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만씨가 29일 새벽 산지천에 떠밀려온 부유물질을 뜰채로 수거하고 있다. 강시영기자
오염원 진단·처방 근본 대책을
도 "현장조사후 대책 강구 계획"
굵은 장맛비가 내린 29일 새벽, 산지천에는 어김없이 그가 있었다. 김재만(72·칠성경로당 회장, 일도1동)씨. 그는 지난 2003년부터 14년 동안 거의 매일 한결같이 새벽 5시30분이면 산지천으로 향한다. 이날 오전 6시 산지천 현장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장화에 비옷을 입은 채로 산지천으로 들어가 하천에 떠밀려온 부유물질을 치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매일 2시간 이상 산지천에 머물며 하천 오염원을 뜰채로 수거하고 담배꽁초 등 쓰레기 줍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산치천 가꾸기의 산증인이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하천 청소에 더욱 신경이 쓰입니다. 부유물질이 많이 떠밀려 오기 때문이죠. 봉사 삼아 시작한게 벌써 13년이 흘렀어요.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그때그때 하천을 청소하지 않으면 깨끗한 하천을 유지할 수 없어요. 힘들때도 많지만 산지천을 찾는 시민들을 위한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낍니다."
김씨는 2015년까지 13년여간 산지천가꾸기추진협의회 회장으로 산지천 살리기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청계천이 산지천을 모델로 복원를 진행할 당시 산지천을 찾은 서울시 관계자들을 네차례나 안내했다고 전한다.
그는 산지천 수질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랐다. 하천으로 유입되지 않아야 할 일부 오염원이 우수관을 따라 하천으로 흘러들어 산지천의 수질을 악화시키고 악취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씨는 오수펌프장을 추가로 설치해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야 근본적으로 산지천 수질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이 외에도 "(산지천 시설물) 인계 인수를 빨리 끝내 관리요원 을 배치하고 노숙자 관리와 쓰레기 투기 등을 감시할 CCTV도 하루빨리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뒤를 이어 산지천가꾸기추진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허경필 회장도 이 점을 지적했다. 허 회장은 "산지천 수질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분수쇼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렵게 된다"며 수질문제를 가장 우선해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았다. 허 회장은 협의회에 대한 행정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필요성도 덧붙였다.
제주도와 제주시도 이런 현실을 알고 있다. 일도1동 관계자는 "산지천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처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산지천이 살아야 탐라문화광장도 산다"며 수질 개선대책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제주도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산지천 수질 개선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현재 상하수도본부와 현장 조사중이며 원인 분석후 대책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시영 선임기자·김지은기자
"산지천 역사문화관광벨트로 만들자"
문화의거리~박물관~신산공원~문예회관 연계
하천변 울창한 숲 녹색산책로 친수공간 다목적 활용 공론화
산지천 활성화의 또다른 화두는 산지천 주변의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연결해 문화관광벨트로 육성하는 것이다. 탑동∼산지천∼동문시장∼민속자연사박물관∼신산공원∼문예회관에 이르는 구간으로, 길이로는 1km쯤 된다. 산지천변을 연속보행이 가능한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구상이다. 오현단에서 문예회관에 이르는 산지천은 도심 하천에 드물게 남아 있는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이 곳 하천변을 중심으로 녹색 산책로인 '그린웨이'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오현교에서 바라본 산지천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강경민기자
이런 제안은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 계획단계에서도 제기된 것으로 산지천 복원과 원도심 및 상권 활성화를 위한 이 사업의 근본 취지와도 부합한다. 제주도의회와 역사문화예술계에서도 필요성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산지천을 중심축으로 지역의 정체성과 쾌적성에 초점을 맞추고 집객력을 높이기 위한 도심권 문화관광벨트화다. 관광객과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티투어 노선 개발과 친수공간으로서의 기능 회복, 녹지축 확보를 위한 보행로와 산책로를 넓히자는 데도 공론화가 필요하다.
신산공원에서 산지천 하류까지 보행로가 만들어진다면 지역주민이 해설사로 참여하는 '걷기 프로그램'이 가능할 것이란 제안도 있다. 이 지역에 지역구를 둔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도 "일부 구간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하는 과제도 있지만 충분히 검토할만한 구상"이라고 했다.
제주문명의 발상지인 산지천을 걸으며 제주의 역사와 문화, 생태를 생각하게 하는 원도심은 어떻게 재생해 나가야 할 것인가.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은 이런 고민을 안고 시작한 것이며, 인프라가 갖춰졌다. 앞으로 여기에 문화와 역사, 생태를 입히고 시민과 관광객을 유인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전략이 과제로 남겨졌다. 논의 차원에 머물게 아니라 정책으로 구체화시켜 나가기 위한 전략이 원희룡 도정에 부여된 또다른 숙제다.
강시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