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능성 '맛있는 제주'](1)제주 음식관광 현주소

[새로운 가능성 '맛있는 제주'](1)제주 음식관광 현주소
음식관광 열풍… 제주는 "글쎄요"
  • 입력 : 2017. 08.15(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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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 여행에 먹방·쿡방…미식체험·음식이 테마로
내·외국인 제주여행 요인…미식·음식관광 4% 그쳐
맛집 정보도 상대적 빈약…여행 만족도 수단 머물러


차별화 된 미식체험을 할 수 있는 음식관광(food tourism) 열기가 뜨겁다. 음식은 관광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자 즐거움이다. 그 자체가 관광지 전체 이미지를 크게 좌우한다. 국내외 음식관광지로 명성이 자자한 지역은 관광지와 음식을 동반 체험하도록 지원하며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산업화하면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로컬푸드 활성화와 웰빙 식생활 문화는 지역의 건강한 식재료를 활용한 향토음식에 관심을 쏟게 하는 키워드다. 제주의 음식관광, 향토음식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한라일보가 '관광 1번지' 제주 음식관광의 실태와 국내외 사례, 가능성을 추적한다.

▶음식은 핵심 관광 콘텐츠=음식은 관광의 만족도를 높이는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최근에는 음식이 여행지 고유의 특색 '정체성'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관광객들이 여행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을 선호함에 따라 음식이 여행지를 찾는 1차적인 목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음식은 국가와 관광지 브랜드 및 이미지를 형성하는 핵심 콘텐츠로서 관광객을 유인하는 중요 요인이다.

지난 2012년 세계관광기구가 회원사의 국가관광조직, 컨설턴트 등을 대상으로 음식관광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2%가 '관광목적지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형성하고 정의하는 데 있어 음식은 전략적인 요소'라고 답했다.

국내에서도 미식체험과 음식관광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저비용 항공사 확대 등으로 여행수요가 늘어난데다 먹방(먹는방송)·쿡방(요리방송) 열풍이 더해지면서 맛있는 음식체험을 여행 목적으로 삼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는 어떤가=미식체험, 음식관광을 위해 제주여행을 고려한 경우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2016년 제주방문 관광객 실태조사(제주관광공사) 결과 내국인 관광객들의 주요 제주여행 고려 요인으로 자연경관감상(41.7%)과 휴양·휴식(36.25%)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음식·미식체험을 위해 제주여행을 고려했다는 응답은 5.0%에 그쳤다. 그나마 2014년 3%, 2015년 4.4%보다 소폭 증가한 것이다. 제주방문 전체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음식·미식체험을 위해 제주여행을 고려한 경우는 3.6%로 더 적었다. 제주방문 외국인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인의 경우도 음식·미식체험은 4% 내외로 매우 낮았다.

▶정보도 빈약=제주 음식관광 정보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제주연구원 신동일 박사의 '제주지역 음식관광 활성화방안' 보고서(2016)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가 제공하는 대한민국 음식관광 정보 중 제주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별 음식점 정보의 경우, 국내 전체적으로는 5868개의 음식점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데, 제주지역 음식점은 245개로 전체의 4.1% 수준에 그친다.

지역마다 음식 테마거리가 활성화된 곳을 보여주는 '구석구석 맛골목'이란 정보도 제주지역은 단 2개소 밖에 안된다. 경기 31개소, 경북 23개소, 전남 22개소, 경남 20개소에 비해 1/10도 안되는 규모다. 지역의 특산물 내지는 특화음식 정보를 보여주는 '우리고장 맛 이야기'에서도 제주지역은 옥돔구이와 흑돼지구이 2개로 경기 25개, 경남 24개, 강원 23개, 전남 22개 등과 비교해 매우 열악하다. 신동일 박사는 "미식체험에 있어서 제주가 상당히 빈약한 자원을 가진 지역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음식은 만족도 수단?=내·외국인이 제주를 찾을 때 음식이 주요 고려 이유가 아닌 원인과 관련 전문가들은 현재 제주의 음식관광이 여행지에서 먹을 거리를 찾는데 국한돼 있기 때문이란 진단도 내놓는다. 오영주 제주한라대학교 국제관광호텔학부 교수는 "제주를 찾는 사람들은 일본과 같이 음식관광을 여행의 1차적인 목적으로 삼고 오거나 음식과 관련된 축제, 체험에 참여하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다"며 "제주 음식은 현재의 관광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한 수단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음식관광이 음식을 먹고 소비하는 데 그치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음식관광이 요리체험 등으로 다양화되지 못하면서 관광 효과가 일부 업체에 집중되는 등 지역사회로 환원되지 못하고 있다. 또 파워블로그, SNS 등을 통한 맛집 마케팅이 확대되면서 진짜 맛집과 아닌 곳을 구별하기 어렵게 됐고, 이에 따라 전체 맛집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시영 선임기자·채해원·홍희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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