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관광객들의 제주공항 입국모습. 강희만기자
중국 편중 심화되면서 중국발 변수에 좌고우면
관광패턴 변화 발맞춰 '싼커' 유치 확대 절실
제주 관광 시장이 불안하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잘 나가던 외래 관광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이런 위기를 기회로 바꿀 방안은 무얼까. 그 답을 '싼커'(散客·중국인 개별 관광객)에서 찾는다.
▶돌발 변수에 유커 주춤 = 제주행 유커(游客·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심상치 않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크루즈 관광객 급증에 힘입어 꾸준히 늘고 있지만 항공편으로 제주를 찾는 유커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 14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국내·국제선으로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11만1577명으로 작년(11만865명)보다 다소 늘었다. 하지만 지난 11~12월에는 전년 대비 감소세가 28.06%, 9.93%에 달했다.
이런 배경에는 대외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반대하는 중국 정부가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전세기 불허 등으로 방한 시장에 규제를 걸면서 유커의 한국행이 위축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제주 관광 시장은 중국의 '입김'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8명 이상이 중국인일 정도로 편중 현상이 심한데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비중이 높은 탓이다. 올해 춘절(중국 최대 명절, 1월27일~2월2일) 방한 시장과 다른 풍경이 연출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기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14만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늘었지만 제주(2016년 5만1385명→ 2017년 4만7952명)에선 감소세가 확연했다.
결정적 차이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 '싼커'에 있다. 중국인 단체보다 개별 관광객 비중이 높은 방한 시장이 '사드 여파' 등 돌발 변수에 크게 흔들리지 않은 것과 달리 그렇지 않은 제주는'춘절 특수'마저 빗겨갔다.
▶빠르게 변하는 관광 패턴= 방한 시장만 놓고 봤을 때 싼커는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방한 단체 관광에 제재를 가하면서 정부의 정책 변화에 영향이 덜한 개별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중국인의 관광 패턴이 저가 위주의 패키지 관광에서 개별 관광으로 옮겨가는 현상과도 연결된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크루즈 관광객을 제외한 단체 관광객 위축되면서 개별 관광객이 늘고 있다"며 "항공사나 여행업계 등에 문의한 결과로는 지난해 4분기에서 올해 상반기에 들어서면서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단체 3, 개별 7의 비중으로 가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내 해외여행 소비가 많은 연령층이 1980~1990년대 생으로 젊다 보니 패키지 여행에 대한 선호도가 낮다"며 "현지에서 관광 편의 서비스나 통역 어플리케이션 등이 발달하는 것도 개별관광 수요를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제주 관광 시장에서 싼커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다. 정확한 통계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제주도관광협회는 제주 방문 중국인 관광객의 30%를 개별관광객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전체 방한 시장과 비교했을 때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제주관광공사가 '2015 제주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로 살펴본 추이도 엇비슷하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외국인 관광객(2398명)의 46.7%가 '개별관광'으로 제주를 찾았지만 중국인의 개별관광 비중은 38.3%로 상대적으로 더 낮았다.
도내 관광업계 관계자는 "제주에서도 (유커가 급감했던) 재작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로 개별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도 "제주는 직항 노선이라든지 접근성 면에서 수도권 지역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여전히 저가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들어오는 수요가 많다. 크루즈 관광객의 90%가 단체관광객인 것도 개별관광객 비중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주에서도 싼커 유치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민규 제주관광공사 중화권팀장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경우 정세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관광에 대한 발전은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 소규모 인센티브, 고부가 가치 상품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단체 위주인 현 상황을 개선해 지속적으로 관광객이 유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은·채해원·이소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