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목숨 걸고 작은 동물 세계 탐험했던 그들

[책세상]목숨 걸고 작은 동물 세계 탐험했던 그들
초기 연구자 13명 다룬 크루이프의 '미생물 사냥꾼'
  • 입력 : 2017. 04.14(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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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암살자로부터 인류 구한 과학자들 짧은 전기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안톤 반 레벤후크. 그는 현미경을 발명해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동물의 세상을 처음으로 들여다본 사람이다.

레벤후크가 미생물의 환상적인 미시적 세계를 밝혀내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들에 대해 몰랐다. 그 '괴물'들은 수천만 배 몸집이 큰 사람들을 공격하고 파괴했다. 미생물들은 불을 뿜는 용이나 머리가 여섯 개 달린 괴물보다 더 두려운 존재였다. 요람에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아기부터 은신처에 피해 있는 왕들까지 살해하는 조용한 암살자였다. 레벤후크는 현미경을 통해 작지만 하찮은, 그러나 무자비한 미생물의 세계를 발견했다.

어렸을 적 법정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맞는 백신의 역사는 300여년에 불과하다. 미생물학이 발전하면서 전염성 질병의 원인균을 밝혀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아직도 어느 곳에서는 소아마비, 말라리아, 콜레라, 황열 같은 전염병으로 수천 명의 아이와 성인이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생물학자인 폴 드 크루이프가 쓴 '미생물 사냥꾼'은 레벤후크를 시작으로 미생물 연구에 일생을 바친 초기 미생물 연구자 13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류를 병들게 만들고 때로는 죽이기도 하는 작은 동물의 세계를 생명을 걸고 탐험했던 이들이다.

18세기 북이탈리아 태생의 라자로 스팔란차니는 극도로 작은 미생물을 한 마리만 분리해내는 방법을 알아냈다. 19세기의 위대한 미생물학자로 불리는 파스퇴르는 발효는 어떻게 발생하며 이스트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입증해냈다. 프러시아의 시골 의사였던 로베르트 코흐는 당시 농부들에게 큰 문제가 되던 탄저병원균을 발견하고 매년 인구의 7분의 1을 죽이던 결핵원인균을 연구했다.

저자는 미생물 사냥꾼들이 겪은 고생의 숭고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 역시 인간이었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바로 그 점이 미생물 과학자들의 짧은 전기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사제가 됨으로써 종교적 박해를 피한 스팔란차니는 한편으론 영리하고 교활한 책략가였다. 파스퇴르는 내면적으로 흥행사 같은 성질과 질투심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미생물 사냥꾼'은 1926년 나온 책으로 지난 90여년간 전 세계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혀져왔다. 의사들이 의학자의 길을 걷도록 한 대중 과학도서로 손꼽힌다. 이미리나 옮김. 반니.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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