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 성장·증상정도 따라 치료 결정환자들 점차 진행성 한쪽 난청 경험신경외과·이비인후과 등 협력 필수
송찬일 교수.
60세의 김모씨는 6개월 전부터 오른쪽 귀에 이명이 들렸고 최근 청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가 청신경 종양으로 진단받았다. 양성 종양이라고는 하지만 일종의 뇌종양이 있다고 하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명이나 난청, 안면마비 등의 상대적으로 흔한 증상을 이유로 병원을 찾았다가 청신경 종양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청신경 종양은 제8번 뇌신경에서 생기는 양성의 종양으로 두개 내 종양의 약 8~10% 정도를 차지하며 소뇌교각부에 발생하는 종양의 80~90%에 해당한다. 일종의 뇌종양이지만 잘 관리하고 치료하면 생명에 지장 없이 지낼 수 있다. 9월 9일 '귀의 날'을 맞아 제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송찬일 교수의 도움으로 청신경 종양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청신경 종양은 남자보다 여자에서 3:2의 비율로 더 많이 나타나고 주로 40~60대에 집중돼 있다. 종양은 대개 전정신경의 신경초에서 기원하며 주변의 혈관, 신경을 직접 침범하기 보다는 서서히 누르면서 인접 신경의 기능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청신경 종양의 0.5~5%를 차지하는 양측성 청신경 종양은 제2형 신경섬유종증이 있는 경우에 발생하며, 남자와 여자에서 동일한 비율로 발생하고 주로 20~30대 젊은 연령층에서 발견된다. 청신경 종양은 서서히 자라서 1년에 약 0.3㎝ 정도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뇌간을 눌러 생명과 관련된 주요 증상을 나타낼 정도의 크기가 되려면 약 5~1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급하게 치료를 결정하기보다는 경과를 지켜보면서 종양의 성장 여부와 관련 증상의 정도에 따라 치료 방침을 결정하게 된다.
# 청신경 종양의 증상
청신경 종양을 가진 환자들은 일반적으로는 점차 진행하는 일측성의 난청을 경험하게 되며 순음청력검사 결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음명료도가 낮은 소견을 보인다.
제8번 뇌신경에 발생한 청신경 종양.
그러나 약 20% 정도의 환자는 갑자기 귀가 안 들리거나 이명이 발생하는 돌발성 난청을 경험하며, 일부 환자(약 5%)는 청신경 종양이 있음에도 정상적인 청력을 갖고 있다. 또 돌발성 난청으로 진단된 환자의 약 1%에서 청신경 종양이 발견되므로 돌발성 난청 환자는 항상 청신경 종양이 있는지를 의심하고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간혹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는데 대개 경도의 평형장애를 보이며 증상이 있는 환자들도 어지럼의 정도가 경미해 어지럼을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한 회전성 어지럼을 호소하는 환자는 극히 드물다. 종양이 3㎝이상으로 큰 경우에는 삼차신경을 눌러서 안면감각이 떨어지거나 안면신경을 압박해 안면마비가 발생하기도 한다. 병변이 더욱 진행돼 소뇌나 뇌실을 누르게 되면 보행실조나 뇌압의 증가 소견이 관찰되기도 한다.
# 청신경 종양 의심될 때 시행하는 검사
순음청력검사와 어음청력검사를 기본적으로 시행하며 후미로 병변을 감별하기 위해 추가적인 청력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순음청력검사에서 좌우 비대칭의 청력 소실을 보이며 상대적으로 어음청력검사에서 어음변별력이 순음청력검사 결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떨어져 있는 것이 관찰된다. 뇌간유발반응검사(Auditory brainstem response, ABR)를 추가로 시행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 검사는 자기공명영상 촬영(MRI)이 발달되기 전까지 가장 민감한 검사로 여겨졌다.
민감도가 95% 정도이며 대개 양측귀의 파형을 비교해 진단할 수 있다. 전정기능검사는 어지럼이 동반될 경우 실시하며 청신경 종양을 진단하기 위한 검사로는 잘 이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종양의 기원이 전정신경의 상측분지인지 하측분지인지를 알아내는데 도움이 되며 수술 전 계획 수립 및 수술 시 청력보전이나 안면신경의 보존 가능성을 예측하는데 도움을 준다. 가장 중요한 검사는 MRI로, 최근의 고해상도 MRI는 3㎜ 정도의 아주 작은 종양도 발견이 가능하다.
# 청신경 종양의 치료
청신경 종양은 일반적으로 서서히 자라는 양성 종양이지만 궁극에 가서는 생명을 위협하고 심각한 장애를 남기게 된다. 따라서 발견했을 때 종양의 크기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종양의 성장 속도가 빠르지 않아 심각한 증상을 발생시킬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발견했을 때 크기가 작고 병변 측의 청력을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 경우나 환자가 고령인 경우에는 종양의 성장을 면밀히 관찰하며 보존적인 요법을 시행하기도 한다.
귀의 구조.
수술적 치료는 종양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서 접근법이 달라지는데, 접근법에 따라 청력 보존 가능성 및 수술 후 합병증이 달라진다. 중두개 접근법과 경미로 접근법, 후S자 정맥동 후두와 접근법 등이 사용되며 경미로 접근법이 보편적으로 이용된다. 이 접근법의 특징은 큰 종양도 제거할 수 있을 만큼 넓은 시야를 얻을 수 있으며 안면신경도 잘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의 잔존 청력을 희생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중두개 접근법은 청력을 보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대게 종양이 내이도에 국한된 경우에만 가능해 적응범위가 제한돼 있다. 후S자 정맥동 후두와 접근법은 청력보존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소뇌견인이 필요해 이에 따르는 소뇌부종 등의 합병증의 위험이 있다. 아울러 안면신경의 외측에 대한 시야 확보가 어렵고, 내이도 기저부를 다루기 어렵다는 점 등의 단점이 있다.
감마 나이프가 청신경 종양의 치료에 좋은 결과를 보인다는 논문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종양의 크기가 큰 경우에는 적용하기가 힘들며, 시술 후 초기에는 청력이 어느 정도 보존되지만 일반적으로 3~24개월 사이에 청력소실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전반적인 청력 보존율은 40~78.6%로 보고됐지만 근래에는 적은 방사선량으로도 종래와 비슷한 종양억제율을 얻었다는 보고가 축적되고 있어 청력 보존에 대한 치료 결과는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송찬일 교수는 "청신경 종양은 뇌종양의 한가지로 경우에 따라서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면밀히 관리하고 적절히 치료한다면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및 영상의학과 등의 담당 의료진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