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매일 들고 다니는 인형이 있다. 잠을 잘 때 항상 옆에 있어야만 잠을 자고,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올 때에도 항상 먼저 챙기는 것이 인형이다. 보통 두세 살 아이들에게 보이는 증상이라고 한다. 엄마와 떨어지면 불안함을 느껴 담요나 인형 같은 포근한 물건을 통해 안정감을 얻으려는 것이다. 그런 조카를 보다 보면, 아이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이런 증상이 꽤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애착인형이 필요 없는 어른이 되었지만 어른들에게도 무언가 옆에 있어야만 불안해하지 않는 새로운 '블랭킷 증후군'이 생겨나고 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중독이야 이미 예전부터 나온 문제점이지만, 조카의 애착인형보다 더, 어른들의 스마트폰이라는 이 새로운 애착물이 많은 이들의 삶의 패턴과 마음까지 지배하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이미 우리 삶의 패턴을 바꿔놓았다. 업무, 쇼핑은 기본, 최근엔 지갑을 대체했으며,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까지 생산해내고 있다. 스마트폰 안에서 새로운 관계들이 생겨나면서 여기에 집착하는 이들이 자신의 시간과 마음을 전부 다 쏟아내고 있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관계'에 대한 목마름은 스마트폰을 꼭 쥐고 자꾸만 확인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이 스마트폰이란 소중한 애착물을, 우리는 소중한 지인들을 만나면서도 대부분 꼬옥 손에 쥐고 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마주 앉아있음에도 직접 대화를 하지 않고 각자의 SNS를 통해 대화를 나누기도 하더라.
스마트폰을 통한 SNS의 중독은 곧 인간관계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난다. 물론 SNS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많다. 사회적 약자들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다양한 정보소통이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과도한 애착이 항상 문제인 것이다.
남들이 보는 나를 중요시하며 자신의 삶을 어떻게 멋있게 포장해낼까 고민한다. 자신의 삶의 가치나 의미를 타인의 관심을 통해 얻고자 하는 이러한 현상은, 끊임없이 타인의 관심에 목말라 하며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극심한 의존적 성격장애를 양산한다.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우리, 타인에 의해 자신의 삶이 좌지우지되는 불행한 존재가 되지 말자. 얼마든지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어른들이지 않나. 애착물에서 벗어나 자신을 보듬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는 것이 좋겠다. 제주에도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스마트쉼센터가 있으니 적극 활용해 보는 것을 권한다. 스마트폰 중독 자가진단부터, 중독에서 벗어나는 구체적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더 이상 애착인형에 의존하기엔, 무언가에 집착하기엔 우린 너무 커버린 어른들이다. 스스로 행복을 가꾸는 진짜 어른이 되어보자.
<김혜림 한국정보화진흥원 글로벌협력단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