약한 데다, 제주올레 10코스에 속하면서 최근 몇 년간 많은 인파를 맞이해야 됐다. 결국, 지난 2009년부터 송악산은 여러차례 붕괴되는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더해지며 폐쇄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단위부터 연인, 올레꾼 등 송악산을 찾는 발걸음은 여전하다. 송악산은 여전히 아름답기 때문이다.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진 탐방로만 걷고 나와도 송악산은 가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해안을 따라 송악산 둘레를 한 바퀴 다 돌아도 넉넉잡아 2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붕괴로 인한 사고가 걱정된다면 그런 걱정은 잠시 접어둬도 괜찮을 듯 싶다. 붕괴 위험 지역외에 탐방로가 신설되었기 때문이다.

송악산 둘레길 전경.

한편, 송악산은 역사의 아픔도 간직하고 있다. 마라도 선착장에서 송악산을 바라보면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이 절벽에 형성된 동굴이다. 이 동굴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제주 사람들을 동원해 뚫어 놓은 인공 동굴이다. 이 같은 동굴은 송악산 곳곳에 형성돼 있는데 그 수가 무려 60여곳에 달한다니, 동굴을 만들 당시 도민의 고통과 혹독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아픈 역사의 현장이 보존돼, 후손들이 역사의 아픔을 느껴보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 줄 수 있는 교육적 자료의 현장으로 활용돼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보고 느끼고, 세계대전 당시 제주의 아픈 역사를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송악산. 겨울바다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주말을 활용해 지인과 함께 이곳으로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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