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등재 10년](3)보전관리 어떻게 하고 있나

[세계자연유산 등재 10년](3)보전관리 어떻게 하고 있나
핵심지역 사유지 83% 매입·탐방예약제 확대
  • 입력 : 2017. 06.14(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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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동굴. 사진=한라일보 DB

세계자연보전연맹, 등재 후 이행 실천과제 권고
핵심지역 사유지 매입·유산지구 확대 등 5가지
탐방객 조절·생물다양성 가치 발굴 등 '진행중'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의 자문기구인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제주 세계자연유산 등재 권고 리포트는 최종 등재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됐다. 2007년 IUCN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대한 자신들의 지지의사를 등재 권고를 통해 밝혔으며 세계유산위원회는 별도의 질의·토론도 없이 등재를 결정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IUCN의 권고 내용이다. 우리 정부가 등재 후속대책을 차질없이 실행에 옮기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내용을 IUCN이 재차 강조한 내용이 권고안에 그대로 담겨 있다. 등재 이후 이 권고안을 무시하거나 지키지 않았을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을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위험유산' 목록에 오를 수도 있다.

▶IUCN, 무얼 권고했나=IUCN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할 것을 권고하면서 우리 정부와 제주도에 모두 5개의 사항을 수행하도록 권고했다. IUCN의 권고사항은 ▷세계자연유산 구역내 사유지의 조속한 매입 ▷관광객 및 상업활동의 효율적 관리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농업활동 규제 ▷화산지형과 생물다양성 가치 관리 ▷유산지구 추가 지정 등 모두 5개다.

우선 등재 신청 유산지역 내에 위치한 사유지 매입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요청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 당시 이 지역의 토지 소유권은 84%가 국유지이고 나머지 16%, 3060ha는 사유지였다. 거문오름동굴계 지역 거의 대부분이 사유지에 속했다.

만장굴

IUCN은 유산지역 탐방객과 그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상업활동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것도 권고했다. IUCN은 유산지역 탐방객 수가 이미 상당하며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는 하나 시설개선과 인력 및 예산 확충이 계획돼 있고 탐방객 관리에 상당한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역량 내에서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럼에도 유산관리가 가장 어려운 과제로 적시함으로써 적절한 탐방객 관리를 주문했다.

IUCN은 또 지상에서의 경작 활동이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지하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완충지대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도 요청했다. 당장은 영향이 없으나 비료가 스며들면서 미치는 영향은 동굴 내부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도입해 대비하고 기존에 농경지 혹은 다른 목적을 위해 개간된 지역을 자연 식생 상태로 복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산에 포함된 지역보다 더 넓은 지역에 위치한 주요 화산지형 및 제주도의 생물다양성 가치를 관리하는 데 더욱 주의를 기울일 것도 권고했다. 또 제주도의 다른 주요 화산동굴계 및 화산지형까지 등재신청 유산 범위를 확대하는 가능성을 고려해 볼 것도 주문했다.

▶권고사항 이행 순항중=세계자연유산지구 사유지 매입 대상은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357필지·343만2275㎡,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4필지·1만407㎡, 성산일출봉 3필지·710㎡ 등 모두 364필지·344만3392㎡다. 여기에는 국비 380억1400만원과 지방비 162억9200만원 등 모두 543억원이 소요된다. 2007년 이래 277필지·283만5947㎡를 430억9400만원을 들여 매입했다. 계획 대비 83%를 사들인 것이다. 대부분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핵심지역 사유지를 매입했다.

당처물동굴.

탐방객 조절과 관련, 거문오름 예약제를 도입했으며, 탐방 총량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한라산 탐방예약제와 입장료 징수를 선도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실행계획을 수립중이다. 앞으로 성산일출봉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제주 입도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세계자연유산의 환경보전관리를 위한 '환경협력금' 징수도 검토중이다. 상행위에 대한 효율적 관리를 위해 일출봉 내 상가를 일부 매입해 홍보관을 설치·운영중이다. 일출봉 옛길 복원사업도 완료했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보전 관리를 위해 사유지 매입 토지에 대한 농업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매입토지 친환경 작물 시범재배 및 마을회 위탁 관리를 비롯해 재선충병 고사목 제거, 핵심지역 경계 표시, 식생 정비, 미관 저해 건축물 철거작업이 완료됐다. 앞으로 핵심지역 용암동굴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모니터링 종합센터 건립을 검토중이다.

세계유산지구를 대상으로 매월 정기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가치 발굴을 위해 다양한 학술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생물다양성 가치 발굴과 관리를 위해 거문오름 동·식물조사, 용천동굴 호수환경 및 서식환경 분석, 한라산천연보호구역 종합학술조사가 실시되기도 했다.

세계자연유산 추가 등재를 위해 거문오름상류동굴군, 수월봉, 차귀도, 소천굴 등을 잠정 후보지역으로 선정해 현재 문화재청과 협의중이다.

강시영 선임기자·김지은기자

[10대 선도사업 어떻게 되고 있나]
한라산 둘레길 등의 성과
교육·해설시스템도 구축…세계유산재단 설립 과제

제주도는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듬해인 2008년 12월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때 제시된 프로젝트가 10개 선도사업으로, 2020년까지 단계적 실천방안을 담았다.

제주 세계자연유산 보존활용을 위한 10대 선도사업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자연생태계 보전을 위한 감시체계 구축 ▷한라산 체험트레일 조성 ▷비공개 동굴의 간접체험기반 조성 ▷성산일출봉 응회구 관리체계 구축 ▷성산일출봉 야간관광 활성화와 탐방코스 다양화 ▷성산일출봉 주차장 이전 및 입구 재정비 ▷국제 네트워크 구축 ▷제주 세계자연유산센터 건립 ▷교육 및 해설시스템 구축 ▷제주 세계자연유산 재단 설립 등이다.

등재 10주년을 맞은 2017년 현재 10대 선도사업은 완료·추진중이거나 미진한 부분도 있다.

한라산천연보호구역 관리를 위해 현재 천년대계 100년 사업이 추진중이다. 한라산 체험 트레일 조성은 정상지향형 탐방형태에서 다양한 탐방 목표를 설정하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로 제안된 것이다. 한라산 순환코스는 한라산을 둘러싸는 환형태의 도보 트레일을 조성하는 것인데 현재 활성화되고 있는 한라산 둘레길이 대표적이다.

세계자연유산센터 건립은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상징이자 유산 중심지구로 활용하는 핵심사업이다. 센터는 거문오름 지구에 들어서 유산마을과 유산지구의 실질적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거문오름 트레킹의 거점 역할을 하면서 탐방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해설프로그램 활성화를 통해 방문객에게 다양한 탐방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교육 및 해설시스템도 구축했다.

10대 선도사업 가운데 비공개 동굴 개방과 성산일출봉 주차장 이전, 야간관광 활성화는 과제로 남아 있다. 제주 세계자연유산 재단 설립은 자연유산의 관리 및 사업 운영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핵심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정부 예산과 지방정부 출연금을 지원하고 유산지구의 시설운영 및 연구사업에 대한 공공지원을 강화하고 수익사업도 주도하는 방안으로 제시됐는데 아직 가시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제주도는 현재 환경관련 재단 설립을 검토중이어서 이를 대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시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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