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9)김창삼 책밭서점 대표

[책과 사람](9)김창삼 책밭서점 대표
"잊혀진 책, 외면받는 책이란 없다"
  • 입력 : 2017. 07.28(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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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부터 25년째 책밭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창삼 대표. 한때 위기를 겪었지만 농사를 병행하며 제주 헌 책방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진선희기자

1992년에 헌 책방 인수 운영
인터넷 등장으로 고객 급감

수천권 제주 도서 수집 보람
서점 지키려 10년째 농사일

2007년 위기가 있었다. 인터넷으로 정보 검색이 쉬워지며 서점을 찾는 발길이 하루가 다르게 줄더니 급기야 임대료를 내기도 버거웠다. 문 닫을 생각을 하고 주변에 알렸다. 그랬더니 열이면 열 그런 말을 했다. "제주에 있는 유일한 헌책방이 사라지면 제주문화가 너무 삭막해집니다."

아내와 딸들의 응원이 더해지며 결국 마음을 고쳐 먹었다. 대신 다른 방도를 찾았다. 책 만큼 정직한 농사를 병행하면서 서점을 꾸려가기로 했다. 그 때부터 그는 농사 짓는 헌 책방 주인이 됐다.

제주시 이도1동에 들어선 책밭서점의 김창삼 대표. 지금은 제주에 몇 군데 있지만 책밭서점은 오랜 기간 헌 책방을 대표하는 공간이었다. 책밭서점의 역사는 1985년부터 시작됐다. 제주은행 남문지점 맞은편에 다섯평 규모의 책밭서점이 처음 문을 열었다.

책밭서점 전경

김 대표는 책밭서점의 단골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퇴근길에 들러 1~2권씩 중고서적을 샀다. 1992년 7월, 그는 서점 손님에서 주인이 된다. 책밭서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게 되면 꼭 자신에게 먼저 연락해 달라는 얘기를 주인에게 해뒀던 터였다. 새 책이 안팔리면 이내 반품하는 일방통행식 서점이 아니라 잊혀진 책, 외면받은 책도 돌고돌아 맞춤한 독자를 찾아가는 헌 책방의 따뜻함에 끌렸던 그였다.

현재 27평 크기의 책밭서점 서가에 꽂힌 책은 7만권쯤 된다. 한 시절을 뜨겁게 했던 소설과 에세이부터 기술서적까지 온갖 책이 다 있다. 세월의 때가 묻은 고서도 서가 한켠을 차지했다. 시간을 내 찬찬히 둘러보면 책더미 속에서 보물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책밭서점 내부. 왼쪽에 한때 집집마다 구비하고 싶었던 백과사전이 보인다.

김 대표가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인생의 목표 중 하나였던 책방을 운영하던 초기엔 힘든 줄 몰랐다. 3개월에 한번은 광주에서 서울까지 전국 헌 책방을 돌며 서점에 놓을 책을 구입했다. 1년에 많게는 여섯번 헌 책 수집을 위해 바다를 건넌 적도 있다.

책밭서점을 찬찬히 누비다보면 책더미 속에서 보물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았다. 그가 서점을 인수한 뒤 3번이나 자리를 옮겼다. 광양 일대 100m 반경 안에서 이루어진 일로 임대료 부담이 원인이었다.

서점을 찾는 이들이 주로 노인들이고 새로운 고객이 늘지 않는 점도 고민이다. 어쩌면 10년 전보다 더 큰 위기다. 김 대표는 초반엔 초조했지만 지금은 초연해졌다. 사반세기 동안 책방을 통해 얻은 보람도 컸기 때문이다. 헌 책방 네트워크를 통해 제주(탐라) 관련 도서를 5000권이나 모은 일이 그중 하나다. 김 대표는 이즈음 소장하고 있는 제주 도서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꿈을 꾸고 있다.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운영한다.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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