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플러스]식물발효액? 효소액? 당장액?

[건강 플러스]식물발효액? 효소액? 당장액?
  • 입력 : 2017. 05.05(금) 00:00
  • 제주대학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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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사진 왼쪽)이나 오미자(사진 오른쪽)처럼 그냥 먹기 쉽지 않은 것들은 식물발효액이나 당장액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나머지 채소나 과일은 그대로 먹거나 주스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더 좋다.

딸 아이가 초저녁부터 배가 슬슬 아프다는 소리에 애아빠가 "매실발효액, 아니, 아니 매실효소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매실발효액? 매실효소? 아마도 지난 번에 친정 어머니가 매실에 설탕을 섞어 숙성한 후 우려내 주신 매실당장액? 매실당침출액? 여하튼 나도 정확히 뭐라 불러야할지 모르겠으나 그걸 찾는 소리인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발효'와 '효소'라는 단어를 뒤죽박죽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발효'란 미생물에 의해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을 말하는데, 이 때 특정 유기물이 분해되기 위해서는 특정 효소를 필요로 하게 된다. 그리고 '효소'란 모든 생물체 내에 무수히 존재하는 것으로 자신은 변하지 않으나 여러 화학반응의 활성에너지를 낮춰 쉽고 빠르게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단백질'의 일종이다. 예를 들어 우리 몸 속에 존재하는 소화효소는 음식물 내에 존재하는 큰 분자인 탄수화물, 단백질 등을 흡수가 가능한 포도당과 아미노산으로 가수분해하는 화학반응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발효 식품의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 발효 요구르트는 우유에 유산균을 첨가해 유당분해효소인 락타아제를 대량 생산하게 함으로써 유당을 포도당과 갈락토오스로 분해한 것이다. 유당분해효소가 부족해 우유를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되는 '유당불내증'인 사람이나 소화능력이 부족한 유아, 노인의 경우, 이러한 발효식품의 섭취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흔히 식물발효액 혹은 효소액이라며 만드는 것들을 살펴보면, 원재료물질과 설탕이 1:1 혹은 0.8~9:1의 비율로 섞어 만든다. 이와 같이 설탕이 거의 50%인 당절임 혹은 당장액에서는 고농도염분으로 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생물의 생육이 억제되기 때문에 발효와 같은 유기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효소는 고분자단백질로 식물의 세포벽을 통과하지 못하므로 50% 설탕을 첨가한 후 3~6개월간의 숙성 과정 동안 뭔가 변화가 있었다면, 아마도 삼투압에 의해 식물 조직 내의 수분이 조직 외로 빠져나오는 수분의 이동이 일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부의 생리활성물질이나 유효성분들이 침출될 가능성도 있으나 효용 가치가 어느 정도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으니 이를 기대해 섭취할 바는 아닌 듯하다. 오미자나 매실처럼 그냥 먹기 쉽지 않은 것들은 식물발효액이든, 당장액이든 만들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나 그 외 채소나 과일은 그대로 먹거나 주스 형태로 먹는 것을 더 권장한다. 설탕이 주재료인 이러한 당장액들은 설사 발효가 됐다고 하더라도 설탕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된 것 뿐이지 당 함량이 줄어든 것은 아니므로 희석해서 하루 1~2잔 이내로 제한해 섭취하거나 조리 시 설탕 대신 사용하는 정도로만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제주대학교병원 영양집중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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