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명예도, 지위도 버렸던 5·18 마지막 수배자

[책세상]명예도, 지위도 버렸던 5·18 마지막 수배자
윤한봉 10주기 맞아 안재성 소설가가 쓴 평전 출간
  • 입력 : 2017. 05.12(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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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역정 따라가면 한국민주화운동의 현장 오롯이

5·18민주화운동의 마지막 수배자이자 국제연대를 조직한 세계적 활동가, 임수경의 방북과 귀환을 기획한 통일운동가였던 윤한봉. 언제 어디서나 궂은 일을 마다않고 헤쳐갔던 그이지만 좀처럼 자신을 드러낸 적이 없다. 10여년의 미국 망명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와 5·18기념재단을 만들때 그는 어떤 직책도 맡지 않았고 공식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후배들이 찾아와 동교동으로 인사하러 가자고 했을 때도 고개를 저었다. 동교동계 수장인 김대중 자택을 방문하는 일은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이 된다는 걸 의미했다.

윤한봉 10주기를 맞아 그의 치열했던 삶을 담아낸 평전이 나왔다. (사)합수윤한봉기념사업회가 기획하고 '파업'을 썼던 소설가 안재성씨가 집필한 '윤한봉'이다.

기념사업회는 평전 출간에 앞서 매회 20~30명씩 연인원 250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집담회를 열었고 미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50여명의 관련자를 인터뷰했다. 이 과정에 참여하며 취재를 이어간 안재성 작가는 현장감을 극대화시킨 생생한 묘사와 캐릭터를 살려낸 대사 등을 더해 소설처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평전을 탄생시켰다.

1981년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돼 1993~2006년 광주로 끝이 나는 평전 속 윤한봉의 생애를 좇다보면 자연스레 한국민주화운동의 현장과 만나게 된다. 망명길로 내몬 5·18민주화운동은 물론이고 그를 광주·전남 학생운동의 구심점으로 만든 민청학련 사건, 남민전 사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제평화대행진 등 굵직한 현대사의 한 장면이 펼쳐진다.

황석영 소설가, 문규현 신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등 10년전 세상을 떠난 그가 못내 그립다는 이들은 윤한봉을 통해 '혁명적 인간'의 초상을 본다. 그들은 한결같이 윤한봉을 어떠한 부와 명예, 지위도 바라지 않고 역사와 민중을 위해 온 몸을 바쳤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합수(合水)는 윤한봉이 스스로 붙인 별명이었다. 호남 지방에서 쓰는 말로 똥거름이란 뜻이다. 한없이 자신을 낮추며 평생을 똥거름처럼 살겠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지었다. 창비.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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