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째 한 동네서 오리탕 장사동네 어르신부터 고객층 다양
제주도 맛집 중 가장 알아주는 것이 바로 도민 맛집이다. 도민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기 때문에 가격도, 맛도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19년 째 한 동네에 꾸준히 오리탕 등을 판매하는 넝쿨하눌가든도 도민맛집 중 하나다.
동네 주민을 상대로 장사를 하던 것이 지금은 입소문을 듣고 도내 곳곳에서 찾아든 사람들로 북적인다. 물어물어 찾아왔기 때문인지 기억하는 식당이름도 '하늘가든', '하눌가든' '넝쿨가든' 등 제각각이다. 유명포털사이트에서마저도 '넝쿨하늘가든'으로 검색해야 찾을 수 있다.
부담 적게 든든한 한끼 주고파가격 올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진한 주인장 인심 곳곳 묻어나
뚝배기 그릇을 옮기면서 송명효 넝쿨하눌가든 대표가 미소짓고 있다. 강경민기자
오랜된 전통만큼 고객층은 다양하다. 동네 어르신부터 사무실 동료, 연인, 아이와 함께 찾은 가족까지. 점심 때면 12테이블을 소화할 수 있는 식당 본채는 물론 천막으로 만든 야외실까지 발 디딜 틈이 없다. 저녁에는 오리전골, 오리구이, 닭샤브샤브 등을 먹기 위해 단체나 모임단위로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장사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고비도 많았다. 19년째 아라1동(장구왓·대원동)에서 장사를 하고 있지만 가게를 3번이나 옮겨야 했다. 3년이 지나야 단골손님들이 생기는데 3년 정도 지나 장사가 될 만하면 가게를 빼달라는 일이 반복됐다. 결국 10년 전 지금 자리에 터를 마련한 뒤에야 부침없이 장사를 할 수 있었다.
이런 고비 속에서도 계속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손님의 입맛을 잡은 오리탕덕이 컸다. 넝쿨하눌가든의 오리탕은 뚝배기에 한 사람 몫씩 나눠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오리고기도 뼈를 발라 먹기 편하다. 다른 사람 눈치볼 필요 없이 내 앞에 놓인 오리탕 한 뚝배기를 뚝딱하면 저녁까지 속이 든든한 것이 큰 장점이다.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오리탕을 한 술 뜨면 미나리, 양파, 팽이버섯 등 싱싱한 야채와 잘 발라진 오리살이 모습을 드러낸다. 뜨거운 국물에 쫀득쫀득한 오리를 한 입하면 어느새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땀과 함께 몸에 있던 나쁜 기운도 함께 빠져나가는 듯하다. 얼큰하면서도 진한 국물이 입맛을 사로잡고, 두둑하게 들어간 오리고기 덕에 먹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오리탕을 1인분씩 뚝배기에 담아낸 것은 1998년 식당문을 열면서부터다. 송명효(59) 대표는 "여름철엔 스테미너 음식을 찾게 되는데 보양탕, 삼계탕은 먹을 수 있는 사람이 한정돼 있어 고민 끝에 오리탕을 메뉴로 내놓기 시작했다"면서 "누구나 편하게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뚝배기로 1인분씩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도내에서 오리탕을 뚝배기에 담아 판 곳은 우리가 처음일 것"이라며 "오리도 손님들의 건강을 생각해 유황오리만 취급하고, 야채도 밭에서 직접 공수해 쓰고 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좋은 재료를 쓰고 있지만 오리탕 가격은 9000원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편이다. AI 때문에 오리고기 수급이 어렵고, 오리가격도 마리당 3000~4000원가량 올라 부담이 적지 않지만 가격을 올릴 생각은 없다. 손님들에게 '적당한 가격에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지금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오리고기를 여러 군데에서 받고 목돈을 마련해 한번에 지급하고 있다"며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특히 우리 가게는 일꾼들이나 동네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다"며 "지금 당장 우리가 어렵다고 가격을 올릴 수는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오리탕과 같이 진하고 두둑한 주인장의 인심이 묻어났다.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영업하고 매주 일요일은 휴무다. 가격은 오리탕 9000원, 특 1만2000원, 삼계탕 1만원, 오리전골 3만~3만5000원 등이다. 제주시 대원북길 21(아라1동 2898-2). 064-744-7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