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장수의 섬' 제주, 고령친화도시로] (4)부산시 사례

[연속기획/'장수의 섬' 제주, 고령친화도시로] (4)부산시 사례
"옛 이야기 담은 마을 길에서 노인 일자리 해법을 찾다"
  • 입력 : 2017. 08.30(수)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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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는 어느 곳보다 거센 고령화 물결을 맞닥뜨리고 있다. 이미 2014년 노인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14%에 달하면서 국내 7대 특·광역시 중에 처음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올해 4월 고령사회에 들어선 제주보다도 한참 앞선 속도다. 이런 추세라면 2022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20.6%에 달하는 초고령사회를 맞게 된다. 부산시는 그 해법을 '고령친화도시'에서 찾고 있다.

고령친화도시 꿈꾸는 부산


8대 분야 44개 전략 과제 수립… 14개 부서 협력 시너지 높여
장년층 위한 종합 계획 만들어 베이비붐 세대 위한 지원 강화


▶고령친화도시로 나가는 부산= 부산시는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노인복지실행계획'(2016~2018)을 세우고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WHO(세계보건기구)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하면서다. 비전은 '건강하고 행복한 고령친화도시 실현'으로 정했다. 부산시는 8대 분야에 44개 전략 과제를 두고 ▷지역밀착형 노인복지 인프라 구축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생활 보장 ▷고령사회 대비 고령친화산업 활성화 등을 목표하고 있다.

부산시의 실행계획은 부서별로 흩어져 있는 정책을 한 데 모으는 것에서 시작됐다. 새로운 사업을 만들기보다 기존에 하고 있거나 추진 예정이던 사업을 연계해 시너지를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노인복지과를 중심으로 교통운영과, 도시재생과, 문화예술과 등 14개 부서가 협업 체계를 구축했고 재단법인 부산복지개발원이 함께하고 있다.

부산시는 조직에도 변화를 줬다. 지난해 1월 노인복지과에는 '장노년지원팀'이 신설됐다. 예비 노년층인 베이비붐 세대의 일자리 등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로써 부산시 사회복지국 노인복지과는 노인대책팀, 노인시설팀, 고령친화산업팀, 장노년지원팀 등 4개의 팀으로 이뤄지게 됐다. 기존 노인세대와 교육, 문화 수준 등이 다른 장년층에 대한 지원 통로를 한 데 묶어 차별화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지적되긴 하지만 노인 복지 문제를 전담할 부서조차 없는 제주도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베이비부머를 가리키는 '50+세대'(만 50~64세)의 노후 복지를 위한 정책도 제주보다 앞서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6월 '장년층 생애재설계 지원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종합지원계획을 수립해 시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사업 거점기관으로 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를 설치했고 '부산형 베이비부머 일자리사업', '50+생애재설계대학', '50+부산포털' 등을 진행해 왔다.

특히 '50+생애재설계대학'은 베이비부머에게 인생 2막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이재정 부산복지개발원 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부산시의 지정을 받아 부산대와 동의대 2곳이 평생교육원을 활용해 50플러스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립대인 부산대는 인문학, 동의대는 드론과 같은 기술 중심으로 교육을 특화했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노인 일자리, 복지 서비스 등에서 고령화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시도는 꾸준히 있어 왔다. 이는 부산과 마찬가지로 고령친화도시로 향하는 제주에 시사점을 던져준다.

초량 이바구길, 낙후된 동네가 일자리 창출 모델로


지역 노인들의 삶터이자 일터… 삶 경험·노하우 활용 일자리 창출


초량 이바구길에 자리한 '168계단 모노레일'. 부산시 동구는 '초량168계단 산복희망길 조성사업'으로 지난해 5월 선로 길이가 61m인 모노레일을 설치했다. 이는 지역 노인들이 가파른 계단을 대신해 이용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이자 마을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동구문화지킴이'가 투입돼 안전 관리와 안내 역할을 맡고 있다.

▶이바구길이 만든 노인 일자리= 부산시 동구는 고령화 속도가 유난히 빠른 지역이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 기준 노인 인구 비중이 21.48%로 부산시 16개 구·군 중에 가장 높았다. 제주지역 일부 읍면처럼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부산 동구 초량동에 위치한 '이바구길'에선 고령화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이 읽힌다. 초량 이바구길은 부산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닿는 1.5km의 테마거리로, 도시재생의 중심축이기도 하다. 한때 피난민이 몰리면서 부산에서 가장 낙후된 곳으로 여겨졌지만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 산업화 등을 거치며 쌓인 삶의 흔적을 엮어 선보이면서 지역의 대표 관광지로 거듭났다.

초량 이바구길은 단순한 관광 자원에 그치지 않는다. 부산 동구는 지역의 역사·문화 콘텐츠를 결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까지 이어갔다. 고령화로 인해 지역이 안고 있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부산 동구에 따르면 현재 이바구길에서 일하는 지역 노인은 174명에 달한다. 동구청은 동구노인복지관, 동구시니어클럽과 노인일자리 7개 사업(공공형 2개·시장형 5개)을 진행하고 있다.

일자리 형태도 다양하다. 부산역에서 출발해 이바구길 등을 오가는 '이바구 자전거'는 관광 상품이자 대표적인 일자리 사업이다. 노인들은 전기 자전거에 방문객을 태우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가파른 계단을 대신해 주민과 방문객의 발이 돼 주는 '168계단 모노레일'에서 안전 관리와 안내를 맡는 것도 노인들이다. 누구보다 지역을 잘 아는 노인들의 삶의 경험과 노하우를 일자리와 연계한 셈이다.

지역 노인에게 이바구길은 삶터이자 일터이다. 이바구길에 자리한 '이바구 놀이터(영진어묵&공감카페)'.

노인들의 일터는 저마다 다양한 테마로 꾸며졌다. 도시락을 싸고 학교를 다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168도시락국'을 비롯해 허기진 배를 채우면서 부산항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이바구 놀이터(영진어묵&공감카페)', 시원한 막걸리 한 잔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625막걸리' 등이다. 이들 공간은 그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꾀한다.

이바구 놀이터에서 일하는 김우분(64)씨는 "하루에 6시간 일주일에 3일, 8명이 돌아가면서 일하고 있다"며 "가게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연인들은 물론 요즘 같은 휴가철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동래구 동래역 지하 1층에 자리한 부산광역시 노인복지용구종합센터. 전국 최초의 복지용구 토탈 서비스 기관으로, 복지용구 대여는 물론 상담, 소독, 수리, 점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 첫 복지용구 무료 서비스… 고령친화도시 기반 확충 효과도

▶복지용구 대여로 고령친화 기반 구축= 부산시는 장기요양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 노인을 위해 복지용구 무상 대여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나이가 들어 몸이 불편해도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2011년 설립된 '부산광역시 노인복지용구종합센터'는 전국 최초의 복지용구 토탈 서비스 기관이다.

센터에선 수동휠체어, 이동변기, 성인용 보행기, 전동침대 등 복지용구 10종을 대여할 수 있다.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일반 노인들도 부담 없는 비용으로 이용 가능하다.

센터는 단순히 복지용구만 빌려주는 공간은 아니다. 복지용구를 전시해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대여 이후에도 관리를 이어간다. 신승희 부산시 노인복지용구종합센터 대리는 "복지용구가 필요한 저소득층 노인의 사례를 발굴하면 사회복지사가 우선 방문해 주거 환경과 욕구 등을 확인한다"면서 "이후에도 모니터링을 통해 소독, 수리, 점검 등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한 노인이 센터 직원의 도움을 받아 복지용구를 체험해 보고 있다. 강희만기자

이 같은 서비스는 지역의 노인보건복지 서비스를 높이는 데 목적을 둔다. 이를 통해 공적보험 복지용구급여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고령친화도시의 기반을 확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신 대리는 "부산의 경우 의료비가 꾸준히 늘고 있고, 노인이 증가하면서 복지 용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지역사회 중심으로 정보 제공을 강화하기 위한 '복지용구 팝업센터'를 운영하고 노인성질환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부산형 특화사업 모델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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