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한림 해상풍력발전 사업자가 절대보전지역에 무단 설치한 발전시설에 대해 또다시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며 이른바 '2차 사후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위법·특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미 1차 사후 허가를 내준 제주시가 이번엔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29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시는 최근 한림해상풍력사업자가 절대보전지역(이하 보전지역)에 대한 두 번째 개발 행위 변경 허가를 신청함에 따라 승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당초 사업자는 한림 읍 해안가의 보전지역 985.1㎡를 개발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710.77㎡ 넓은 1695.8㎡에서 무단 공사를 했다. 사업자는 보전지역 암반을 파내 풍력발전기가 생산한 전력을 변압소로 보내는 용도의 케이블을 매립했다. 불법 개발은 사업자가 지난해 11월 이른바 사후 개발 허가를 신청하며 들통났다.
당시 사업자는 허가 범위를 이미 70% 초과해 케이블을 매립해놓곤 무단 공사 구간도 개발이 가능한 곳으로 변경해달라며 뒤늦게 요청하자 시는 그제서야 불법을 알아챘다. 그러나 당시 사업자가 제출한 변경 허가 신청 면적은 실제 무단 개발 규모보다 335㎡ 적은 375.7㎡였다.
이후 시는 사업자가 제출한 자료대로 보전지역 무단 개발 면적을 375.7㎡로만 판단해 올해 6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이틀 뒤엔 사업자의 '사후 변경 허가' 신청을 승인했다. 시가 변호사 3명에게 구한 법률 자문에선 이런 사후 허가가 위법하다는 의견이 우세했고, 전례도 없는 일이었지만 시는 철거 요청도 하지 않고 사업자 신청을 수용해 특혜·위법 시비가 일었다.
한림해상풍력을 본격 가동하려면 나머지 보전지역 내 무단 개발 면적 335㎡도 2차 변경 허가를 얻는 식으로 합법화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당 구간에 매립된 케이블은 불법 시설로 남아 준공 승인을 받을 수 없고 당연히 사업도 시작할 수 없다. 시 관계자는 2차 사후 변경 허가도 받아줄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검토 중"이라고만 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보전지역 개발 행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전지역은 제주특별법에 따라 자연 고유의 특성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하는 곳으로, 원칙적으로 개발이 차단된다. 단 예외적으로 해상풍력 등 주로 공공 목적 개발 행위는 가능한데 이마저도 자연자원 원형, 즉 본래 모습을 훼손 또는 변경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는다.
문제는 '원형 훼손·변경' 범위에 대한 기준이 없다보니 담당 공무원이 자의적 판단으로 개발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특히 한림해상풍력 사례에선 이미 본래 모습을 잃은 상태에서 변경 허가 신청이 들어오는 등 원형 훼손·변경 범위를 판단할 대상조차 모호한데도 1차 허가가 이뤄졌다.
강주영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전적으로 원형이란 본래 모습을 뜻하기 때문에 (보전지역에선) 풀 한포기만 뽑아도 원형이 변경·훼손된다고 볼 수 있다"며 "보전지역 원형이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어느 정도의 개발 행위를 원형 훼손·변경 범위로 봐야 할지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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