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지식민주주의, 시민을 위한 지식인가

[책세상]지식민주주의, 시민을 위한 지식인가
김종영의 '지민의 탄생'
  • 입력 : 2017. 03.31(금)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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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뒤흔든 4개 사건과
그 부조리에 적극 맞선 ‘지민’

구체적 사례들 분석해 풀어낸
오늘날 ‘지민’의 정의와 역할


촛불집회와 3월의 탄핵은 시민들의 힘을 보여준 역사적인 사건이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서 드러난 정치엘리트, 지식엘리트들의 무능함과 추악함은 그들이 올바른 '사회지도인사'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반면 스스로 판단하고 참여하는 시민들이 만들어낸 혁명과도 같은 촛불집회의 모습은 한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도약시킨 희망의 불꽃이었다.

저자 김종영은 이렇듯 사회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똑똑한 시민을 가리켜 '지민(知民)'이라고 정의한다. 특히 이 책에서 지민은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만들어낸 부당한 지식정치에 맞서 싸우는 정치적·지적 주체를 말하며 최근 10여 년간 한국사회를 들끓게 했던 4개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1부에서는 삼성 백혈병과 반올림운동을 다루고 있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로부터 제기된 반도체산업의 직업병이 정부와 삼성에 의해 어떻게 부인되었으며, 이에 맞서는 노동자-환자의 법적 투쟁과 대책위인 반올림의 지식 활동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2부에서는 광우병 사태를 다루고 있는데, 지배층인 지식정치의 결합과 이에 맞서는 촛불운동의 형성 및 전개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저자는 촛불운동의 주체를 지민으로 보고 있는데,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과 조직된 시민단체의 결합인 시민지식동맹이 지배지식동맹과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다투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3부는 황우석 사태의 핵심은 황우석 지배지식동맹과 반황우석 시민지식동맹의 과학적 지식 투쟁 과정에 맞춰져 있다. 또한, 줄기세포 논문 조작 등이 확연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황우석을 지지하는 모임(황빠)과 이와 관련된 이들의 인터뷰 및 입장도 포함하면서 황우석 사태의 본질과 문제점을 함께 조명하고 있다.

마지막 4부는 4대강 사업으로 정부의 끈질긴 회유와 협박에도 굴복하지 않고 시민의 권리를 위해 나선 대항전문가들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대항전문가를 비롯한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실행된 4대강 사업의 폐해에 대해 이야기하며, 정치인과 지식인의 부당한 담합 결과가 어떠한 피해를 주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국가·정부 중심의 지배지식동맹과 시민사회 중심의 시민지식동맹 대결 구도를 그리고 있지만, 국가와 정부 그리고 시민의 대립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로만 규정짓진 않는다. 또 현시대의 시민은 권리만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지식의 부당한 담합을 경계하며, 능동적으로 맞서는 지적주체이자 지민으로서 지식민주주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휴머니스트.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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