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녀를 말하다](4)부산 기장군 신암어촌계

[한국 해녀를 말하다](4)부산 기장군 신암어촌계
제주해녀에 물질 배운 현지인·출향 2세대 공존의 삶 꽃 피워
  • 입력 : 2017. 07.06(목)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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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초 작업 중인 해녀.

울창한 해중림 전복·해삼 등 양호한 서식환경 제공
방류한 전복 생존 위협 동물이 적어 회수율 높아
1년 잠수복 한벌·태왁망·무료건강검진 지원 고작
해녀체험 교육 추진 불구 신규해녀 양성에는 한계


멸치와 미역으로 유명한 부산광역시 기장군. 이곳은 부산에서 가장 많은 해녀가 살고 있는 지역이다.

지난 2016년 12월말 기준 부산광역시 30개 어촌계의 나잠어업인(해녀)은 953명. 이중 기장군 18개 어촌계 소속 해녀는 이달 현재 601명에 달한다.

기장군 해녀들은 대부분 제주 출향해녀들로부터 물질을 배운 현지 해녀이거나 제주 출향해녀인 어머니의 물질을 이어받은 출향해녀 2세들이다.

특별취재팀은 지난 6월 15일 오후 기장군 기장읍 연화리 대변항에 있는 신암어촌계를 찾았다. 신암어촌계원 60여명중 해녀는 39명으로 이중 제주 출향해녀 2세는 3명이다. 출향해녀 1세대 3분(92·86·85세)이 살아 계시지만 고령으로 물질을 하지 않고 있다.

배에서 내린후 천초공동작업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해녀들(왼쪽 上),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잡아온 해산물을 판매하는 대변항 해녀 천막회촌 전경 왼쪽 연화교로 연결된 곳은 죽섬(왼쪽 下), 제주 출향해녀 2세인 김정자 해녀기장나잠어업협동조합 이사장이 물속에서 채취한 천초를 들어 보이고 있다(오른쪽 上), 물속에서 천초를 운반하고 있는 신암어촌계 해남 2호인 안택근(36)씨가 촬영기자를 향해 잠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오른쪽 中), 돌기해삼과 별불가사리 모습, 기장군 연화리 대변항 일출 모습(오른쪽 下).

이들은 대변항 마을어장에서 물질을 하면서 어장공동관리 등 해녀공동체 문화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대변항은 멸치철인 4월 어부들의 멸치후리는 소리와 멸치잡이 배가 만선 깃발을 휘날리며 항구에 들어서면 여기 저기서 바구니를 들고 모여드는 아낙들로 활력이 넘친다고 한다. 대변항 주변에는 해녀들이 물질하고 잡아온 해산물을 판매하는 해녀 천막회촌에 자리잡고 있고 항구 주변에는 전복죽 전문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멸치철은 아니지만 해녀들이 갓 잡아온 싱싱한 해산물과 전복죽을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초여름 대변항은 활기가 넘쳐 났다.

이러한 대변항의 활기는 신암어촌계 해녀들이 있어 가능했다. 그 중심에는 제주 출향해녀 2세대 김정자(69) 해녀기장나잠어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녀는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출신인 어머니를 따라 열살때 부터 물질을 시작했다. 그녀는 큰 오빠 김동주씨를 3선의 국회의원으로 키워낸 어머니 못지 않게 3형제를 남부럽지 않게 장성시켰다. 현재 첫째와 막내 아들과 같이 대변항에서 전국 맛집으로도 유명한 전복죽 음식점도 운영하고 있다.

신암어촌계 해녀들은 바다가 허락하는 한 매일같이 새벽녘 물질에 나선다.

취재팀은 이곳에 도착한 다음날인 16일 새벽 6시 30분 김 이사장을 포함한 10여명의 해녀들과 배를 타고 죽섬을 지나 10여분 거리에 있는 외항방파제 지하대장군등대앞 마을어장으로 향했다.

오늘 물질작업은 마을어장에 방류한 해삼과 전복 종패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천초를 제거하는 청소작업이다. 바다 위에서 태확 하나에 의지한 해녀들은 거친숨을 참고 오리발을 차면서 물속을 들락날락하기를 쉼없이 반복했다. 물질내내 2명의 해남들은 해녀들이 재취한 천초를 건네 받아서 바다위에 정박 중인 배 근처로 이동을 시킨후 선장과 같이 배위로 올려주는 작업을 도왔다. 이날 약 5시간 동안 작업한 천초는 대변항 선착장에서 건조된 후 밀양으로 판매가 이뤄진다.

이날 물질작업에 나선 신암어촌계 해남 2호인 안택근(36)씨는 "작년에 해남을 신청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을 했는데 재수가 좋아 해남이 됐다"며 "지금까지 여러가지 직업을 가져봤는데 물질은 해산물을 잡는 쾌감도 있고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곳 해녀 회원이 되면 60일 의무적으로 물질을 해야 하지만 물질일수를 다 채우지 못하더라도 해녀자격을 박탈하지 않고 포용해 준다.

취재팀이 스쿠버 장비를 이용해 해녀들과 같이 들어간 마을어장 바닷속 해저면은 대부분 사니질과 암반으로 이뤄져 있어 부유물의 농도는 높았으나 비교적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제주바다에 비해 수중탁도가 매우 높아 수중촬영은 다소 힘들었다. 수중암반에는 제주연안에는 없는 게바다말(Phyllospadix japonica Makino)과 모자반류, 잎꼬시래기, 갈고리분홍잎, 감태, 불레기말, 갈파래류가 서식하고 있었다. 특히 자루바다표고, 참화살깃산호말, 참산호말과 같은 유절석회조류는 제주바다와 마찬가지로 자주 관찰됐다. 해조류 사이에는 전복과 돌기해삼과 별불가사리 등이 관찰됐다.

조성환 연안생태기술연구소장은 "제주바다의 암반사이에서 자주 발견되는 자포동물이나 태형동물과 같이 방류전복과 암반기질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생물이 많지 않아 마을어장에 방류된 전복의 생존율은 제주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곳에 방류한 전복 가운데 40% 정도는 회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제주인 경우 방류한 전복가운데 13% 정도만 회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바다 전복의 생존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곳 마을어장의 건강한 수중생태계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다. 지난 2015년 부산시가 사업비만 7000억원이 투입해 연화리 앞바다에 31만2535㎡ 규모의 인공섬을 만들어 경정장 등 해양레포츠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해녀들은 사업을 강력히 반대해 철회를 이끌어 냈다.

김 이사장은 "돈 많은 사람들이 우리앞바다에 경정장을 만들어 일자리를 주겠다고 하자 너희가 우리에게 일자리를 주려고 하지 말고 우리의 일자리를 건들지 말라고 했다"며 "그래서 우리가 이겼다. 바다는 황금터다. 가서 한두시간만 놀다가 와도 20만~30만원은 번다. 인공섬을 건설했으면 연화리 마을어장은 사라졌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기장군은 해녀문화가치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해녀문화체험 교육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기장군 일광면 문동해녀복지회관과 문동연안 등에서 이뤄지는 체험 교육은 매주 토요일 주1회·6주(오전 이론수업, 오후 실기수업)로 이뤄진다. 교육기간은 6월~7월(1기)과 8월~9월(2기)이다.

해녀문화체험 교육사업을 주최하고 있는 유형숙 동의대 한일해녀연구소장은 "부산에 있는 해녀들이 고령화 되고 있어 전통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고 있다"며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부산에서도 교육을 통해 많은 해녀뿐만 아니라 해남들도 더 많이 생기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녀체험교육은 단순한 물질 체험에 그칠뿐 신규해녀 양성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곳 해녀들에 대한 행정의 지원도 미미한다. 1년에 잠수복 1벌(30만원 중 10만원 자부담)과 태왁 보호망 지원, 부산 백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안구와 허리 등에 대한 무료건강검진이 고작이다.

김 이사장은 "백병원에서 무료검진만 해 줄게 아니라 몸이 아프면 병을 고쳐 주어야 한다"며 "그동안 부산시에 여러번 요구했는데 앞으로 지원이 이뤄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해녀들이 잠수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용하는 잠수질환 치료장치인 '챔버'는 이들에게 사치품에 불과했다. 해녀에 대한 관심과 지원 확대는 부산시와 기장군이 지속가능한 해녀 문화유지를 위해서 풀여야 할 과제이다. <특별취재팀=고대로 부장, 강경민 차장, 김희동천˙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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