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8)임기수 북타임 착한서점 대표

[책과 사람](8)임기수 북타임 착한서점 대표
"서귀포시 도심에 쉼터같은 책방"
  • 입력 : 2017. 07.21(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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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타임 착한서점 임기수 대표. 유럽 책마을 여행에서 값진 경험을 한 그는 책읽는 공간이 절반이나 되는 쉼터같은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진선희기자

2010년 유럽 책마을 여행 경험
"인쇄 매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

서점 내부 절반이 책 읽는 공간
참고서 없지만 학생들 만남장소

서점의 절반은 앉아서 쉬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도심 한가운데 임대료를 내고 운영하는 서점으로선 모험이었다. 거기에 더 많은 책을 갖다 놓으면 매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서귀포시 중앙로의 '북타임 착한서점'. 서점이 있던 곳에 2015년 8월 1일 개점했다. 서귀포시청과 이웃해있고 인근에 학교가 몰려있는 상권에 들어선 제법 규모있는 서점이지만 여느 책방과는 다르다.

2004년부터 설문대어린이도서관장을 맡아온 임기수 대표가 서점의 주인이다. 그가 서귀포에 서점을 차린다고 했을 때 대부분 말렸다. 책을 팔아 먹고 살 수 있겠냐, 수십년된 다른 서점들과 경쟁이 되겠느냐고 걱정했다.

북타임 착한서점 전경.

가게 한번 내본적이 없는 임 대표는 내심 겁이 났지만 10대 시절을 보낸 서귀포에서 일을 저질렀다. 인쇄 매체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두려움보다 컸다.

2010년 떠났던 유럽 책마을 여행이 용기를 줬다. 당시 그는 넉넉치 않은 비용으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에 흩어진 책마을과 도서관을 샅샅이 누볐다. 책마을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다. 오지나 다름 없었다. 찾아가는 여정은 험했지만 그는 그곳에서 보낸 한때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북타임은 참고서를 팔지 않는 서점이다. 임 대표가 책을 구매하려는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북타임에 지난 여행의 흔적이 담겨있다. 현지에서 사온 귀한 도서만을 일컫는 게 아니다. 서점 한켠의 계단식 서가는 영국의 작은도서관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커튼 달린 그 서가는 다리 뻗고 책을 볼 수 있는 방이 되거나 작은 영화관으로 바뀐다.

그는 책방이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변신해야 한다고 말한다. 북타임은 교복입은 서귀포 아이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학교 매점'같은 장소지만 참고서를 팔지 않는다. 서점 창가 등 곳곳엔 쉼터처럼 의자가 놓여있다. '시민의 서재'도 만들어졌다. 독자들이 기증한 책을 서로 나눠 읽는 공간으로 1000여권이 비치됐다.

그림책 서가는 특히 공들여 꾸민다. 서점이라는 통로를 통해 손님들이 좋은 그림책과 작가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평소 책을 사가는 손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길 좋아하는 임 대표는 그림책을 구입하는 부모들에겐 아이들에게 꼭 읽어주라고 당부한다. 2~3개월마다 작품을 교체하며 그림책 원화전도 열고 있다

북타임의 계단식 서가는 영국의 작은 도서관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임 대표는 얼마전 서점 문을 며칠 닫아 걸고 제주에 생겨난 작은 책방들을 순회했다. 보고 느낀 게 많았다. 그는 언제까지 북타임이 한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서귀포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책방, 사라지면 못내 그리운 책방을 꾸리고 싶다고 했다.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토·일요일은 밤 9시까지)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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