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공약은 언젠가 깨뜨릴 거짓말이 아니다

[책세상]공약은 언젠가 깨뜨릴 거짓말이 아니다
윤형중의 '공약파기' 두 보수정권 파기과정 추적
  • 입력 : 2017. 03.24(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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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중심에 공약 둬야… 일상 민주주의의 시작"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원회 백서에서 30~40%에 불과한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임기 4년차까지 이 공약 이행을 위한 정책은 내놓지 않았다. 2011년 비정규직 종합 대책에 사회보험 가입 지원책을 간략하게 담는 데 그쳤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집에서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의 연금을 매달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취임 전부터 이 공약을 뒤집었다. 인수위가 소득 하위 70% 계층에게 14~20만원을 주고 소득 상위 30%는 4~1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 계획안을 낸 것이다. 당초 약속한 20만원에 못미치는 금액이었다.

정치인들의 공약을 믿는 사람들을 순진하다고 해야 할까. 선거 국면 때마다 국민들이 '이 나라의 주인'으로 호명되며 솔깃한 공약을 쏟아내지만 그뿐이다. 선거가 끝나면 이내 잊혀진다. 공약은 으레 수정되고 폐기되며 심지어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일간지 정치부 기자인 윤형중씨가 내놓은 '공약파기'는 1987년 직선제 쟁취 이후 우리가 놓치고 있는 공약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의 중심에 정책을, 선거의 중심에 공약을 둬야 한국 정치가 구조적으로 바뀐다는 생각에 쓰여진 책이다.

저자는 지난 두 보수정권이 약속한 수많은 공약들이 얼마나 허망하게 파기되었는지 상세하고 집요하게 좇았다. 공약처럼 위장한 반값 등록금 주장, 오락가락해온 무상보육, 후퇴에 후퇴를 거듭한 기초노령연금, 선거 후에 흐지부지된 경제민주화 공약 등이 등장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파기한 여러 분야의 공약들은 구체적인 데이터에 기반해 추적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 언론 그리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공약을 가볍게 여기는지 드러난다.

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30년전 이룬 직선제 만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획기적인 진전이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점점 더 선거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잃어가고 있다.

공약은 언젠가 깨뜨릴 거짓말이 아니다. 공약 파기는 정치에 대한 냉소와 환멸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대의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일단 제시된 공약은 검증되고 이행되며 검토돼야 마땅하다. 만일 공약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선거가 인기투표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공약이라는 간단한 장치에서 일상의 민주주의가 시작된다. 알마.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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